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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iny Oct 07. 2019

나만 알고싶은 아이슬란드의 작은 마을

아이슬란드 Vik

레이니스피아라에서 비크이뮈르달(이하 비크/Vik) 마을까지는 차로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사실 일직선 거리는 더 짧을 것 같은데 중간에 거대한 산이 가로막고 있어 돌아가야 한다.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 비크는 (제주도로 치면 서귀포시 정도 될 거다) 인구가 대략 500명밖에 되지 않은 작은 마을이다. 마을 규모가 크지 않아 대략 1시간 정도면 마을을 전부 둘러볼 수 있다.


하지만 주변에 훌륭한 관광지가 많아 여행의 중간 기착지로 많이 활용되며 때문에 마을 규모에 비해 숙박시설이나 인포센터 등이 잘 갖춰진 곳이기도 하다.



비크 마을에 진입하면서 카르발마트가 보여 잠시 들렀다. 아이슬란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트는 보누스(bonus)나 네토(netto)가 있는데 이 작은 마을에는 저런 마트가 없다. 아니 대부분의 마을에 없지(...)


아이슬란드 여행 중 마트가 보이면 잠깐 들러서 필요한 걸 그때 그때 구입하자. 마트가 언제 또 나올지 모른다 (...) 그리고 외식은 가격이 비싸거나 역시 레스토랑이 언제 또 나올지 모르니(...) 간단히 먹을 음식 같은 게 보이면 사자.


수도인 레이캬비크나 아퀴레이리 등 대도시를 제외하면 동네마다 마트가 거의 하나 있거나 더 작은 마을은 없기 때문에 마트를 발견하면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것 마냥 기쁘고 즐거웠다.



비크 마을에 진입했다. 2차선의 넓은 도로와 양 옆으로 서 있는 건물들, 그리고 저 언덕 끝에 비크 마을의 상징인 교회가 보인다. 시간이 좀 남아서 비크 마을을 둘러보기로 한다. 중앙 도로는 포장되어 있지만 그 외 도로는 자갈로 되어있다. 집집마다 정원 같은 게 작게 있고 담 같은 건 볼 수 없다. 있더라도 낮은 울타리를 쳐놓은 정도? 담이 없으니 마을이 한결 예뻐 보인다. 가리지 않고 드러내야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마을에 있는 유일한 은행. 이런 작은 마을에도 은행 지점? 이 있는 게 신기하다. 마을에 이런 거쯤은 있어야 하는 거 아냐?라는 것들이 없는데 은행은 있다. 그만큼 중요한 시설인 걸까



중앙 도로?를 따라 쭉 걷다 보면 마을이 끝난다.  대략 5분 정도 걸은 것 같은데.. 마을이 끝나버림.. 언덕 위에 작은 교회가 보인다. 저기서 마을을 내려다보면 한눈에 잘 보일듯하여 마을 구경을 마치고 마지막에 올라가 보았다.


마을 한가운데를 흐르는 개울 하얀색 울타리가 꽤나 앙증맞고 귀엽다. 우리나라 같으면 마치 넘어오지 마!!! 넘어오면 죽어!!! 수준의 엄청난 난간이 붙었을 텐데.. 아이슬란드는 곳곳에 자연을 최대한 덜 훼손하고 덜 방해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뒷받침했겠지?



아이슬란드의 흔한? 집들. 서유럽에서 많이 봐왔던 주택과는 그 모양이 다르다. 뭔가 비슷하면서도 화려함 없고 단아하고 실용적인 느낌? 뭔가 컨테이너 박스 집 같기도 하고.. 짓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가 않다.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안개가 스스스.. 하고 다가왔다. 해안가 마을의 특성상 날씨가 변덕스럽겠지만 왠지 비크 마을은 그게 더 심할 것 같았다.



마을 외곽에는 공터 비슷한 곳이 있고 레이니스 피아라에서 봤던 주상 설리 대 두 개를 누군가 뚜억~하고 떼어내어 여기에 세워두었다 ㅋㅋ 내 기억이 맞다면.. 여긴 흡연공간이다.



마을 제일 안쪽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와 마을 최고의 맛집 Halldorskaffi (하트 돌스 카피)가 보인다. 여행객들이 워낙 많이 들르는 터라 마을은 작지만 인포센터는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지도도 구할 수 있고 설명도 친절하고 자세히 들을 수 있고 간단한 기념품도 살 수 있다.  시간이 되면 잠시 들러서 마을과 주변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수집해보자 의외로 기대치 못한 쏠쏠한 정보를 건네준다(날씨, 지역명소, 맛집 등) 인포센터 한쪽에는 화산석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맞은편에는 아이슬란드에 서식하는 동물들에 대한 설명도 있다.



그리고 인포센터 바로 옆에 붙어있는 맛집인 하트 돌스 카피. 별다른 간판도 없는 데다가 언뜻 그냥 지나칠만한 외관을 갖고 있지만.. 나름 이 마을 최고의 맛집으로 불린다.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 편에도 나왔던 그곳인데 나는 햄버거 등 가벼운? 음식을 시켰고 숫자가 많이 달린 무거운 영수증을 받아 들었다.


아이슬란드에서 싸고 가볍게 먹기 위해 햄버거를 종종 선택했는데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의외로 아이슬란드 햄버거 엄청 맛있다 허허허. 아니면 다른 음식은 비싼 음식값에 입맛을 잃었다거나..



인포센터 직원이 마을 앞바다에 한 번 가보라 하여.. 차를 몰고 휭.. 사실 차 없이도 10분이면 걸어가긴 하는데 이제 나이가 나이인지라 (ㅋㅋ)


비크 앞바다는 검은 모래사막.. 아니 바닷가다. 레이니스 피아라에서 봤던 해변도 검은 모래였는데 여기도 그렇네. 모래 알갱이가 참 몽글몽글하다. 언뜻 보면 무슨 곡식을 간 것 같기도 하고..


아까부터 마을을 휘감고 있던 안개가 바닷가에도 스멀스멀 기어올라온다. 잔모래 해변 위로 덩치 큰 돌멩이들이 듬성듬성 보인다. 이게.. 무슨 맥락일까..



해변에서 레이니스피아라쪽을 바라본다. 레이니스 드란 가르는 안개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바다가 맞은편에는 거대한 절벽이 보인다.  절벽 아래로 해가 저무는 척하고 있다. 어차피 너 24시간 내내 떠 있잖아.. 이제 마을 뒤편 교회를 둘러보자.



비크 마을 어디를 가든 보였던 언덕 위 작은 교회. 실제로 언덕에 올라가서 보니 생각만큼 작지는 않았다. 검은 자갈 위에 지어진 새하얀 교회는 주변 풍경과 꽤나 잘 어우러져있다. 교회 뒤편으로 보이는 장중한 산맥


한창 해무가 몰려와서 그런지 주변 풍경이 굉장히 신비로워지는 가운데 이름 모를 풀떼기들이 교회 앞에 자라나 있다. 아이슬란드를 지배? 하고 있는 루핀 ㅎㅎ



비크 마을의 상징, 교회에 올라온 이유는.. 교회를 보러 왔다기보다는 바로 이 풍경을 보기 위해서다. 비크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했기 때문에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 딱 보기에도 아담한 마을 사이즈가 귀여울 뿐..


저 정도면 정말 우리 아파트 한 동에 살고 있는 주민수 밖에 되지 않을 정도.. 루핀과 어우러진 아담하고 작은 동네 비크. 고요.. 하니 내 취향에 딱이다.



교회 뒤편으로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나있다. 저 멀리 엄청 멋져 보이는 산이 솟아있고 우측으로는 루핀이 떼거지로 피어있다. 차를 타고 위로 올라가 보면 이런 공동묘지가 나온다. 할슈타트에 갔을 때에도 교회 근처에 공동묘지가 있었는데 이렇게나 경치 좋은 곳에 묻혀계시다니 죽어서도 복 받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교회 뒤쪽 공동묘지에서는 마을과 함께 교회의 모습도 담을 수 있다.  비크 마을에 방문해서 시간이 되면 꼭 언덕에 올라와보자. 날이 맑았다면 아마 바다까지 다 보였을 것.


교회와 마을만 좀 더 당겨서 촬영한 모습. 유럽 대륙에도 이런 작고 아담한 마을이 참 많긴 한데 뭔가 또 다르다. 비크는 그런 마을들과 분위기가 담백하고 약간은 건조한 느낌이랄까



공동묘지 뒤편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장엄하고 멋지다. 저 풍경 끝엔 뭐가 있을까.. 궁금하여 무작정 차를 끌고 길을 따라가 본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과.. 어딘가의 끝에서 우뚝 솟은 장엄한 산맥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수 백 수 천년 된 빙하 이건 사실 직접 눈으로 보지 않는 이상 설명이 되지 않는다.



운전을 하면서도 한 눈을 자꾸 팔게 되는 것이 바로 아이슬란드 여행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길가에 자주 차를 멈추곤 한다.


계속 길을 따라가다가 저 멀리 정말 맑고 깨끗해 보이는 호수가 하나 눈에 들어왔다.  크기가 굉장히 컸지만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작아 보였던 호수 가까이 다가가기만 했다면 정말로 엄청난 모습을 보였을 것 같았는데 달리 어찌 다가갈 방도를 알 수가 없었다.



호수에 더 가까이 다가가 볼 심산으로 길을 따라 차를 움직여봤지만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사유지라는 표기가 되어있어서 눈물을 머금고 멈출 수밖에..



아쉬운 마음에 호수를 연신 바라본다. 차를 세워두고 두 발로 저기까지 갈 수도 있었을 텐데 아직 여행 초반이라 체력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가까워 보여도 족히 왕복 30분 이상은 걸려 보인다.



뭐랄까.. 아이슬란드의 자연은 어디를 찍어도 그림엽서가 된다. 지도에 없던 예정에 없던 곳에서 뜻밖의 멋진 풍경을 만나고 기분 좋은 상태에서 다시 계획된 여행지로 향한다.


첫 번째 방문 때 심한 안개로 제대로 보지 못했던 디르홀레이를 다시 가본다. 전과는 달리 안개가 없어 깨끗한 풍경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생긴다.


그리고 디르홀레이를 올라가는 언덕길 역시 안개가 하나도 없었다. 중앙에 보이는 속도 표지판이 파란색으로 20을 가리키고 있다. 속도 표지만이 파란색이면 그냥 권고 속도 정도 되는데 처음에 저걸 무시했다가.. 큰 코 다칠 뻔. 제한속도 표지판이 보이면 반드시 그 속도를 지키자. 괜히 사람들이 저기에 저걸 세워둔 게 아니다.


다음 여행지는 신비로운 디르홀레이..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떠나시기 전에 좋아요와 구독 부탁드려요 :D


words by la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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