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2
어쩌다가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쓰려한다.
그러려면 내가 왜 일본에 왔는지를 먼저 설명해야 한다. 가끔 “왜 일본에 왔나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그때마다 나는 ”그냥 그렇게 됐어요. “라고 대답한다. 정말 특별한 이유 없이 일본에 왔다. 일본이 좋다거나 가까워서도 아니고 그냥 기회가 생겨서 일본에 왔다.
일본으로 올 기회가 생긴 건 대학교 4학년 말인데, 당시 나는 어디든 좋으니 해외로 나가고 싶었다. 현실도피적인 이유가 컸는데 그때의 나는 꽤나 불행했다. 사실 행복한 대학생 4학년이 몇 명이나 있을까 싶은데, 그래서 대학생 4학년 중 한 명인 내가 불행했다는 것은 그다지 큰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내가 좀 더 어릴 때는 작은 일에도 크게 상처받을 정도로 굉장히 예민했고, ‘불행’을 견뎌내거나 잊어버리는 능력이 거의 없었다. 그런 기분이 쌓이고 쌓이다가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결국 어디로든 도망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모든 것을 리셋시켜버리고 싶었다. 대학, 전공, 주변 환경, 나 자신. 모든 것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 생각해 보니 해외에서 다시 시작해 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때부터 해외취업을 준비하게 되었다. “어디로든 나가자.”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외 취업을 준비하게 되었고, 딱히 원하는 나라 없이 무작위로 원서를 넣었다. 그러다 연락이 온 곳이 한 일본회사였는데, 그냥 실수로 넣은 곳이었다. 당시 나는 일본어를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에, 처음 연락이 왔을 때 그냥 무시했다. 그리고 그 뒤로 한번 더 연락이 왔고, 그때부터 일본어 공부와 일본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나라가 정해졌으니 이제는 무엇을 할지를 정해야 했다. 나는 문과 출신이기 때문에, 당연히 문과 직렬의 일을 찾았다. 그러다 한 취업 박람회에서, 한 기업의 담당자와 면담을 하던 중에 “자격증도 있으니 자바를 공부해서 IT 엔지니어가 되는 건 어때요?”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렇게 나는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공부했고, 현재 5년간 IT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내가 ‘일본’에서 'IT 엔지니어‘가 되는 게 운명인 듯이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흘러왔다. 어쩌다 실수로 한 회사에 지원했고, 그때부터 가고 싶은 나라와 하고 싶은 일이 정해졌다. 계획 없이 흘러왔지만 이 일을 하게 되었다. 이 일을 하는 것이 내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일본, 특히 일본 IT기업들은 몇 년 전부터 인력난을 겪고 있기 때문에, 해외 인재들을 일본으로 들이고 있었다. 일본기업에서 외국인을 채용하는 건 흔한 일이기 때문에, 내 케이스 또한 특별한 게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운명이네 뭐네 뭘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생각했나 싶다.
아무튼 지금 일이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열심히 일했고, 또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해서 알게 된 것은 ‘이 일이 내 적성에 맞지 않다.’이다. 내가 이 직업을 가지는 게 나의 운명이었다면 나는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할 운명이었나 보다. 농담이다.
적성에 맞지 않은 일을 하고 있으니 이제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보고자 한다. 그리 즐겁지도 그리 잘하지도 않은 일을 하며 남은 인생을 보내고 싶지 않다.
적성을 찾은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처럼 일본에서 아이티 엔지니어 일을 하다 대학 시절 전공했던 예술을 계속하기로 한 친구, 이런저런 일을 하다 자신의 문구 브랜드를 시작한 친구, 명문 예술대학에서 첼로를 전공하다 밴드를 꾸린 기타리스트. 돈을 잘 못 버는 사람도 있고, 돈을 잘 버는 사람도 있다. 물론 수입에 차이는 있지만 내가 느낀 그들의 공통점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자신의 청춘을 걸었다는 것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불확실성에 자신의 시간을 건 사람들이지 않을까.
나의 적성에 대해 생각해 본다. 전혀 모르겠다. 어떠한 답도 나오지 않는다. 내 시간을 걸 준비는 되어있는데 무엇에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내가 잘하는 일을 찾아가고자 한다. 운이 좋아 어쩌다 찾게 되면 좋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사라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