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8번 출구」를 보고 - 라벨의 볼레로

by 남듄

읽으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말에 대한 묘사가 있습니다.



영화는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로 시작합니다. 90년대생 투니버스 친구들에게는 디지몬 어드벤처의 극장판에 나오는 음악으로 알려져 있을 겁니다. 들어본 사람들은 알지만 볼레로는 굉장히 단순한 곡입니다. 15분 동안 같은 멜로디를 반복할 뿐이거든요. 단순하기 때문에 더욱 사랑을 받는 곡입니다. 그리고 「8번 출구」에서는 볼레로를 들으며 회사로 출근하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이어폰을 잠시 빼보자 갓난아이의 엄마에게 소리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애를 조용히 시켜라' 이거죠. 이때 말리는 게 보통 영화의 주인공 일 텐데, 「8번 출구」의 주인공은 다시 이어폰을 끼어버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2VdOZcEOT8&t=48s


역 출구로 향하는 주인공 옆으로 남자 회사원 한 명이 지나갑니다. 주인공은 계속 걷습니다. 출구로 가는 통로가 계속 지어집니다. 잠시 후, 아까 지나갔던 남자 회사원이 다시 주인공 옆을 지나갑니다. 같은 공간에 같은 사람이 무한 반복 되고 있습니다. 이 상황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무한 반복되는 공간에서 '이변 [異變]'을 찾아야 합니다. 영화는 등장인물들이 탈출하려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회사원'과 '아기'가 있습니다. '회사원'에게 '아기'는 짜증 나고 자신을 방해하는 존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의 일상에 '아기'가 들어오는 것을 거부합니다. 만인 지하철에 갓난아기가 왜 타냐고 소리를 지르던가, 아기가 생겼는데 어떻게 하겠냐는 전 여자친구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거나, 무한 반복 공간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버려 버리기도 하죠. 하지만 8번 출구를 찾아 탈출하는 사람은 '이변'을 받아들이는 주인공입니다.


이제 주인공은 전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지하철에 타 [볼레로]를 듣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갓난아기에게 조용히 하라고 소리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다시 이어폰을 끼려 하지만 결국 끼지 않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영화에서는 '이변'이 아이로 표현되었지만, 평소와 다른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갈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떤 이유로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늘 똑같을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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