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서점에 간다> -시마 고이치로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가는 자신의 세계를 얼마나 넓힐 수 있는가와 연관된다. (p.115)
1. 좋은 아이디어는 넓은 식견에서 나온다. 세상에는 한 분야의 난제가 의외로 다른 분야에서는 이미 해결된 지 오래인 경우가 꽤 있다. 세상은 복잡하고도 면밀히 연결되어 있음으로 문제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공통 원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 분야에만 집중하면 오히려 확증 편향에 빠질 우려도 있다. 그래서 통합형, 융합형 사고를 추구하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그만큼 사고도 유연해진다.
전혀 다른 것, 아무도 연결시키려고 생각하지 못한 것을 잇는 능력이야말로 기획력이다. 업무에서 성과를 내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어떤 특정 분야를 깊이 파고들어 비교할 수 없는 실력을 갖추는 것이고, 또 하나는 주위의 다양한 지식을 받아들여 강해지는 이종 교배다. 기획이나 아이디어는 후자에 해당한다. (p.117)
2.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느 한 분야에서 돋보이는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오래된 분야나 진입 장벽이 낮은 분야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다면 같은 노력으로도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 기획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가고 있는 방향에서 살짝 틀기만 해도 우리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 있다. 기획은 서로 다른 분야를 절묘하게 섞었을 때 돋보인다. 같은 아이디어라도 그것을 담은 그릇에 따라 새로운 아이디어로 탄생하는
것이다.
정보와 정보를 조합할 때 중요한 것은 기획자의 '시점' 또는 '관점'이다.
잡지에는 필연적으로 자신이 평소에 흥미롭게 생각하지 않는 정보도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예상 밖의 정보를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 (p.122)
3. 다만 서로 다른 분야를 섞을 때는 타당하고 일관된 독특한 시점과 관점이 필요하다. 시점과 관점을 찾는 것이 우선 되어야 서로 다른 것이 조화롭게 섞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일본의 패션잡지 '뽀빠이'는 패션 잡지이지만 간혹 도시 가이드나 영화, 집, 음식, 자동차 등 패션과 관련 없어 보이는 소재로 특집호를 발간한다. 그런 이슈들을 살펴보면 패션과 다른 분야임에도 뽀빠이만의 독특한 관점으로 새로운 정보를 접하게 되는 신선함이 있다. 바로 관점에서 오는 기획의 신선함이다.
기획에는 자본이 필요 없다. 눈에 보이는 모든 풍경이 소재가 된다. 거기에서 얼만큼의 정보를 읽어 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p.131-132)
4. 뛰어난 기획이라는 것은 천재적인 이미지가 있다. 범접하기 어려운 주제를 심오하게 다뤄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경험했던 인상적인 기획들은 사소하고 평범한 주제에서 찾아낸 무엇이 대부분이었다. 그 무엇이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그러한 일반적인 주제였다. 물론 사소한 것을 끄집어낸다는 자체가 천재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범접하기 어려운 소재만이 뛰어난 기획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데 의미가 있다. 매일의 시선이 닿는 사소한 것들에 특별한 가능성이 숨어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것을 읽어내는 관찰력이다.
지적 자본을 늘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세계를 넓혀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세계'는 정보이고, 세계를 넓히기 위해서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즉 모르는 것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딱히 어디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알아 두어야 할 정보 ... 새로운 세상을 보는 법부터 잡학까지 다양한 분야를 포함한다. (p.133)
5. 나는 주로 책을 고를 때 비문학을 선호하는 편이다. 책을 크게 문학과 비문학으로 나눈다면 그렇다. 뭔가 문학은 읽은 후에 얻을 수 있는 게 눈에 보이지 않는 느낌이기도 하고, 스토리에 몰입하는 자체가 때론 정신적 피로도를 쌓는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문학에도 의도적으로 관심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중인데, 그러다 보니 이전에는 단점으로 느껴졌던 것이 오히려 장점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소설의 경우 중요한 것은 스토리 자체이지만, 읽다 보면 그 스토리의 배경이 되는 도시나 시대, 인물의 직업이나 인물 간 관계, 심리 묘사 등 많은 지식이 녹아있음을 무의식적으로 체험하는 것이다. 이러한 체험은 비문학을 읽을 때와는 다른 유익이 있다. 비문학은 보통 주제가 정해져 있고, 그것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가 들어있다. 그러나 소설은 내가 몰랐던 것을 접하는 무작위적인 체험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간접 경험은 내가 몰랐거나 관심 없던 것들에 대해 새로운 정보를 준다. 이것이 세계가 넓어지는 것이다.
목적이나 답변을 얻기 위해 일직선으로 가지 않고 우회하는 과정에서 사고력이 깊어진다.
일부러 답을 찾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 목적을 가지고 찾은 것만으로는 참신한 기획이 나올 수 없다.
책은 샛길로 빠지는 통로다. (P.135)
6. 건축이나 예술에서 직선은 인간의 선으로 불린다. 곡선은 신, 또는 자연의 선으로 불린다. 일직선이라는 것은 한 가지 답을 의미한다. 그것은 획일적이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답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나 곡선은 다양하다. 셀 수 없을 만큼 무한하다. 곡선에는 가능성과 창의성이 있다. 개성이 있다. 고유한 정체성이 있다. 우리의 생각도 그렇다. 기획으로 가는 길은 최대한 비틀고 휘어져야 새롭고 깊어진다. 인간은 불확실성을 두려워한다. 길을 잃는 것을 피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리는 길을 잃고 헤맬 때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
대부분의 책은 보통 한 줄로 요약 가능한 주제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책 자체는 300쪽 내외의 분량을 가지고 있다. 이 말의 뜻은 책에는 중복된 내용도 많고, 때론 주제를 어느 정도 벗어나는 문장도 있다는 뜻이다. 또, 독서는 사고의 과정이기 때문에 읽다가 잡념으로 빠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구성도, 독서를 하다가 딴생각에 빠지는 경우도 모두 우리의 사고를 넓히는 과정의 하나다. 책은 우리의 사고를 새로운 샛길로 빠지도록 도와주는 거대한 세계의 통로다.
독서는 여행이다
독서는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떠나는 여행과 같다. (p.136)
7.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보통 한 도시에 오래 머물면서 걸어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도착했을 때는 낯설게 느껴지던 도시가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진다. 큰 길만 다니다가 자연스럽게 좁은 골목에도 발걸음을 하고, 그곳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수많은 작은 만남을 경험한다. 처음의 목적지는 도시였으나 그 안에서 만나게 될 작은 것들은 모두 예상 밖의 경험이다. 우리는 우연한 경험을 위해 새로운 도시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제목이나 주제, 저자, 스토리, 명성 등으로 책을 선택하지만, 그 안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문장은 예상하지 못한다. 그리고 깨달음과 감동은 예상하지 못한 그곳에서 만나게 된다. 독서는 또 하나의 여행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