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서점에 간다> - 시마 고이치로
'이 책과의 만남은 일생의 한 번뿐' (p.79)
1. 사람과의 만남도 그렇지만 책과의 만남도 귀하다. 보통 초판 1쇄는 2000부 내외로 인쇄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 후에는 1000부 이하로 찍어낸다고 한다. 베스트셀러는 절판될 위험이 잘 없지만, 대부분의 책들은 초판 1쇄를 끝으로 절판된다. 이런 책 자체가 한정판인 것이다.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2000명 미만의 특별한 소수가 된다.
절판된 책들 중에는 보석 같은 책이 더러 숨겨져 있다. 제목이나 디자인, 마케팅 부족으로 인해 좋은 내용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이다. 또 어떠한 책들은 독자들이 소문내지 않고 비밀스럽게 자기들만 보는 경우도 있다. 나만 알고 싶은 책은 남에게 추천하지 않는 법이다. 영업기밀 같은 느낌이랄까. 이런 책들은 다들 소장하기 때문에 중고시장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보석 같은 책은 그렇게 세상에서 사라진다.
우연히 끌리는 책을 만났는데, 그 책이 베스트셀러도 아니고 스테디셀러도 아니라면 다시 만날 기회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끌리는 책은 읽지 않더라도 구입하는 것이 좋다. 현대 소비 사회에서 '살까 말까 할 때는 사지 마라.'가 대부분 답이지만, 도서에서 만큼은 '살까 말까 할 때는 사는 게 좋다.'
책을 사는 행위는 거기 들어 있는 정보를 원했던 '자신의 사고 회로를 표시해 둔다'는 의미가 있다. (p.81)
2. 책 구입은 일종의 즐겨찾기, 깃발 꽂기와 같다. 나는 책을 구입할 때 책의 앞부분에 있는 약표제지 부분에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구입 기록을 적어둔다. (포스트잇에 적는 이유는 완독 전에는 소장할 가치가 있는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구입한 년도와 날짜를 적고 구입한 곳과 같이 산 책이 더 있다면 그 책의 제목들도 함께 적는다. 그렇게 하면 나중에 그 책을 보았을 때, 어느 시기에 구입했는지 떠올릴 수 있고, 그 시기에 했던 고민들을 되짚어볼 수도 있게 된다. 또 함께 구입했던 책들을 떠올리며 무엇에 관심이 있었는지도 알 수 있어서 간단한 습관이지만 생각보다 유용하다.
책은 읽지 않아도 괜찮다 (p.81)
3. 책은 소장하는 것만으로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여러 번 회독하며 책을 완전히 소화시키는 것이지만, 그저 책장에 꽂아두는 것만으로 분명 의미가 있다. 시선 안에 두는 것만으로 그 책의 주제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언제든 꺼낼 수 있다는 자체가 가치 있는 것이다.
산 책은 자신이 알고 싶고 갖고 싶은 욕구의 거울이다. (p.82)
4. 서점의 베스트셀러를 둘러보면 사회 이슈나 그 시기의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실시간 인기 검색어 순위와 비슷하다. 개인이 구입하는 책의 목록도 개인화된 검색어 순위와 같다.
책은 그리 신성한 것이 아니다. 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고 포스트잇을 붙이거나 가끔은 책장을 찢어도 괜찮다. 책도 그저 하나의 물건 ... (p.83)
5. 책은 그저 물건일 뿐이다. 고대에 쓰인 원서 진본이라면 그 책은 그 자체로 귀중한 물건이 되겠지만, 우리가 접하는 책 대부분은 그저 흔한 공산품에 지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 내용도 성경이 아닌 이상 모든 부분이 중요하지 않다. 독자가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있고, 좋은 책일수록 그 비율은 적겠지만 오류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책에 필요한 부분만 적절히 취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도 보충하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책이라는 물건을 소중히 다룰수록 그 안의 내용은 독자와 멀어진다.
책에는 '꽝'도 있다
정보를 보는 눈을 기르기 위해서는 결국 '얼마나 실패를 했는가', 다시 말해 꽝을 맛보았는지가 필수 조건이다.
최종적으로 자신의 판단 기준을 세워야 한다 (p.84-85)
6. 모든 소비가 그렇지만 책 소비에도 성공과 실패가 있다. 그 기준은 스스로가 정하는 것이다. 안목이라는 것은 스스로 판단해야 생기는 것이다. 좋은 책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꽝인 책을 걸러내는 것도 중요한 기술이다.
"다른 사람의 추천에 의존하는 것은 호기심을 포기하는 것"
성장과 발전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호기심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p.88)
7. 그런 의미에서 책을 보는 안목은 스스로 기를 때만 가질 수 있다. 특히 책은 읽는 사람에 따라 제각각으로 읽히고 복합적인 것이라서 누군가의 추천은 생각보다 별로인 경우가 많다. 자신의 수준이나 상황이나 취향에 맞춰 호기심을 충족시킬 책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인상적인 문장을 한 줄이라도 발견한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독서를 한 것이다. (p.90)
8. 책의 모든 부분이 중요할 수는 없다. 단 한 줄을 위해서 쓰인 책들도 많이 있다. 그리고 그 한 줄, 한 문장만으로도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병독이 좋은 점은 서로 다른 책에 쓰인 내용이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연결되는 데 있다. 또 병독은 같은 것을 다른 시점으로 볼 수 있게 해 준다. (p.91)
9. 병렬독서도 하나의 독서방법이다. 무조건 책 하나를 다 끝내야 새로운 책으로 넘어가는 독서법보다 훨씬 독서를 즐겁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책을 읽다 보면 분야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공통된 메시지를 발견할 때가 있다. 이럴 때 새로운 사고가 확장되는 것이다.
책이나 정보는 다면체다. 같은 책이라도 정리된 방법이나 놓여 있는 장소에 따라 전혀 다른 것으로 보인다. (p.106)
10. 이 책의 저자, 시마 고이치로는 책이 화학작용을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누가 그 책을 읽고 있느냐에 따라, 또 어떤 책들과 함께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유명 시인이 추천하는 A라는 책과 유명 기업인이 추천하는 A라는 책은 같은 책일지라도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느낌은 분명 다른 것이다.
책을 사는 것은 지식을 넓히는 기회일 뿐만 아니라 흥미의 확장이기도 하다. (p.109)
11. 책이라는 것은 앞서 말했듯이 공산품이기도 해서 그 자체로 소비하고 소유하는 즐거움이 존재한다. 왠지 책을 다 읽지 않고 소유하는 것만으로 그 책의 주제를 소유한 기분도 든다. 디자인이 멋진 책이라면 그 자체로 오브제 역할도 한다. 책을 구입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즐거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