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서점에 간다> - 시마 고이치로
우리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 (p.51)
1. 자동차의 왕으로 불렸던 핸리 포드는 이런 말을 남겼다.
"만약 내가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어봤다면, 그들은 더 빠른 말이라고 답했을 것이다." 비행기를 몰랐다면 보다 빠른 배를 원했을 것이다(과거에 하늘을 날아 이동하는 것은 한낱 꿈이었다.). 스마트폰을 몰랐다면 전화기와 카메라 그리고 cd플레이어를 각각 원했을 것이다(심지어 모바일 인터넷 기기는 꿈도 못 꿨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우리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다. 알고 있는 한계에서만 원할 뿐이다.
'인간은 모든 욕망을 언어화하지 못한다'(p.52)
욕망은 언어화됨으로써 명확해지고 그제서야 비로소 충족시킬 수 있는 대상이 된다. (p.54)
2. 아직 말을 배우지 못한 어린 아기들은 모든 의사소통을 울음으로 한다. 졸려도 울고, 배고파도 운다. 그러나 아무리 부모라 해도 아기의 울음만으로는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다. 아기는 자신의 욕구를 언어로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욕구를 바로 채우지 못한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 이상이다. 그러나 언어로 정확히 짚어낼 수 없는 욕망은 쉬이 해소되기 어렵다. 마치 빛은 적외선부터 자외선까지 존재하지만 우리는 가시광선만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언어로 표현하지 못한 욕망은 실재하지만 느낌만으로 존재할뿐 사실은 모른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욕구를 분명한 언어로 표현해야 충족할 수 있다.
언어화할 수 없는 것은 검색도 할 수 없다. (p.55)
3. 인터넷에 모든 정보가 다 있다 해도 우리는 그것을 검색해야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검색하기 위해서는 언어로 정확히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서점은 숲 전체를 바라보는 지도와 같다. 찾는 책이 세계의 어디에 속해 있는지 상대적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p.61)
4. 서점의 장점은 내가 원하는 지식을 책이라는 물건을 통해 지식의 세계를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찾는 책이 어느 구역에 위치에 있는지, 그 책 주변에는 어떤 주제의 책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우리는 지식의 위치를 물리적으로 명확히 알 수 있다.
쓸데없는 정보가 중요하다 (p.63)
좋은 기획은 바로 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기던 '쓸데없는 정보'의 서랍에서 나온다. (p.64)
5. 기획은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새로운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모르고 있던 것, 쓸데없는 정보의 구석에서 불쑥 튀어나온다. 서랍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다가 그것이 필요한 순간 번개처럼 튀어나오는 것이다.
'쓸데없는 것을 만나는 행복'이 서점의 본질 (p.70)
6. 쓸데없지만 결국 쓸모 있는 정보를 만나는 곳이 서점이다. 서점에는 수많은 책이 있다. 마치 시부야의 스크램블 교차로를 지나는 행인들 같이 눈길 닿는 곳마다 다양한 책이 있다. 우리는 그 눈길 닿는 곳에서 지금 나에게 당장 필요 없는 이른바 쓸데없는 정보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또, 서점은 들판의 클로버 숲과 같다.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하나의 다른 책. 그리고 언젠가 그 책의 제목이 문득 생각나 쓸모를 찾았을 때 비로소 그 책은 네 잎 클로버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서점에는 수많은 행복 사이, 네 잎 클로버 같은 인생책을 만나는 행운이 있다.
책은 읽기 전까지는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없다 (p.70)
7. 책이라는 것은 제목이나 저자의 배경을 통해 어느 정도 내용을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책을 안다고 말할 수 없다. 책은 읽어봐야 안다. 그리고 어떤 책은 여러 번 읽어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
책을 읽은 경험과 책을 읽으며 생각한 것은 그 사람의 앞으로 인생에 어디서 어떻게 도움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p.73)
8. 책을 읽는 것은 자료조사와는 성격이 다르다. 자료조사는 당장 필요한 것을 찾아내는 것이지만 독서는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를 정보를 수집하는 것과 같다. 심지어 그 정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어떤 것은 금방 잊어버릴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독서는 효율과는 멀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는 취미로써 즐겨야 계속할 수 있다. 독서는 지금 나에게 유용하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즐겁기 때문에 독서를 하다 보면 언젠가 쓰인다. 만약 쓰이지 못한다 해도 세상에 정말로 쓸데없는 정보는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