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서점에 간다> - 시마 고이치로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일수록 필요한 것은 많은 지식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다.
의외로 생활에서 우연히 접한 예상 밖의 정보가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다.
좋은 기획이나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싶다면 일단 서점에 가자 (p.12-13)
1. 더 이상 정보는 소수가 독점하는 비밀이 아니다. 오히려 개인이 소화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정보로 인해 정보라는 자체는 쓸모없는 쪽에 가까워졌다. 특별한 전문가는 본래 어떤 지식을 독점하는 사람이었다. 그게 요리의 비법일 수도 있고, 법이나 전문 기술의 형태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그러한 대부분의 비법은 인터넷 어디서든 쉽게 검색을 통해 알아낼 수 있다. 다만 문제는 그것이 정말 쓸모 있는 정보인지 분별할 수 있는가이다.
2. 이 시대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필요하다. 하나는 수많은 정보 중에 정말 유용한 것이 어떤 것인지 가려내는 사람이고, 또 다른 하나는 기존의 정보가 아니라 새로운 생각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다.
전자의 경우 한 분야를 깊게 파고들면 그 분야에서 옳고 그름을 판별할 수 있는 분별력 있는 전문가가 된다. 후자의 경우는 좀 더 복잡한데, 새로운 생각이란 것은 어떠한 전문 기술에 의해 해낼 수 있는 성격의 결과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새로운 생각을 해내는 과정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한다. 그것은 우연성을 얼마나 자주 접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연성으로 가득 차있는 서점이라는 공간은 새로운 생각을 해내는 과정으로 가는 하나의 지름길이다.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서는 스스로 머리를 짜내는 것뿐 아니라 가능한 많은 정보를 모을 필요가 있다. (p.20)
2. 일반적으로 좋은 아이디어는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단 번에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여러 명의 생각들을 겹치고 모으고 더해야 좋은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다. 결국 좋은 아이디어는 최대한 많은 정보에서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평소에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볼 필요가 있다.
서점은 일상에서 새로운 정보와의 만남을 최대한 늘릴 수 있는 장소다. (p.21)
3. 우리는 일상에서 새로운 정보를 얼마나 접하고 있을까? sns나 음악, 영화 스트리밍 사이트를 생각해 보면, 매일같이 새로운 정보를 만나게 된다고 느낀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새로운 정보일까? 다시 생각해 보면 우리가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접하게 되는 정보는 대부분 알고리즘에 의해 노출되는 정보다. 알고리즘은 내가 평소에 즐겨보던 범위 안에서만 새로운 정보를 제공한다. 문제는 알고리즘이 하나의 거대한 우물이라는 것이다. 알고리즘 추천에 의존하면 할수록 우리의 인식은 스스로 만든 우물을 넘지 못하고 고여있게 있게 된다.
인터넷에는 정말 많은 정보가 무한히 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정보가 그곳에 있다 해도 우리는 스크린 안의 정보만 볼 수 있다. 그러나 서점은 다르다. 서점이 가지고 있는 총정보의 양은 인터넷이라는 바다에 비해 연못 수준도 안되지만, 인터넷을 보는 창인 스크린을 넘어서는 거대한 풍경이 있다. 우리는 그 풍경을 통해 인터넷보다 많은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서점은 원조 편집숍 (p.23)
4. 서점은 거대한 잡지와 같다. 우리나라의 대형 서점의 경우 그 색깔이 흐려지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서점의 규모가 작아질수록 그 서점이 갖는 정체성은 확연히 드러난다. 한정된 공간에 매대와 책장을 구성하는 책을 배치하는 자체가 하나의 관점이고 편집이다. 그래서 서점을 가면 그곳이 무엇을 전하고 싶은지 알게 된다.
서점을 둘러보는 다섯 가지 방법
1) 서점에 가는 데 목적은 필요 없다
2) 자신이 가지고 있는 책을 찾아본다
3) 평소에 찾지 않는 코너에 가 본다 (p.27-28)
5. 다섯 가지 방법 중 세 가지에 특히 공감한다. 일단 서점을 가는 데 특정한 목적은 없다. 그냥 산책하듯 가볍게 가는 것이다. 서점의 분위기를 느끼면 된다.
서점은 하나의 낯선 숲과 같다. 그래서 처음 발을 들여놓으면 대부분 헤매게 된다. 그럴 때는 나에게 편안한 곳을 시작점으로 삼으면 좋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이나, 평소에 들어봤던 작가나 책의 제목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 책의 주변부터 천천히 살펴보는 것이다.
반대로 내가 전혀 관심 없던 코너에 가 보는 것도 좋다. 그렇게 함으로써 의식적으로 사고의 편식을 방지하는 첫걸음을 떼게 되는 것이다.
편중된 취향을 가진 사람이 책을 진열하면 서점의 문턱이 높아진다 (p.32)
6. 취향과 관점이 묻어난 서점은 확실히 매력이 있다. 편집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 그런데 그 취향이 지나치게 편중되면 다시 방문하는 것이 꺼려지는 원인이 된다. 서점을 비롯해 도서관은 하나의 제안을 하는 공공의 성격을 지녀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서재가 아닌 이상 편향된 편집은 제안이 아니라 강요가 된다. 문턱이 높은 서점이란 제안이 아닌 강요를 하는 서점인 것이다.
매대에는 문맥이 있다
문맥이 있는 매대란 ... 책의 주제, 내용 등을 유연하게 연결시켜 배치하는 매대를 의미한다. (p.39-40)
7. 서점이 편집숍이라는데 동의한다면 그것은 서점이 하나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데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서점 둘러보기도 사실 이런 서점의 문맥을 이용한 방법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책을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는 이유는 그 책을 기점으로 주변에 펼쳐져있는 연결된 다른 책을 찾아보는 데 있다.
책장은 하나의 세계다.
서점은 정보의 총량으로는 인터넷에 못 미치지만 전체를 짧은 시간에 훑어볼 수는 있다. 이것은 매우 물리적이며 인간적인 경험이다. (p.43)
8. 책은 각각의 세계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책들이 놓여있는 책장은 그 세계들을 모아놓은 세계, 우주에 가깝다. 우리는 사이버 공간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살고 있는 곳은 여전히 물리적인 세계다. 그런 의미에서 정보는 책이라는 물성을 통해 살펴볼 때 더 편하고 익숙하고 짧은 시간에 빠르게 훑어볼 수 있는 것이다.
서점의 책장과 매대를 둘러보는 것은 세계를 여행하는 것과 닮았다. (p.43)
9. 독서는 여행과 같다. 책도 책장도 여행과 같다. 첫 번째 마주하는 여행지는 낯설다. 하지만 그 여행지에 머무르고 자주 찾아갈수록 그곳의 골목도 들여다보게 되고, 점점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 서점도 그렇다. 낯설지만 자주 찾아가고 살펴볼수록 친근해지고 더 깊은 맛을 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