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인테리어에 대해서
얼마전 끝난 흑백요리사2에서 최강록 셰프가 우승했다. 쟁쟁한 요리 대가들과 겨루어 조림이라는 한 가지 방법으로 결승에 올랐다. 결승전의 상대는 고급요리의 상징, 파인다이닝 출신의 요리괴물이란 별명의 이하성 셰프. 이하성 셰프 역시 초반부터 주목받은 굉장한 실력자였으나 최강록 셰프가 끝내 최종 승자가 되었다.
최강록 셰프의 에세이 <요리를 한다는 것>에는 셰프가 생각하는 요리에 대한 독백이 가득하다. 요리라는 분야는 잘 모르지만, 요리를 디자인으로 빗대어 보니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그 중에 이런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고급 식당이 모든 요리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우리에겐 매일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는 백반집도 있어야 한다. 맛의 뾰족뾰족함 없이 한결같고 안정적인 맛을 내는 것도 요리가 추구하는 하나의 방향이다."
디자인으로 바꿔본다면,
"하이엔드 디자인이 모든 디자인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우리에겐 매일 만족스럽게 지낼 수 있는 안락한 집도 있어야 한다. 멋의 뾰족뾰족함 없이 한결같고 안정적인 멋을 내는 것도 디자인이 추구하는 하나의 방향이다." 정도의 번역이 가능하지 않을까?
근래에는 여기저기 하이엔드 인테리어가 눈에 많이 띈다. 고급지고, 아이디어가 번쩍번쩍하다. 참 멋지다. 그러나 그게 집이라는 공간에 있어 정말 답일까 생각하면 확신이 서지 않는다. 나는 편리함보다 편안함이, 화려함보다 보통의 것이, 번쩍번쩍한 것보다 자연스러운 빈티지함이 더 좋다고 느낀다. 멋은 분명 이런 것에도 존재한다. 편안함과 안정적인 멋을 내는 것도 디자인이 추구하는 하나의 방향임에 틀림없다.
어떤 구축 아파트의 디자인 사례를 보았다. 기존 남향의 거실에 커다란 아일랜드 조리대를 설치하고 주방과 다이닝을 배치한 정말 멋진 디자인이었다. 창의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주방의 설비가 얼마나 버틸지 걱정부터 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건축가가 아니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 아닌 기존의 것을 잘 활용하여 새로움을 창작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눈에 띄기 위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무조건적으로 실행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한계에서 가능한 오래 지속되면서 편안한 그런 아이디어를 생각해야 한다고 믿는다. 주어진 한계가 중요하다.
조림이란 기술은 화려한 기술은 아니지만 시간과 재료의 응축이 극한의 풍미를 만들어낸다. 기다림의 미학으로 재료의 본질을 가장 진하게 증명해낸다. 최강록 셰프의 조림 기술은 디자이너라면 탐내야하는 기술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