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아이들이 여럿 꽃다발을 들고 있다.
3월, 봄이다.
나에게 새 학기의 풍경보다 봄을 먼저 알려주는 것은 바람의 변화이다.
바람에는 결이 있다.
겨울의 바람은 날카롭다.
작은 틈새라도 보이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뾰족하게 찌른다.
날카로운 바람에 찔리다 보면 어이없어 웃음이 나올 정도다.
이렇게 얇고 단단한 바람을 마주하다 보면 차분해진다.
그런 바람이다 겨울바람은.
반대로 여름의 바람은 아주 끈적하다.
한 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거미줄처럼 온몸을 겹겹이 쌓아 덮는다.
쭈욱 퍼진 바람은 피할 곳도 없이 그렇게 무겁고 끈적이게 주변을 감싼다.
축축 잡아 늘어지는 바람.
이런 극단적인 계절들 사이에 있는 바람이 편안하다.
아직 덜 녹아 단단하지만 날이 따스해질수록 몽글해진다.
마치 아기 고양이의 발바닥 같다.
가끔 꽃샘추위 발톱을 숨기고 있을지라도 말랑한.
이런 바람을 맞는 지금이 좋다.
겨울이 가나 보다.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