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는 종이책과 전자책이 있다

by Lakoon

나는 90:10 정도의 비율로 종이책을 선호한다. 아니 99:1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얼마 전 지인과 이야기를 하던 중에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 화제에 올랐다. 마침 오래전 읽은 기억이 있어서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지인이 말하길 "책이 두꺼워서 읽는데 오래 걸렸다"라고 하는데 나는 속으로 '어? 그 책이 그렇게 두꺼웠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 책의 두께가 기억나지 않은 것이다. 내가 영화를 보고 책을 읽었다고 착각한 것인가? 다시 기억을 곱씹어 보았다. 분명히 나는 지하철 출퇴근 길에 그 책을 읽었었다. 그리고 계속 의아하던 차에 비로소 이유를 생각해 냈다. 그것은 바로 종이책이 아닌 전자책으로 <오만과 편견>을 읽었기 때문에 기억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종이책을 선호한다. 종이책의 장점은 실체가 있는 물건이라는 것이다. 소유하는 맛이 난다. 게다가 종이책을 읽을 때는 다양한 감각을 사용할 수 있다. 책표지를 볼 수 있고, 종이의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종이의 향을 맡을 수 있으며, 사르륵하며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런 감각은 독서의 기억을 더 오래도록 풍성히 채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 번에 느낀 것인데, 종이책에는 위치 정보가 있다. 책에서 보았던 어떤 내용을 다시 찾아볼 때, 우리는 대충 여기쯤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위치 정보이다. 정보에는 두께도 포함된다. 전자책에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전자책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르게 생각하면 내가 600페이지에 달하는 <오만과 편견>을 쉽게 시작하고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가벼운 전자책에 그 두꺼운 내용을 넣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래전에는 전자책으로 인한 종이책의 종말론이 파다했지만, 아직도 종이책의 위상은 건재하다. 또한 앞으로도 전자책은 종이책을 대신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종이책을 뛰어넘지 못한다 해도 전자책은 종이책과 함께 독서생활을 즐겁고 편하게 만드는 책의 양대 산맥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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