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번에 수능을 본 조카가 나에게 고민상담을 했다.
"삼촌, 전공을 뭘 선택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어떤 교수님은 이 전공을 하라 하시는데 제가 하고 싶은 전공은 다르거든요. 뭐가 좋을까요?"
조카는 항공 우주 공학을 공부하고 싶어 한다. 솔직히 나는 문과에 디자인 전공이어서 조카의 진로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다. 평소 스스럼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내가 뭐라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서 물어봤는지는 잘 모르겠다.
만약 내가 뭔가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다면 내 조카는 아직 순수한 게 틀림없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도 어른이 되기 전에는 어른들이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어른뿐 아니라 겨우 몇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선배들에게도.
어린 나보다 조금이라도 살았다면 인생을 알거라 생각했다. 어느덧 조카들이 바라봤을 때 내가 그런 나이가 되었나 보다. 하지만 나는 나이만 먹었지 아는 게 하나도 없다. 아직도, 그리고 앞으로도 내 인생이 어떻게 풀릴지 모르겠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헷갈린다. 내가 해왔던 일을 하려는 후배들에게도 사실 해줄 말이 별로 없다. 나의 세상과 그들의 세상은 전혀 다를 테니 직접적인 도움이 될 이야기가 없다. 그냥 나는 내 상황에서 내가 해왔던 한 가지 방법만 아는 것이다. 내 경험을 물어본다면 말해줄 수야 있겠지만, 그것이 어떤 도움이 된다고는 전혀 장담할 수가 없다. 그냥 심심풀이로 주고받는 평범하게 사는 이야기에 불과할 것이다.
내가 좋아하고 잘 아는 분야에서도 이런데, 전혀 관계없는 조카의 장래에 대해 내가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짧은 시간 고민하다가 솔직히 말해줬다.
"나도 잘 몰라. 그냥 너가 최대한 아는 선에서 스스로 결정을 내려. 그리고 그 선택에 책임지면 돼. 삼촌도 삼촌의 인생을 모르겠어 ㅎㅎ. 어른들도 사실 자신의 삶이 어떻게 될지 몰라. 그냥 아는 척하는 거야."
내가 알던 어른은 이게 아닌데, 어른이 된 나는 아직도 아무것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