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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자꾸 똑같은 사람에게 끌릴까

한그루의 밤 ep.22

by lala

나는 왜 자꾸 똑같은 사람에게 끌릴까 – 문학이 말하는 감정의 중독


안녕하세요, 한 그루의 밤, 라라입니다. 오늘은 우리가 자주 던지는 질문 하나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나는 왜 자꾸 똑같은 사람에게 끌리는 걸까요? 헤어지고, 상처받고, 다음엔 다르겠다고 다짐하지만 이상하게도 또다시 비슷한 사람에게 마음이 갑니다. 말투, 분위기, 사랑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를 뿐, 결국 나를 힘들게 하고, 나를 작아지게 하는 사람에게 이끌리는 자신을 발견하곤 하죠. 이건 단순한 우연일까요?


우리는 자신에게 익숙한 감정에 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고압적인 분위기에서 자란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과 눈치가 몸에 밴 채로 살아갑니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서도 그런 긴장이 있는 상태가 더 편안하다고 느끼는 일이 생기죠. 익숙함을 안정감으로 오인한 결과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감정의 중독이라 부릅니다. 몸과 마음이 익숙한 감정을 자동적으로 반복하게 되는 것.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사실은 무의식적인 반복 속에 갇혀버리곤 합니다. 이런 패턴은 문학 속에서도 자주 등장합니다.


오늘 소개할 박한솔 작가의 장편소설 『러브 알러지』는 이러한 감정의 중독과 반복되는 관계 패턴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휘현은 연애에 서툰 사람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느끼는 인물이에요. 겉으로는 밝고 유쾌해 보이지만, 누구와도 진짜 감정을 나누지 못한 채 자신의 내면에만 고립된 상태로 살아갑니다. 그런 그녀가 유학 중 만난 사람이 바로 이든입니다. 이든은 따뜻하고 정직한 사람이에요. 상대의 불안에 과하게 흔들리지 않고, 감정을 침착하게 받아내는 성숙한 사람이죠. 그런데 휘현은 그런 이든 곁에서 이상한 신체 반응을 겪습니다. 가슴이 답답해지고, 피부가 간질거리며, 숨이 가빠지는 증상들. 작가는 이 현상을 ‘인간 알레르기’라 부릅니다.


이는 단순한 생리 반응이 아니라, 그녀가 건강한 관계에 익숙하지 않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누군가가 나를 조건 없이 받아주고, 있는 그대로 지켜봐주는 관계가 오히려 더 불편하고 불안하게 느껴지는 것. 왜냐하면, 그녀가 늘 겪어온 감정—거절, 무시, 혹은 인정받기 위해 애써야 했던 긴장—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몸과 마음은 그런 ‘고요함’에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죠.


『러브 알러지』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때로 좋은 사람 곁에서 더 아파진다.” 익숙하지 않은 감정은 낯설고, 낯선 감정은 두렵기 때문입니다. 이든은 휘현의 회피와 불안을 받아내며 그녀를 기다립니다. 그녀가 도망치려 할 때 이렇게 말하죠. “내 말은, 지금 날 피하지 말란 뜻이야.” 이 말은 저에게 오래 남았습니다. 감정의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따뜻한 기다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새로운 감정을 선택할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 문장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자꾸 똑같은 사람에게 끌리는 이유는 그 감정이 사랑이라서가 아니라, 너무도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그 익숙함은 내 안의 상처가 불러오는 감정일 수도 있어요. 그러니 우리는 관계를 맺을 때 “좋아하는 감정”보다 “편안함을 느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스스로 구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익숙함이 항상 옳은 방향으로 안내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오늘도 혹시 또 같은 감정 속을 반복하고 있다면,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보세요. 지금 이 감정은 정말 나에게 건강한 편안함을 주는가? 그것이 단지 익숙하기 때문은 아닌가? 감정의 중독에서 벗어난 사랑은, 아마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우리를 살게 할지도 모릅니다.


한 그루의 밤, 라라였습니다. 다음 밤에도, 함께 걸어요.


� 매일 밤, 문학과 철학의 한 그루.

라라의 문장이 당신의 밤에 조용히 닿았다면, 그 마음을 전해주실 수 있나요?

� 후원 계좌: 국민 048402 04 207069 박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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