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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저넌에게 꽃을』 – 지능이 전부가 아닌 삶에 대하여

문학과 철학의 밤 산책 – 한그루의 밤 ep.21

by lala

안녕하세요, 한 그루의 밤, 라라입니다.

오늘은 대니얼 키스의 걸작 『엘저넌에게 꽃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 작품은 인간의 본질과 존엄에 대해 가장 슬프고도 깊이 있게 묻는 소설 중 하나입니다. 지능은 삶의 전부가 될 수 있는가? 더 똑똑해지는 것이 과연 더 나은 삶을 보장하는가? 우리는 그 질문 앞에서 흔들리게 됩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찰리 고든, 지능이 낮은 한 청소부입니다. 순수하고 사람을 잘 믿는 그에게 어느 날 과학자들이 접근해 ‘지능 향상 수술’이라는 실험을 제안합니다. 찰리는 엘저넌이라는 실험용 흰쥐가 이미 성공적으로 지능이 높아진 걸 보며 수술을 받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수술은 성공합니다.


찰리는 책을 읽고, 외국어를 배우고, 철학까지 이해할 수 있는 지적 천재가 되어갑니다. 그러나 놀라운 성장은 외로움을 동반합니다. 지능이 높아질수록 사람들과의 거리는 멀어지고, 예전에는 웃고 넘겼던 사람들의 조롱과 무시가 이제는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과거의 자신이 얼마나 외면당했는지, 이용당했는지 깨달으며 찰리는 인간 사회의 잔인함과도 마주하게 됩니다.


그는 자신을 이끈 과학자들에게도 실망합니다. 그들이 말한 ‘인간 향상’은 실은 자신의 실험 욕망을 위한 포장이었을 뿐이라는 걸 알게 되죠. 그리고 그 모든 의문을 품기 시작했을 때, 엘저넌에게 이상 신호가 나타납니다. 쥐의 지능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는 겁니다. 찰리는 그것이 자신의 미래가 될 거라는 걸 직감합니다.


이후 찰리는 자신이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갈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직접 논문을 쓰고, 과학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엘저넌이 죽습니다. 찰리는 무덤을 만들어주며 조용히 꽃을 놓습니다.


그리고 자신 역시, 차츰 모든 능력을 잃어갑니다. 언어, 지식, 사고력까지 하나씩 무너져갑니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까지 품위를 잃지 않아요. “엘저넌의 무덤에 꽃을 놓아주세요.” 그 말은 찰리의 마지막 존엄이고, 마지막 바람이 됩니다.


이 작품이 왜 이토록 오랜 세월 사랑받는지, 저는 그 이유를 ‘기억’과 ‘존엄’에서 찾습니다. 지능이 높아지는 동안 찰리는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획득했다고 느꼈지만, 실은 그 이전에도 그는 충분히 존중받아야 할 존재였다는 걸 알게 됩니다. 누군가를 ‘쓸모 없음’으로, ‘부적합함’으로 분류하는 사회의 시선은 얼마나 잔혹한가요?

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말했습니다.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너’로 존재할 때 비로소 온전한 ‘나’가 된다.” 찰리는 고립 속에서 ‘나’를 되찾지 못했고, 사람들은 그를 ‘그것’처럼 대했지, ‘너’로 대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너’가 되어줄 수 있을 때,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엘저넌에게 꽃을』은 과학의 윤리, 인간의 존엄, 그리고 삶의 의미를 되묻는 작품입니다. 더 똑똑해지고 싶다는 욕망보다, 더 따뜻해지고 싶은 바람이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는 진실을 이 작품은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삶에서 ‘엘저넌’은 누구인가요?


당신이 조용히 꽃을 놓아주고 싶은 존재는 누구인가요?


오늘도 문학을 통해 삶의 깊은 질문을 함께 걸었습니다.


지금까지 한 그루의 밤, 라라였습니다.

다음 밤에도, 함께 걸어요.


� 매일 밤, 문학과 철학의 한 그루.

라라의 문장이 당신의 밤에 조용히 닿았다면, 그 마음을 전해주실 수 있나요?

� 후원 계좌: 국민 048402 04 207069 박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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