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그루의 밤 ep.30
우아함이란 무엇일까. 어떤 이는 그것을 아름다움이라고 말하지만, 우아함은 단지 아름다움과는 다른 결을 지닌다. 그것은 더 섬세하고, 더 느리며,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우아함은 누군가가 조용히 문을 닫는 아주 사소한 손짓일 수도 있고, 말없이 찻잔을 건네는 동작 속에 숨어 있기도 하다. 그것은 꾸미지 않았으나 온기가 있으며, 설명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감지되는 정서다.
피에르쌍소는 『느리게 산다는 것』에서 “우아함이란 필연성과 자유가 결합된 상태”라고 말했다. 정확히 그렇게밖에 될 수 없었던 동작이면서도, 그것이 결코 강요된 흔적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때, 우리는 비로소 그 순간을 ‘우아하다’고 느낀다. 마치 몸이 미리 알고 있었던 듯한 움직임. 사유보다 먼저 도착한 감각의 궤도처럼, 우아함은 무언가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진실이 된다.
우아함은 끊기지 않는 순진함을 드러낸다. 이 순진함이야말로 진짜 의미의 자연스러움이다. 계획하지 않았지만 정확하게 도착하는 움직임, 꾸미지 않았으나 완성된 손짓. 바로 그 사이 어딘가에서 우아함은 태어난다. 우아한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건넨다. 몸짓 하나가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전하는 사람. 그런 사람은 애써 두드리지 않아도 타인의 마음의 문을 조용히 열어준다.
우아함은 느림과 함께 존재한다. 가스통 바슐라르는 『공기의 시학』에서 “공기는 누구에게나 있으나, 공기의 존재를 느끼는 이는 드물다”고 썼다. 우아함도 그렇다. 언제나 우리 주변에 있지만,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마음은 드물다. 우아함은 소리 높이지 않고, 과시하지 않으며, 가만히 주변을 감싼다. 그리고 그 조용함 때문에 오히려 사람의 감각을 다시 깨우는 힘이 있다. “의지와 리듬이 맞물린 상태” 그것은 반복과 기술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감정의 결이다. 행동이 감정에서 멀어지지 않고, 감정이 행동을 덮어버리지 않는 지점. 그 예민한 경계 위에 우아함이 놓인다.
내가 기억하는 우아함의 한 장면이 있다. 한겨울, 카페 사장님이 굳은 손으로 귤 하나를 건넸다. 감귤나무 가지처럼 가느다란 손가락은 탱글탱글한 작은 열매를 내게 내밀었고, 나는 아무 말 없이 그것을 받았다. 귤껍질을 까는 내 손끝은 느렸다. 억지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그 오후의 기온, 그 정지된 듯한 시간이 우아했다. 모든 움직임은 필연처럼 정교했지만, 누구도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그건 그냥 그렇게 오는 온기였고, 나도 그렇게 받아들였다.
우아함은 설명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순간만큼은 세상의 균형이 잠시 회복된 듯한 기분이 든다. 우리는 왜 그런 순간을 잊지 못하는 걸까. 어쩌면 우아함이야말로 인간 안에 남은 마지막 질서이자, 동시에 가장 부드러운 자유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조용히 우리를 감싸고, 천천히 감각을 회복시킨다.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지만 모든 것을 내어주는 방식으로.
당신도 오늘, 누군가의 작은 몸짓에서 세상이 잠시 조용해지는 순간을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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