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내면을 피하는 사람들 – 한 그루의 밤 ep.34
프랑스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은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모든 불행은, 조용히 혼자 방에 머물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 말은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유효하게 적용되는 말이다.
우리가 느끼는 불행은 온전히 나를 혼자 두지 못하는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우리는 마땅히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며 휴대폰을 스크롤하고, 메시지를 들여다보며, 오늘 누군가가 내게 했던 말을 끊임없이 곱씹어보고는 한다. 고요의 시간을 파고드는 것은 늘 타인의 목소리다.
우리는 왜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것을 어색해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일까?
진심을 마주보는데에 역시나 많은 용기가 필요한 것일까?
내면을 정면으로 마주했을 때 내가 느끼게 될 고통이 얼마나 클지 알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타인에게는 내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어 안달을 하면서도 정작 들어달라고 두드리고 있는 내 마음은 외면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자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과 돈이 필요하다고. 자기만의 방이 없으면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에게 휘둘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쩐지 현대인의 삶은 조용히 홀로 있을 수 없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듯 하다.
오늘 하루 조용한 방에 앉아 내가 내게 말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침묵이 거북한 이유는 내면의 목소리가 너무 생생하기 때문이다. 조용히 내게 말을 걸어본다면 그동안 괜찮지 않았지만 넘겨야 했던 불편한 마음들이 조금씩 얼굴을 들어줄 것이다. 파스칼이 인간은 이성을 지닌 벌레라고 말했듯, 인간은 연약하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이성을 지닌 존재이기에. 내 안의 불편함을 피해 도망치는 대신 그 곁에 잠시 앉아 있어보는 용기를 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