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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렇게까지 애써야만 했을까

한 그루의 밤 ep.37

by lala

나는 너무 자주 이런 생각을 안고 살아왔다.

"나는 지금 이대로 괜찮을까?"

"나는 쓸모 있는 사람일까?"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애쓰면서 살아가는 걸까.


회사에서, 친구에게, 가족에게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나고

그 마음은 오랫동안 누적되어 오며 나를 죄여온다.


처음에는 그런 마음이 나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된다고 착각했었다.

칭찬받고 싶고, 잘하고 싶고, 누군가의 마음에 들고 싶다는 마음은

스스로를 다듬고 노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능력으로 내가 힘써서 보여주기 위해 허둥지둥 에너지를 착즙했다.


내가 원하는 '나'가 아니라 남이 원하는 '나'에 맞춰서 살아가다 보면

반드시 마주하는 얼굴이 있다. 바로 번아웃이다.


말없이 무너지고 모든 것이 허무해지고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뭐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사랑받기 위해 증명해야 했던 시간들이 너무 무겁게 나를 내리누른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서 벌레로 변한 그레고리는 점점 주변 사람들로부터 투명해진다.

처음엔 걱정해 주는 것만 같았던 가족이나 회사 사람들도 돈을 벌어오지 못하자

무섭게 그레고르를 조여오기 시작한다. 그레고르가 지키고 싶어 했던 가족이나 일도 결국 그를 버리게 된 것이다. 그의 외로움이 너무나도 깊게 마음에 와닿았다. 매일 내가 겪고 있던 외로움과 너무 닮아서.


인생은 순서가 있는 서수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내가 명문대를 나오고, 좋은 회사를 들어가고, 돈을 많이 벌고, 상품으로써 잘 포장되어야 한다고 믿고

사회에서 원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 훈련받고, 끼워 맞춰 살았던 시간들. 이 순서대로 차곡차곡 기계처럼 살아야만 내가 원하는 걸 가질 수 있다는 망상을 하며.


그러나 인생은 어떤 조건을 갖춰야 다음이 오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내 존재만으로도 누군가는 나를 사랑해 줄 수 있고, 나에게 맞는 제안이 들어올 수도 있고, 원했던 것을 얻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조건만 채우고 또 다음 조건을 채우고 도장 찍듯이 살아가는 인생은 그 자체로 착각이고 허영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존재 자체로 인정해 주는 연습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도, 사회에서 박수 쳐 줄 과업을 달성하지 못했어도,

잘 먹고 잘 자고 내가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존재 자체로 충분히 행복했다,라고 말해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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