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결론을 내린 나는 흘깃 서연을 건너다봤다. 생각에 빠진 슬픈 옆얼굴이 보였다. 그런 얼굴을 보니 또다시 마음이 뒤숭숭해졌다. 나 같았으면 길길이 화내고 날뛰었을 텐데 서연은 왠지 걱정하고 있는 얼굴이었다. 최도윤을 말이다. 이쯤 되니 도대체 서연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알 수 없었다. 그동안 절교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했다. 딱 잘라서 부담스럽다고 말 할 수 있는 기회도 얼마든지 있었다. 설사 그게 어려웠다 치더라도 남자친구가 생긴 다음부터는 선을 그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서연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최도윤 차단한 거 아니었어?”
나는 눈을 부릅뜨고 서연에게 따지듯 물었다.
“했었는데... 다시 풀었어.”
서연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왜 풀었는데.”
입 안의 속살을 꾹 깨물고 되물었다. 점점 더 진창 속에 빠지는 것처럼 속이 답답해졌다.
“죽겠다고...”
“뭐?”
지나가는 차 소리에 서연의 목소리가 묻혀버리자 나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되물었다. 이게 문제였다. 임서연은 늘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자신의 목소리마저 잃어버리는 사람이다.
“죽어버릴 거라고 해서.”
짧은 한숨과 함께 서연이 실토하듯 말을 뱉었다.
“죽을 거라고 널 협박했단 거야? 차단했다는 이유로?”
서연이가 하는 말들이 믿겨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최도윤은 공공연하게 서연을 왕따 시키면서도 뒤로는 차단을 풀어달라며 매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상황을 듣고 보니 좀 전에 최도윤과 임서연의 행동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것도 같았다. 임서연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쳐다보고 있었던 최도윤도, 별 거 아니라며 나비눈을 떴던 임서연도. 최도윤은 자신을 봐달라며 떼를 쓰고 있었던 거고 임서연은 거리를 두려고 발버둥 치는 중이었던 거다.
“협박까지는... 아니고...”
서연의 눈동자가 아래로 고꾸라질 때마다 목소리도 함께 뭉그러졌다.
“임서연. 그게 협박이야. 너 미친놈한테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는 거야, 지금.”
서연의 걸음이 점점 더 느려졌다. 뭔가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굴리던 서연이 나직이 말을 꺼냈다.
“도윤이가 하는 말도 맞긴 해. 잘 지냈다가 갑자기 절교하자고 한 건 배신이니까...”
“최도윤이 그래? 배신했다고? 그건 그 새끼가 집착 쩌는 싸이코인줄 몰랐을 때잖아.”
“내 잘못도 있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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