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꽃, 그리고 나이 차이 나는 결혼

by lala

지인의 결혼식장에 갔던 나는 화장실에서 사람들이 신랑에 대해 험담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나이 차이가 열아홉 살이래. 미친 거 아냐. 신랑이 이제 막 대학에 들어간 여자애를 꾀어서.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자가 입을 가리며 친구에게 말했지만 그 소리는 꽤 커서 옆에서 손을 씻고 있는 내 귀에도 또렷이 들릴 지경이었다.

문득 어떤 결혼이 정상적이고 어떤 결혼이 문제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사람들은 어떤 판단 잣대로 결혼의 정상성에 대해 판결문을 내리는 걸까? 손을 닦으며 생각하던 중 중세 시대 유럽 왕실의 결혼 풍토가 떠올랐다. 정치적인 이유로 네 살짜리 아이와 약혼하고 열두 살이면 혼례를 치르는 결혼 풍습은 제도적 시스템에 가까웠다. 과거 귀족들의 결혼은 재산과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가문 간의 거래였던 것이다. 애초부터 권력에 기반한 거래였던 탓인지 남녀의 나이 차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결혼은 계약이었고, 그 계약은 가족과 가문을 위한 봉사에 가까웠다. 우리가 오늘날 당연하게 여기는 기준들—나이, 성숙도, 감정—은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는 조건이었다. ‘결혼은 계약이다’라는 말은 그 시대에는 비유가 아니라 사실이었던 것이다.


남녀의 나이 차이가 결혼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은 19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였다. 산업화를 거치고 개인주의가 강화되면서 사랑, 취향, 개인의 의지가 중요해진 것이다. 여성도 교육을 받고, 경제 활동을 하게 되면서 자기 인생을 독립적으로 구축해 나갈 힘이 생기게 되었고 결혼이 권력이 아니라 평등한 두 사람 사이의 선택이 되었다. 평등함이라는 가치에는 일정 정도의 나이 차이도 포함되었다. 그래서 스무 살 정도의 나이 차이는 권력 차이처럼 느껴지고 이것은 사랑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열아홉 살 정도의 나이 차이는 단순한 숫자적 차이를 넘어서 관계를 의심하게 만드는 불균형한 기호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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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가로서 첫 에세이 <사랑에 빚진 자가 부치는 편지>, 장편소설 <러브 알러지>,<레드 플래그>를 집필 했습니다. 《보기 좋은가 바오》2025 대산창작기금 소설 부문 본심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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