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의 악순환에 빠지는
기분이 들 때

문학과 철학의 밤 산책 – 한 그루의 밤 ep.14

by lala

가끔은 그런 기분이 들죠.

오늘 하루가 무너졌고,

그 위에 다음 날이 다시 세워졌는데

또 무너지고,

그렇게 무너진 날들 위에

나라는 사람이 조금씩 주저앉는 것 같은 기분.


불행이란 단어는

사실 그 자체보다 더 무서운 게 있습니다.

바로 “계속될 것 같다”는 감각입니다.

지금 나쁜 일이

내일도 또 일어날 것 같고,

이 우울한 기분이

아무리 자도, 쉬어도, 누워 있어도

쉽게 빠져나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


프랑스 철학자 알베르 카뮈는 말합니다.


인간은 고통보다, 그 고통이 반복된다는 감각에 더 지친다.

우리가 무너지는 건

큰 사건 때문이 아니라,

자꾸 되풀이되는 마음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또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역시 나는 안 되는 사람인가 봐.’

그렇게 생각이 자꾸 굴러가면

감정은 마치 덫처럼 나를 잡아당기죠.

특히 혼자 있을 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낼 때,

그 덫은 더 깊이 조여듭니다.


미국 시인 마야 안젤루는 말했습니다.

불행은 조용히 찾아와, 당신이 자리를 내줄 때까지 머무른다.

우리는 자주,

불행에게 자리를 내어줍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인가 봐.’

‘나만 이렇게 불행한 거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불행이 마치

당연한 배경음악처럼 따라붙게 되죠.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게 진실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불행은 익숙해져야 하는 감정이 아니니까요.

그저 지금 내가 지나가고 있는 감정일 뿐.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말했습니다.


고통을 설명하지 말고, 고통을 응시하라.

지금 내가 느끼는 불행을

애써 해석하거나 이겨내려 하기보다,

그저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하루 한 줄 일기를 쓰는 것.

“오늘은 이유 없이 울컥했다.”

“따뜻한 밥을 먹고도 마음이 허전했다.”

“사람들 틈에 있었는데 더 외로웠다.”

이렇게 단순한 기록도

내가 나를 놓치지 않게 붙잡아주는

작은 실마리가 되어줍니다.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는 일기에 이렇게 남겼습니다.


내 감정을 기록하는 일은, 그 감정으로부터 나를 구해내는 일이다.

슬픔이 반복될 때,

그 감정을 억지로 떨쳐내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빠져나오기보다,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안아주는 것.

그게 지금은 더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불행의 악순환을 끊는 건

극적인 사건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하루의 감정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감정의 리듬에 스스로를 맡기되

놓치지 않는 마음.

그 마음 하나로

오늘의 나를 지킬 수 있습니다.


이 밤,

당신이 아직

자신을 바라봐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다음 밤에도, 함께 걸어요.

– 한 그루의 밤, 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