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철학의 밤 산책 – 한 그루의 밤 ep.15
요즘,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건 느껴지는데
나는 그 흐름에서 멈춘 것 같은 날들이 있습니다.
뭘해도 무기력하고
열심히 움직여도
내 자리엔 아무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
그럴 때 사람은
자신이 뒤처진 게 아닐까,
이대로 정지된 사람으로 남을까
막막한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그럴 때 저는
이 말을 떠올립니다.
삶의 리듬이 바뀌면 그에 맞게 춤출 줄 알아야 한다.
이 말은 진리도 아니고,
철학의 정의도 아니지만,
저는 이 말을
조용히 믿고 있습니다.
달도
차오르면 반드시 기울고,
기울면 또다시 천천히 차오릅니다.
모든 것에는 리듬이 있고,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체된 시간도
사실은 다음 리듬을 준비하는
매우 조용한 예열의 시간일 수 있습니다.
철학자 헤겔은
"양의 축적이 질의 변화를 낳는다"고 말했습니다.
하루하루 쌓이는 무언가가
어느 순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방향을 바꾼다는 뜻이죠.
하지만 현대사회는
멈추는 사람을 실패자라고 말합니다.
쉼은 게으름이 되고,
잠시 멈춘 나는 실패자가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꾸 자신을 의심하게 됩니다.
‘나는 뭘 잘못하고 있나?’
‘내가 뭔가 부족해서 이러는 건 아닐까?’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리듬이 있습니다.
파도가 밀려오지 않을 땐
그저 기다리는 것도 용기입니다.
쉬는 건
게으름이 아니라
속도를 조절하는 능력입니다.
정체된 것처럼 보일지라도,
우리는 여전히 흐르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방향으로
삶은 움직이고 있습니다.
저는 그걸
‘달’을 통해 배웠습니다.
스스로 빛나지 않아도
늘 정해진 리듬으로 기울고, 차오르는 존재.
그 조용한 움직임이
저에게 말해줍니다.
지금 내 삶이
기울어 있는 시간이라면,
곧 다시 차오를 차례라고.
그러니
지금 당신의 하루가 멈춘 것 같아도 괜찮습니다.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한 것 같아도 괜찮습니다.
지금은,
당신의 파도가 조용히
밀려오고 있는 시간일지도 모르니까요.
다음 밤에도, 함께 걸어요.
– 한 그루의 밤, 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