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철학의 밤 산책 – 한 그루의 밤 ep.13
우리는 종종 “나를 믿어야 한다”는 말을 듣습니다.
자신을 믿는 사람이 결국 해낸다는 말,
믿음이 가장 강한 무기라는 조언들.
그 말이 틀린 건 아닙니다.
하지만 자기 확신이 없는 날엔
그 말조차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할 때,
“스스로를 믿으라”는 말은
외려 더 큰 괴리로 돌아오곤 하니까요.
그럴 땐,
이 질문을 해보는 것이 더 먼저일지도 모릅니다.
“나는 왜 나를 믿지 못할까?”
“언제부터 내 말에 내가 귀 기울이지 않게 된 걸까?”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말합니다.
자기 자신과 사귈 수 없는 자는, 타인과도 사귈 수 없다.
우리가 타인과 관계를 맺기 위해서도
먼저 필요한 건,
자기 자신과의 대화입니다.
그런데 자기 확신이 흔들릴 때는
이 대화가 끊겨버립니다.
마음속에서 나를 향한 목소리는 작아지고,
다른 사람의 말,
세상의 기준,
성공의 공식들만이
점점 더 크게 울려 퍼지게 되죠.
자기 확신이 없을 때
우리는 자주 비교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은 잘만 해내는 것 같고,
나는 자꾸만 멈춰 있는 느낌.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는 누구의 인생도 진짜로 살아본 적 없다는 사실입니다.
다른 사람의 결과는 보이지만,
그 사람이 지나온 수많은 선택과
내면의 대화, 실패의 반복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국 시인 실비아 플라스는
이런 문장을 남겼습니다.
나는 나의 가장 무서운 적이기도 하고, 나의 가장 사랑받지 못한 친구이기도 하다.
자기 확신이 없을 때 우리는
스스로를 가장 잔인하게 대합니다.
“왜 이 정도도 못하냐”
“또 멈췄어, 넌 역시 안 돼”
그런 말들이 무의식처럼 떠오르고,
나를 믿기보다
나를 밀어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라틴어에서 '확신하다(confide)'는
'함께 신뢰하다'라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자기 확신이란,
거창한 자기애나 완벽함이 아니라
불안정한 나와도
‘함께 있어주겠다는 약속’일지 모릅니다.
무언가를 잘할 수 있다는 믿음보다,
잘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동행의 감각.
그것이 자기 확신의 진짜 근원입니다.
독일 철학자 니체는 말했습니다.
너 자신이 되어라. 다른 사람이 하듯 살지 마라.
자기 확신은
자기만의 리듬을 찾아가는 일입니다.
누구보다 느릴 수도 있고,
자주 멈출 수도 있지만,
그 리듬이 결국
나의 이야기를 완성하게 해줍니다.
오늘 당신이
자신이 한 말에 확신이 없고,
선택한 길이 어쩐지 불안하고,
자꾸만 남의 속도를 따라가고 있다면,
조금 멈춰도 괜찮습니다.
그 멈춤 속에서,
작게라도 나의 목소리를 듣는 것.
그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용기 있는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나를 믿을 수 없다면
그저 나와 함께 있어주세요.
침묵 속에서,
천천히 다시 대화가 시작될 테니까요.
– 한 그루의 밤, 라라였습니다.
다음 밤에도, 함께 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