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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a Jan 12. 2022

착한 팀장 밑에서 일하면 벌어지는 일

일 잘하고 싸가지 없는 팀장vs 일 못하고 착한 팀장

방송국에는 벨런스 게임이 만들어지기 몇십 년 전부터 유명한 벨런스 게임이 존재했다. 이는 방송국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성격이 지랄 맞지만 일을 잘하는 PD vs 성격이 너무 착한데 일을 잘못하는 PD


'PD'대신에 '팀장'을 넣어보자.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나는 처음에는 성격이 지랄 맞은 일을 잘하는 사람이 낫고 생각했다. 일을 하러 온 회사이기 때문에 일을 잘하는 것이 일을 못하는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흘러 연차가 쌓이면서 생각도 바뀌었다. 사람에게 여러 번 데어봤기 때문일지, 이제는 성격이 착하고 일을 못하는 상사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아무리 잘해도, 개 싸이 X에다가 혹은 내가 다 한일을 본인이 홀랑 뺏어가는 상사라던가, 미친 듯이 왔다 갔다 똥개 훈련만 시키는 사람과는 일을 하기가 싫었다. (나는 그런 상사들과 일을 해보았다)


그렇게 나는 몇 번의 이직이 있었고 드디어 정말 능력자이면서 성격도 착한 팀장이 새로 꾸린 팀으로 이직을 할 수 있었다. 


 착한 팀장님과 일하게 되었습니다 


새로 들어간 회사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너무 올드하고 경직되어있으면서 꼰대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지만, 팀장의 성격이 너무 좋았다. 회사 안에서도 손꼽히는 '좋은 사람'이었다. 


혹자는 악명 높은 옆팀의 상사는 "신입은 무조건 1년 동안 휴가가 없다"라는 선포가 주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이게 21세기에 가능할까 싶기도 했지만, 야망과 일 욕심이 많은 분의 팀이 되면, 그해는 휴가도 없고, 칼퇴도 없다고 했다. 


그런 것에 비하면 나는 좋은 팀장님을 만난 것이 이 회사에 오게 된 이유이다.  

내가 분명 입사를 할 때는 인사팀장님이었는데, 입사를 하고 보니 새로운 팀이 꾸려져서 나도 그 팀으로 발령이 났다. 


팀장은 능력이 좋았다. 일명 회사에서도 능력자로 통했다. 다른 부서에서 끊임없이 조언을 구하거나 일을 물어보러 왔다. 하지만, 주변에서 입이 마르게 칭찬하던 '좋은 팀장'과 일하게 된 나는 생각지도 못한 변수를 만나게 되었다.


 워커홀릭 팀장과 일하는 법

우리 팀장의 제일 존경하고 특출 난 능력은 바로 '공감능력'이다. 일을 잘하기도 하지만, 성격이 급해서 간혹 빠지는 것들도 있다. 


회사에서는 아픈 사람에 대한 배려가 잘 없다. 이익집단이지 학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병원이 아니다. 회사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는 누군가에 대한 일의 쏠림 현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팀원 중에 누군가 아픈 사람이 있는 것을 팀장은 잘 배려해주었다. 

하지만, 우리 팀장은 시간 외 수당도 주지 않는 회사에 매일같이 7시에 출근하였다. 

누군가 알아주는 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특유의 부지런함을 상징하기도 했고, 때로는 부하직원들에게는 부담감으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9시 출근인데 시간 외 수당도 주지 않는 회사에서 매일 7시 출근하는 일은 같이 일하는 직원들을 지각할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반대로 출근하자마자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기도 전에 바로 일을 마구마구 던져주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 잘하는 우리 팀장에게 조언을 구하러 왔다. 하지만, 이렇게 여러 사람이 팀장을 찾으면서 내 팀장이 착한데 일을 잘할 때 벌어질 일은 두 가지이다. 


1. 나에게도 일이 많이 주어진다. 

2. 팀장이 다른 팀 일로 바빠진다. 


사람은 집중하거나 신경을 쓰는 분량이 정해져 있다. 다른 팀의 일을 해결해주다 보면, 결국 우리 팀 일에서 빠뜨리는 부분이 생기거나 소홀해지는 부분이 생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 목적 전치가 되는 상황이 온다. 


그러면, 이제 문제는 우리 팀에서 생기기 시작한다. 팀원들의 불만이 속출하기 시작한다. 분명히 잘못은 일을 스스로 처리하지 못해 조언을 구하러 오는 다른 팀장인데, 욕은 우리 팀장이 먹게 된다. 


좋은 사람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잘해주면 '좋은 사람'으로 말한다. 사실 회사에서 '좋은 사람'과 '좋은 팀장'을 동시에 겸임하기는 참 힘든 일이다. 


누군가에게는 악역을 맡아야 팀이 더 잘 굴러가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더 친절하게 설명해줘야 잘 알아듣기도 한다.

누군가는 교통정리를 잘해줘야 일을 편하게 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말없이 기다려줘야 능력을 더 발휘하기도 한다.


각각의 팀원들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관리자의 자리는 힘들다. 저마다의 능력을 끌어내야 하기도 하고 팀 분위기를 끌어가기도 해야 한다. 때로는 다른 팀과 주도권 싸움을 헤야 하기도 하고, 힘겨루기를 해야 할 때도 있다. 때로는 나서서 화해를 만들고 갈등을 완화시켜야 하는 면도 있다.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은 함께 일하는 사람이 괴롭다. 

연애를 보아도 나에게만 잘해주는 사람이 좋지, 모두에게 좋은 사람은 결국 좋지 않다.

나의 팀에게 잘해주는 사람이 좋지 모든 팀에 좋은 사람은, 과연 좋은 팀장인 걸까? 


답정너 인 팀장과 일하는 법


사실은 좋은 사람인 팀장에게도 구멍은 있다. 그것은 바로 팀장이 '답정너'라는 점. 

의견을 구하지만, 본인의 머릿속에 구현된 것을 팀원들이 어느 정도 받쳐줘야 일이 진행이 된다. 팀원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친화적인 팀장이지만, 동시에 자신이 생각한 답이 나올 때까지 방법을 생각하는 외골수적인 면도 있다. 


일적인 효율성으로 보자면, 오히려 현실에 타협하지 않는 타입이라고 할 수 있다. 클라이언트나 대표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보다 현실성과 타당성에 더 무게를 두고 홀로 "아니다"를 외치는 사람이다. 현실에 타협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2가지로 나뉜다.


1. 눈치껏 알아듣고 능력치를 끌어올려 팀장이 원하는 수준을 만든다

2. 똑같이 타협하지 않는다


똑같이 타협하지 않으려면, 팀장을 설득시킬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합리적이고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회사생활에서 팀장을 설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현실성 있는 방안을 갖고 있는 직원들은 많지 않다. 결국에는 내 능력치를 끌어올리거나 혹은 눈치껏 알아듣는 수밖에 없다. 


무서운 팀장


과거 대행사에 다닐 때에는 연차는 내가 제일 오래되었지만, 나는 팀에서 과장이었고, 디자인팀의 팀장은 나보다 한 살이 어렸다. 그녀는 매일같이 디자인팀에서 소리를 질렀고, 신입 디자이너를 쥐 잡듯이 잡았다. 점심시간에도 점심을 굶어가며 일을 했고, 직원들도 그녀를 따라주기를 바랐던 것인지. 점심을 먹고 점심시간에 산책을 같이 나갔다가 불려 가서 다시 일한 적이 많다. 그래서 직원들이 몇 명이나 그만두고는 했지만, 회사에서는 실력자라면서 추켜세워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려움 때문일까 무엇 때문인지 디자인 팀원들은 팀장을 감쌌다. 

한 번은 나에게 디자인이 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넘겨주지 말고 내일 되어서 보내주라는 카톡을 나에게 잘못 보낸 적이 있다. 


그런 일로 디자인팀장과 언쟁이 벌어졌을 때, 팀원들은 팀장의 변을 늘어놓았다. 


'팀장님이 저희를 챙기시다가 힘들어서 그래요'

'팀장님이 저희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실수를 한 거예요.'

'저희가 잘했으면 되는데, 저희가 일을 잘 못해서 그런 거예요'


나는 그것이 참 아이러니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디자인팀장은 모든 일을 자신의 손으로 진행했다.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진행되어 일의 속도는 더뎠다. 하지만, 디자인팀장은 그때마다 팀원들이 일을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가 있던 팀의 팀장은 일을 꼭 하나씩 빠뜨리는 덜렁이였다. 글 쓰는 에디터들은 하나같이 기가 셌고, 덜렁거리는 팀장을 은근히 무시했다. 


나는 같은 회사의 두 팀장의 다른 대우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생각했다. 


 어떤 팀장이 되어야 할까


지금까지 내가 만났던 팀장은 대략 열 손가락을 넘지는 않는다. 그, 혹은 그녀들은 발령이 나서 다른 팀으로 가기도 하고, 내가 이직을 해서 새로운 팀장(데스크, PD)을 만나기도 했다. 나와 같은 팀이기도 했고, 옆팀이기도 했고, 협력회사의 팀장이기도 했다. 


그중에서 단언컨대 제일 좋은 팀장을 만났다고 말할 수 있다. 

나에게 좋은 팀장일 수 있는 것은 팀원들을 인격적으로 사람을 대해주기 때문이다. 간부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직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알려주고, 직원의 입장을 생각해준다. 


가끔 팀장의 자리가 무거워 보일 때도 있다. 

과거, 체육대회 때 직원들의 참여도와 사기를 높이기 위한 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런데 너무 분위기가 고조되었던 탓인지 이후 회식에서 사고가 일어났다. 지금의 팀장은 그때의 사고가 직원들의 마음을 너무 풀어줘서 기강이 해이해져서 사고가 난 것은 아닐까. 하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회식자리에서 본부장은 대놓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리 회사에서 일 잘하는 것보다 사람이 좋은 게 더 필요하다. 같이 일하는 사람이 좋아야 일이 힘들어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거다" 


어릴 적 나는 동감하지 못했다. 나는 실적과 업적에 갈망하고 있었고, 일을 잘하는 싹수없는 상사가 더 좋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울 수 있는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선배이자 롤모델이 되어주는 사람을 상사로 모시기를 원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너무 크게 덴 것일까. 

내가 직전 공공기관을 퇴사할 때의 두 번째 팀장은, 사원들의 문제를 알고도 모른 척하고 나도 힘들어를 연발하며, "너만 참으면 돼. 너만 조용히 있으면 돼"라는 사람이었다. 


그러면서 밖에서는 세상 좋은 사람인척을 하고 다녔다. (심지어 일을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일을 잘하고 못하고 보다 인간적인 사람을 상사로 그리고 팀원으로 만나는 것이 제일 큰 복이라는 것을. 


상사복이 없는 나에게 팀장이란?


회사의 인사 결정권은 직원에게 있지 않다. 

나에게 잘 맞는 팀장을 만나는 것도, 반대로 팀장이 좋은 직원을 팀원으로 만나는 것도 그저 복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능력자여도 혼자 일을 다해야 해서 힘든 팀도 있고, 오히려 능력은 고만고만 하지만, 합이 잘 맞아서 잘 굴러가는 팀도 있다. 


일이나 프로젝트에 따라서 그 특성이 달라지기도 하는데, 꼭 합을 맞춰서 가지 않고 개인플레이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작업도 있다. 


한때 나는 같이 일하는 사람 복(상사복)이 참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왜 가는 곳마다 미친X이 있을까 생각했던 적도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래왔다. 


나는 대행사에서는 개인플레이로 각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형식으로 일을 하기도 했고, 다 같이 팀으로 프로젝트를 맡아서 일을 해보기도 했다. 


그래서 몇 번의 이직을 하고 나이가 들어서 내가 내린 결정은, 사람의 능력치도 좋지만, 사람을 뽑을 때 기본적인 능력만 된다면, 인성 면접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인간적인' 팀장이 좋은 팀장이라는 점. 

좋은 사람이기에, 일을 더 시키고 고생을 해도 기꺼이 참고 함께 일 할 수 있다는 것. 


일을 못해서 내가 일을 더 잘할 지라도. 

일만 잘하고 인간적으로 미성숙한 사람보다는 인간적으로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팀장을 존경하고 따를 것이라는 것.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나 또한 그런 팀원이 되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나의 이러한 결정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나 또한 그래 왔었으니까. 실적과 성공이 척도가 되고 자부심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러한 일의 잘함의 척도가 결국에는 그저 회사의 이익을 가져다 줄 뿐이지, 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주주가 되지 않는 한, 일의 성패는 크게 1순위로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이상한 팀장들을 겪은 덕분에 나는 지금 팀장이 좋은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고, 좋은 팀장이 아닐 수 도 있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은 없다. 

(함정은 일도 못하면서 사내 정치만 하느라 사람을 힘들게 하는 팀장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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