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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a Feb 07. 2022

남편의 씽씽이를 중고장터에 팔았다

어른들의 킥보드 이야기 

지금으로부터 무려 6년 전, 우리는 유렵으로 신혼여행을 갔다. 프랑스 파리에서 우리 둘의 눈을 사로잡은 신기한 풍경이 있었는데, 바로 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어른들이었다. 


남편은 단숨에 씽씽이에게 반했다. (여기서 씽씽이는 킥보드를 뜻했다.) 

6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이 주로 타는 킥보드가 많을 뿐 어른들이 타고 다니는 사람은 보기 드물었다. 


우리는 사람들 사이를 가로질러 가는 어른용 킥보드에 눈이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신문물이었다. 한국으로 들어온 뒤 남편은 인터넷에서 어른용 킥보드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수요가 많지 않아서인지 어른용 킥보드를 찾기가 힘들었다. 


더구나 남편의 키와 체격이 좀 있는 편이라 어린이용이나 좀 작은 킥보드를 타기에는 좀 불편했다. 튼튼하고 무게가 나가는 성인 남성이 타도 안전하면서 브레이크도 있고, 간편하게 접히기까지 하는 요소를 갖춘 저렴한 킥보드를 한 달이 넘게 인터넷으로 찾고 있었다. 


남편과 다르게 나는 금방 사고 후회하고 반품하거나 다시 팔아버리는 성향이기에, 남편의 몇 달째 장바구니에 담겨있는 킥보드를 사버렸다. 남편은 신이 나서 킥보드를 잘 타고 다녔다. 요즘말로 하면 그야말로 '유럽갬성' 이었다.


그 킥보드 어디서 샀어요? 어른용이에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덩치도 큰 성인 남성이 타는 킥보드는 낯설었던 모양이다. 남편이 킥보드를 타고만 나가면 낯선 사람들로부터 질문 세례를 받아야 했다. 모두가 궁금해하고 신기해했다. 그래서 신혼 초 인적이 드문 밤에만 킥보드를 타고 나가거나 장을 보러 갈 때 킥보드를 타고 갔다. 



킥보드를 타고 씽씽 잘도 달리는 아이 같은 모습의 남편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래,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

라고 혼자 생각하면서 남편의 동심을 지켜주고 싶었다. 


그렇게 신혼집을 1년도 살지 못하고 이사를 해야하는 소동이 일어나고 나서 주택가로 이사를 간 후에는 킥보드를 타기가 힘들어졌다. 환경이 골목에 주차된 차들도 많고 갑자기 차들이 나오기도 하고 골목에 시야의 사각지대가 생겨서 차사고가 날 위험이 커져서 타고 다니기도 힘들어졌다. 

그 무렵, 차가 생겨서 차가 더 편해진 이유도 큰 작용을 했다. 


이사를 한 몇년 후 집 정리와 미니멀리즘이 유행을 했다. 

나는 베란다에서 쉬고 있는 물품들을 중고마켓에 내놓고 중고거래를 시작했다. 


나는 남편의 킥보드를 나는 한창 붐이 일고 있는 중고 마켓에 내놓았다. 

지금의 당근 마켓, 번개 장터 같은 중고 마켓이 슬슬 유행을 타기 시작했고 나도 일을 쉬고 있던 터라, 수입이 적어서 그것에 편승해 중고거래의 맛이 들기 시작했던 때였다. 


애들도 아니고 어른 킥보드를 누가 사겠어?


남편은 킥보드를 누가 사겠냐며 안팔릴 것이라고 했다.  

남편의 말대로 성인 킥보드를 과연 누가 살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쉽게 킥보드는 팔렸다. 원 가격의 1/3의 가격에 내놓은 것도 있었지만, 하도 많이 타서 손잡이가 흔들리는 것도 작용했다. 물론 거래 전 본문에도 써놓았고, 거래할 때에도 누누이 다시 말하고 괜찮냐고 확인받았다. 그리고 심지어 아이가 탈 거면 팔지 않겠다고 까지 했다. 


돈 보다도, 그냥 쓰지 않는 물건이라 싸게 내놓는 것인데, 아이가 다치게 된다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주말, 거래를 하기 위해서 남편을 끌고 집 근처로 오겠다는 구매자를 만나러 나갔다. 흔들리는 손잡이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남편은 몽키 스패너를 가지고 조여주면 괜찮다고 했다. 급하게 구매자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손잡이를 다 조이기도 전에 급하기 몽키스패너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다행히 밖에서 몽키 스패너로 손잡이의 나사를 조여주자 새것처럼 단단해졌다. 움직이지도 않았다. 나는 마지막으로 한번 더 시승을 해봤다. 


그러던 중에 차에서 앉아서 우리를 지켜보던 구매자가 나타났다. 

어떤 성인 남성이 차에서 내렸다. 


"안녕하세요. 혹시 킥보드 파시는 분이세요?"

"네" 


언제부터 차에 있었던 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몽키스패너를 주머니에 넣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오해받을 수도 있었겠다 생각했다.


"흔들린다고 했던 부분은 저희가 몽키스패너로 다시 조여서 이제 괜찮아요. 혹시 아이가 타게 되면 다칠까 봐요. "


"네 괜찮아요. 제가 탈 거예요. 그리고 저도 조금 만질 줄 알아서요" 


"아 그러시군요. 다행이네요."


"제가 좀 타봐도 될까요?" 


차에서 내린 남성은 킥보드를 타고 왔다 갔다 해보더니 입금을 하겠다고 했다. 

살짝, 킥보드를 타고 도망가버리면 어쩌나 하고 그의 차에 바짝 붙어 섰던 나의 불안과 걱정과는 다르게 통쾌하게 웃으시면서 좋아하셨다.


"저희 애랑 놀아줄 때 타려고요. 저희 집 애가 킥보드를 타는데, 너무 빨라서 제가 쫓아가기 힘들어서 킥보드로 쫓아가려고요. 그리고 아빠가 같이 타면 아이가 더 좋아할 것 같아서요."


"다정한 아버지시네요.


"아 네..^^ 상품 상태도 좋아 보이고, 마켓 판매자분 후기가 좋으셔서, 일부러 여기까지 와서 구매한 거예요."


"감사합니다"


남편은 더 적극적으로 접히는 것도 시현을 해주고, 손잡이도 접을 수 있다고 자세하게 설명을 했다. 만족한 얼굴로 구매자분은 입금을 하고서 차 트렁크에 킥보드를 싣고 사라졌다. 



사라지는 차를 바라보다가 우리 부부는 집으로 들어왔다. 단돈 3만 원에 팔린 킥보드는 원래 가격의 1/3 가격이었지만, 차를 타고 사러 올만큼 아빠의 사랑이 있다고 생각하니, 아이도 참 좋아하겠구나 싶었다. 


"오늘은 이 돈으로 치킨이나 먹을까?"


몇만 원의 돈보다, 그렇게 우리와 함께 했던 킥보드가  또 다른 가족에게 사랑으로 다가갈 생각을 하니 어쩐지 뿌듯했다. 


그리고 2년 후, 공유 킥보드가 유행하는 시대가 왔다. 일반 킥보드에서 진화한 전동 킥보드였다. 

나는 그즈음 다시 일자리를 구했고, 중고 장터에 물건을 내다 파는 것도 시들해져 사용하지 않는 앱이 되어버렸다.

 

가끔 길에서 아이들이 타는 작고 불이 반짝 거리는 킥보드를 타러 아빠와 함께 나온 아이들을 보면, 

남편의 유럽감성을 실현시켜줬던 그 킥보드는 잘 타고 계신가? 궁금해지기도 하고, 아이가 같이 킥보드를 타고 달리는 아빠를 보며 얼마나 좋아했을까 그 아이의 표정이 떠오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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