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하고 섹시하게써봐

잡지 에디터로 일하는 법

by LaLa

"**아 잘지내니?"


고등학교때 담임이었던 선생님으로부터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반 아이들 중에 방송작가를 꿈꾸는 학생이 있는데,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해서 연락을 했다고 하셨다.


선생님께 "저 지금은 방송작가 그만뒀어요" 라고 바로 말하지 못하고, 자리를 알아봐준다고 했다. 사실 방송국을 나왔어도, 계속 작가를 구하는 연락은 종종 받고 있어서 연결시켜줄 수 있었다. 다만, 생초짜를 아는 사람에게 연결시켜주기에는 조금 부담감이 있었다.


방송국을 벗어나면서 나는 '글 쓰는 일'을 하고 싶은 욕망이 커졌었다. 적어도 때려친 '명분'이 필요해서 이기도 했다. '방송작가'라는 3D직업을 때려친 명분에는 '글을 쓰고 싶다'라는 것이 대표적이긴했다. 명분을 따라서 나는 한 잡지 에디터로 출판사에 입사했다.


그 무렵 영화학과 친구들과 과 후배들이 출판사에 취직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있을때였다. 전직장과 연결이 되어서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인지 내가 있던 방송국과 방송과 출판 협업을 통해 책을 출판하고 있던 출판사였다.


대학을 다니던 시절, 학보사를 했던 경험으로 나는 해외유명봉사단체의 기자로 활동할 수 있었다. 물론, 열정페이였지만,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울 수 있던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 잡지 기자로 활동했던 경험덕분인지 그곳에서 나는 책을 출판하는 일과 월간지 잡지 에디터를 동시에 진행하게 되었다.


'에디터' 에 대한 환상에 부합하게 구두만을 신으라고 했다. 패션잡지는 아니였지만 패셔너블하게 입어야 할것 같았다.


회사가 몸집을 뿔리고 있는 시점이어서 동기들이 14명정도 비슷한 시기에 입사했다. 이사를 가야한다고 업체를 부르지 않고, 직접 물건을 날랐다.


에디터 외에도 디자이너와 삽화 그림그리는 분, 그리고 교정교열을 봐주시는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도시락을 싸다니면서 구두를 신고 출퇴근을 했다. 칸막이가 없는 신식 사무실에서 1살많은 편집장님과 함께 일을 했다.


"오늘은 **씨 환영회를 할꺼에요. 끝나고 거기로 와요"


나는 홍대의 유명 펍으로 나의 환영회를 갔다. 환영회가 시작되자마자 안주를 4-5개를 시켰다. 주종은 맥주였다. 이제 막 유행을 하고 있던 크림맥주집이었다.


"우리 다음달에 크림맥주에 관한 글을 쓸꺼니까 맛을 잘 생각하면서 먹자"


유쾌한 편집장은 친구가 배우 공유와 사귀었던 사이라면서 나에게 자랑을 했다. 마치 "이건 내 얘기는 아니고~" 로 시작되는 말같았다.


"남자친구 있어?"


남자친구의 유무는 어디를 가나 빠지지 않는 질문이었다. 그 당시에는 마침 방송일도 그만두고, 남자친구와도 헤어져서 이렇다하게 말할 껀덕지도 없었다. 한동안 신기할만치의 음담패설이 이어졌다. 나이차이는 1살밖에 안났지만, 말하는 것들은 40대 아저씨같았다. 이래야 편집장을 할 수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부어라 마셔라 타입도 아니었다. 맥주를 계속 들이키고 택시를 타고 집에 갔다. 강북에서 강남 너머로의 집까지는 택시비가 정말 많이 나왔다. 다음날도 어김없이 정시 출근이었다. 환영회가 끝나고도 추가 술자리가 있었던지 편집장은 출근시간 1시간이 지나도록 출근하지 않았다. 대신 문자가 왔다.


"누가 나 찾으면 출장갔다고해"


그보다 더 황당한 문자는 다음이었다.


"어제 먹은 술값 정산할께요~ 각자 2만원씩 저한테 보내주시면 됩니다"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아니, 내 환영회라면서? 내가 술값을 내야하면 누가 회사 회식을 가고 싶어해. 심지어 나는 술도 많이 못먹는데. 어쩐지 안주를 너무 많이 시켜서 다 남기더라니. 그 후에도


"**아 간식시켜~ 난 **버거"


먹지도 않는 버거. 사장님 생일 선물 셔틀을 비롯해서 간간히 그녀들은 1-2만원씩 자주 뜯어갔다. 하필, 사장님도 두명이라 사장님 생일파티도 두번을 했다. 장마철 장대 빗속을 뚫고 신촌 현대 백화점으로 루즈를 사러 갔던 기억은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러고 포인트는 편집장 지 이름으로 적립해 오라고 했다.)


어마어마한 샹X 이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나오는 미란다를 떠올리게 했다. (그걸 롤플레이 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앤 해서웨이가 아니어서 쭈구리로 여기저기를 뛰어다녔다.


그때는 한창, 샘해밍턴이 군대에 간 예능<진짜사나이>가 인기몰이를 하던때였다. 그래서 나는 군모를 구하기위해 여기저기를 뛰어다녀야했다. (소품 구하는 것에는 그래도 방송국에서 일했던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대차게 데스크에게 까였다.


"**씨, 좀 말랑말랑하고, 섹시한 글을 써보란 말이야"


나는 말랑말랑하면서 섹시한 글이 뭔지 몰랐다. 내 글은 딱딱하다고 했다. 나는 내가 '학보사'에서 썼던 경험때문에 너무 신문기사같이 쓰나 의문점이 들었다.


서점에 가서 모든 잡지들을 종류별로 샀다. 그들의 문체와 어투를 살펴보았다. 말랑말랑한 느낌의 어조도. 섹시한 글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실제로 '섹스'에 대한 어필에 관한 챕터들은 인기가 높았다. 그런데 그런 글재료의 문제가 아니었다.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 같은 건가

낮에는 귀엽고 밤에는 섹시한 낮저 밤이 스타일인건가?


도대체 말랑말랑하고 섹시한 글은 뭔데! 소리치고 싶은 날들이 이어졌다.

회사 회식도 회사간식도 심지어 본인이 먹고 싶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모든게 더치페이로 이루어지면서 내가 먹기 힘든 간식을 시키는 그녀는 칼같이 '섹시' 를 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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