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케터로 버틸 수 있었던 이유

공공기관 SNS 마케터로 일하는 법

by LaLa

내가 홍보대행사에 들어와서 SNS 마케터 일을 시작하면서 입사한 지 2년을 넘기면서 슬슬 일이 손에 익술 해질 무렵, 충주시청 페이스북 담당자의 그림판 그림이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내가 다니던 곳의 주 고객은 공공기관이었다. 주로 시청이나 대학교 관공서 같은 곳이 주요 고객이었다.

처음에는 블로그만 전임자와 함께 운영하다가 혼자 운영하다가 다른 매체와 함께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후임자에게 물려주거나 혹은 다른 SNS 매체를 통째로 맡거나 하는 일이 늘어났다.


매체는 네이버 블로그에서 시작해서 티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카카오톡까지 점점 관리해야 할 매체들이 늘어났다. (이 말은 알아야 할 매체들이 더 늘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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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시청의 히트작으로 페이스북 세미나를 가거나 네이버 세미나에 참석해도 꼭 충주시 사례가 발표되었다. 그리고 어떤 히트작이 나타나면, 모든 고객사들의 요청은 '충주시처럼'이 되었다. 하지만, 충주시는 '홍보맨'이라고 불리는 잘리지 않는 소위 '진짜 공무원'이 하는 것이고, 우리는 그냥 하청을 받아서 밤낮없이 일하는 그냥 '을'의 하청업체였다.


공공기관의 특성상 너무 앞서 나가거나 유니크하거나 멋있어도 언제나 마음에 안 들어하는 사람은 나오기 때문에 너무 튀지도 않고, 너무 쳐지지도 않고 그러면서 약간 유머도 있고 재미 감동을 다 잡을 수 있는 콘텐츠여야 한다.


좀 웃기긴 하는데 약간 논란이 있을빠에야, 차라리 노잼으로 논란이 없어야 하는 편을 택해야 하는 업무이기도 하다. 그래서 경계선을 타기가 굉장히 힘이 들 때가 있다.


그래도 아무도 보지 않던 공공기관 SNS에 힘을 쏟아서 변화를 주려고 노력하고 소통하려고 노력하면, 반드시 피드백이 주어진다.


"요즘 ** 좀 재미있는 듯"

"** 일 잘하네"

"예전보다 달라진 듯"


이런 댓글이 하나라도 달리는 날이면, 그 피드백이 얼마나 크게 느껴지던지. 이런 피드백이 쌓이면 정말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직접적으로 만날 수는 없지만, 온라인상에서 만나는 이들의 댓글이 얼마나 큰 기쁨이 되었던지.


물론 좋은 댓글만 달리는 건 아니다. 무 댓글이거나 악평이 담길 때면 속상할 때가 많다.

기저에는 "놀고먹는 공무원"의 이미지가 깔려있어서 무턱대고 앞뒤 없이 욕을 하거나, 새벽시간에도 문의나 댓글이 쏟아지고, 오해를 받아도 해명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공식적으로 대행사들은 모습을 드러낼 수 없기 때문이었다)


'아, 이래서 연예인들이 악플때문에 힘들어하는구나.' 싶었다.


정책이라는 것은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다. 특정 대상들이 지정되어있기 마련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소외계층이나 노약자들을 위한 것들이 많은데, 그것들 중에서도 대상자들이 한정적이다 보니 늘, 아슬아슬하게 대상을 비껴간 사람들이나 대상자가 되지 못한 사람들의 비난을 들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너무 홍보가 잘되어도, 드립을 너무 잘 쳐도, 민원이 들어올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홍보활동을 지속하는 것은 대상자임에도 몰라서 정책을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정보의 시대라고 하지만, 결국에는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은 소외된 사람들이 있다. 혹은 정보를 서치를 잘하지만,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하거나, 필요한 자료들을 잘 몰라서 탈락되는 경우도 있다.


어찌 보면 정책을 만드는 것은 공무원들의 일이기 때문에, 정책으로 인해서 고마움을 느끼는 시민들의 말들은 공무원들의 몫이다. (물론, 거의 희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공공기관들도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찾아가고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고, 그 지역 주민만을 한정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 된다는 점에서 SNS 마케팅은 의미가 있다. 공무원은 아니었지만, 고객이 공공기관이다 보니 공익성을 띄면서 대민봉사정신을 함께 이루어내야 할 때가 많았다.


예를 들면, 내가 살지 않는 지역의 SNS를 팔로우하는 중에 타 지역의 정책을 보고,

'이런 제도도 있구나? 우리 지역은 없나?' 하고 찾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도 있다.


댓글 중에

"덕분에 잊지 않고 신청했습니다"와 같은 댓글이 달릴 때면,

혹은 이런 댓글들을 보게 되면, 일부러 담당 주무관에게 보고를 하였다.


이러한 댓글들을 시민의 소리로 보고, 담당 공무원이 칭찬을 받거나 승진을 하게 되었을 때

나는 조용히 뒤에서 '킹메이커'처럼 뿌듯해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쉽다면 쉬워 보이고

어렵다면 어려운 'SNS 마케터'가 되었다.


그런데, 또 한 번의 SNS 궤도가 바뀌고 있었다. 바야흐로 유튜브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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