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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a Nov 08. 2021

결혼하는 남자가 챙기면 평생 편하다는 3가지

결혼하면 챙겨야 하는 3가지 마음가짐

결혼하는 남자, 결혼할 남자, 결혼 한 남자도 평생에 있어서 까먹지 않고 챙기면 평생이 편하다는 3가지가 있다.


나는 구 남자 친구 현 남편과 연애 중 우리가 다른 건 못 챙겨도 이것 3가지만은 챙기자고 약속한 적이 있다.


"다른 날은 몰라도 생일, 크리스마스, 새해 이 3일은 꼭 챙겼으면 좋겠어"


지금에서야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겠냐 하겠지만, 연애할 때에는 생일을 챙기지 않는다는 것을 상상도 못 했다. 제일 큰 빅 이벤트였기 때문에.


하지만, 현 남편은 구 남자 친구 시절, 생일을 챙겨본 적이 없었다. 시댁에서도 생일을 잘 챙기지 않았다. 그저 친구들이랑 모여서 즐겨보는 영화를 틀어놓고 방에서 술을 마셨다고 했다. 남편 말에 의하면, 생일 케이크를 나와 연애하면서 굉장히 오랜만에 불어봤다고 했다. 어릴 적(유치원생) 이후 생일 케이크를 챙겨본 적이 없다고 했다.


반대로 우리 집은 생일 케이크를 꼭 챙겼다. 아마도 집안 분위기가 그렇다 보니 생일 케이크를 3개씩 받는 날도 있었다. 하나는 친구들과 하나는 연인과 하나는 가족들과 불게 되었다.


남편과 연애하는 동안, 서로의 생일은 챙기기 쉬웠는데, 한 번은 새해에 만나기로 해놓고 남편이 약속을 깨는 바람에 싸움을 하면서 새해를 맞이한 적도 있었다.


결혼을 할 때쯤 내가 듣게 된 이야기가 있다.


"결혼을 생각한다면 남자가 꼭 챙겨야 할 3가지가 있데.
이 3개만 잘 챙겨도 평생 편하다는 말이 있더라"

지금의 내가 생각해봐도 어디 가서 이런 말들을 주워듣고 와서 말을 했나 싶기도 하지만, 듣고 보면 또 말이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남편은 눈을 반짝이면서 들었다.


"뭔데?"

"첫 번째는 프러포즈, 두 번째는 애 낳을 때, 세 번째는 부모님이 아프거나 돌아가셨을 때"


1. 프러포즈


우리 남편은 결혼식 4일 전에 프러포즈를 했다. 사실 내가 3가지를 선포하기 전에 프러포즈를 받아서 얼떨결에 하나는 챙겼구나 싶었다. 나는 프러포즈가 없어도 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어서, 그렇게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오히려 청첩장을 주러 갔을 때


"프러포즈는 받았어? 어떻게 받았어?"


라고 물어오는 친구나 지인들의 말에 그제야 아 프러포즈가 없었네.라고 떠올렸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셀프 웨딩이었고, 부케도 결혼식 전주에 직접 만들고, 직접 고르며 하나하나 챙겨야 해서 너무 정신이 없었다.


기특하게도 우리 남편은 결혼식 전에 프러포즈를 했다. 그것도 무려 요트를 빌려 프러포즈를 한 사람이었다. 이제 막 취업을 한 남자에게는 당시 거금의 돈을 주고 이벤트를 짰다. 이는 후에도 두고두고 자랑하는 거리가 되었다. 나는 물을 무서워했지만, 보트에 앉아서 강을 여기저기 누비며 소리쳤다. (아마 엄청 들떴던 것으로 짐작)


"저희 결혼해요!!!"


프러포즈를 아예 생각을 못하고 있던지라 깜짝 속고 말았다. 다들 예상을 한다던데, 나는 눈치 채지 못했다. 하지만, 남편도 나도 프러포즈가 없었다면 섭섭할 뻔했을 것이라며 두고두고 칭찬을 했더란다.


내 결혼식에 부케를 받은 친구는 역 프러포즈를 하기도 하였다. 사실 남녀 상관없이 프러포즈를 하면 된다. 나는 프러포즈를 받을 생각도 할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지나가던 중이었다. (솔직히 셀프 웨딩 준비로 결혼식 전날까지 바빠서 프러포즈는 생각도 못했다) 그래도 받고 나니 "안 받았으면 서운할 뻔했다." 라며 남편과 서로 얘기한다.

 2. 애 낳을 때 (임신했을 때)


아기 낳을 때 섭섭하게 하면 평생을 간다는 말은 그전부터 있던 이야기이다. 내가 다녔던 회사의 사모도 임신했을 때 '케이크'가 너무 먹고 싶어서 대표에게 퇴근길에 사달라고 했는데, 대표가 집에 오는 길이 이대 앞을 지나오는 길이어서 창피해 본인이 먹고 싶은 '수박'을 사 왔다. 이 이야기는 그 아이가 커서 군대를 간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우리 엄마도 섭섭한걸 잘 이야기하지 않는 편인데, 막내를 낳으러 갈 때 수술실 앞에서 아빠에게 했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때는 성별을 알려주는 것이 불법이 되기전이었는데도 엄마는 성별을 묻지않았다고 했다. 나를 필두로 아들배였지만 여동생이던 둘째까지 연달아 딸만 낳아서 섭섭했던 아빠에게 엄마는 분만실로 들어가기 전 물었다고 했다.


"또 낳았는데 딸이면 어떻게 할 거야?"


아빠는 입이 삐죽 나와서는 작게 구시렁거렸다고 했는데, 아마도 '태어난 애를 어쩔 것인가.'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다행히도(?) 늦게 생긴 막둥이는 아들이었고, 엄마는 그때의 일을 그 후에도 마음에 남았다고 했다.


3. 부모님이 아플 때 (혹은 돌아가셨을 때)



돌 싱글즈 2에 출연자 중 1명의 이혼사유에서 비슷한 이유가 있었다.

부모님이 아파서 중환자실에 있는데 하루에 한 번 면회가 되는 것에도 불구하고 서로 연차를 써서 데이트하기로 한 날이니 '쇼핑을 가자' 라거나 아버지가 입원을 하는 날에도 '피시방 가도 되냐'라고 남편이 말하면서 정이 떨어져서 결국 이혼하게 되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남편'이 아니라 '아들' 같았다고 전했다.


시댁에서 다 같이 전을 부치다가 어머니가 문득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다.


"내가 아프면 나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요양원에 들어갈 거야. 너는 어떻게 할 거야"


"가긴 어딜 가요. 내가 엄마(시어머니에게 엄마라고 부른다) 줄로 서로 몸에 묶어서 아무 데도 못 가게 같이 있을 거예요"


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있었다.


물론, 막상 닥칠 일이 아니고, 겪어보지 않아서 하는 말이다. 막상 닥치면 내가 일하면서까지 간병을 할 수 있을지. 일을 쉽게 포기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냥 마음으로 드는 생각을 이야기했다.




물론, 이 3가지가 꼭 남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결혼을 하는 여자에게도 해당한다고 생각한다.(나는 남과 여를 나눠서 이야기하고자 함은 아니다.)


예전과 달리 가정에 충실하고 다정한 남편들이 많아졌다. 불가피하게 이 3가지를 못 챙겨도 상관없는 집도 있을 것이다. 평소에 잘했고, 애가 금방 나올 수도 있고 하루를 꼬박 진통해서 나올 수도 있으니 그 순간에 함께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 불가피한 상황들은 언제나 꼭 안 좋은 타이밍에 찾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이 "챙겨야 할 3가지"를 "마음가짐의 3가지"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남편에게 3가지의 경우를 말한 이유는 나 또한 그 3가지의 경우 섭섭함이 쌓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내가 남편에게도 3가지의 경우에 잘하겠다고 다짐한 경우 기도 했다. (물론, 나는 친구처럼 역 프러포즈는 못했다)


결혼생활에는 서로에게 힘든 순간을 함께 이겨나가는 것도 포함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부모님보다 나를 챙겨주는 것이 더 우선순위이기도 하다.


"꼭 애 낳는 날에는 같이 있어야 해!"

" 꼭 프러포즈는 받아야 해!"


라는 말이 아니라 그래도 곁에 있어주려고 신경 써주는 마음이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적어도 결혼할 사람이라면, 챙겨달라고 신경 써줘야 할 것들을 서로 이야기하고 조율해 간다면, 바쁘게 살다 보면 생일도 지나가는 날도 있겠지만,


통계적인 3가지가 나왔으니 그래도 예방주사 맞는 다고 생각하고 3가지 경우는 신경 써야지 생각하고 있다면, 그래도 조금 평온한 결혼생활을 이어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변수는 항상 있다.)


아무도 내가 말하지 않으면 내 마음을 알지 못한다. 특히 부부관계에서는.

내 입장에서는 "이건 당연히 알겠지."라는 생각의 영역도 서로 모를 수도 있다. 자신이 민감한 부분은 말을 해야 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내가 섭섭해할 영역, 해주었으면 하는 것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들을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부가 되기 위해 오늘도 나는 고군분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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