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닝포인트
다정한 엄마가 되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매일 아이에게 다정한 엄마가 있다면 그 엄마들을 모두 모아 대통령상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다정하고 싶지만 실은 그다지 다정하지 못한 엄마입니다. 그러나 매일 다정한 엄마는 될 순 없어도 내 안의 분노를 내려놓을 줄 아는 성숙한 엄마로 성장하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그 과정에는 기록이라는 것이 있었고, 기록은 저뿐만 아니라 제 주변의 엄마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자존감 낮은 저에게 한층 용기를 준 행위이기도 합니다.
기록이 터닝포인트가 되다
"너무 고마워, 작년 한 해는 너 덕분에 내 삶이 크게 바뀐 한 해였어. 너를 따라 기록모임을 시작한 건 정말 나에게 신의 한 수였어."
늘 육아 상담을 해오던 친구가 말했습니다.
2년 먼저 육아를 했다는 이유로 항상 이것저것을 물어오던 친구였습니다.
임신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아이가 태어나기만을 기다리던 친구는, 출산을 하고 나서부터는 늘 불만이 가득한 사람으로 변했습니다. 항상 힘들고, 항상 억울해했습니다.
예전의 저를 보는 듯했습니다.
결국 우울증 약으로 하루하루를 달래가는 모습을 보며 비록 의사는 아니지만 그녀에게 다른 처방전을 제안했습니다.
"내가 '데일리 리포트(02화 참조) 오픈모임'을 열건대 혹시 너도 함께 참여해 볼래?"
기록을 통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삶이 조금씩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는 경험을 하고 있었기에 이 흐름을 더 잘 이어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꾸준히 하기 위한 방법으로 소모임을 기획하던 중 친구에게도 제안을 해보았습니다.
육아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도 자기 계발을 꾸준히 해나가는 사람처럼 보였다고 한 걸 보면 마침 그 시기, 친구의 눈에도 예전과 다른 제 모습이 보였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저의 제안에 친구는 데일리 리포트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네가 하니 나도 해보겠다며 일명 '친구 따라 기록하기'를 시작했습니다.
대단한 기록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하루 일과를 기록했고, 가끔은 그날의 기분도 기록했습니다. 대신 필수 미션인 감사일기와 셀프칭찬은 반드시 기록해야 할 내용이었습니다.
꾸준히 기록하기 위한 장치로 기록한 것은 매일 인증해야 하는 룰을 지켜가던 친구에게서도 조금씩 변화된 모습이 보였습니다. 늘 집에서 무기력하게 지내거나 사람을 만나며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던 친구는 수영을 하기 시작한 겁니다.
수영이 어느 정도 자리 잡히고 난 뒤 친구는 아이들의 스케줄에 맞춰 자신만의 시간을 조금씩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삶의 균형을 서서히 되찾으며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이 생겼고, 자기만의 시간관리가 가능해지면서 더 이상 우울증 약을 먹지 않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통화를 할 때마다 불평과 불만이 대부분이었던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에서도 어느 순간부터 다시 활력이 돌아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록을 한지 두 달쯤 되었을 때 함께 기록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어떤 점이 좋았는지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다이어리를 써왔던 사람도 있엇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지만 이렇게 꾸준히 하루를 기록해 본 경험은 모두가 처음이었는데요. 제가 그랬듯, 함께했던 모두가 기록에 대한 강력한 힘을 믿기 시작했습니다.
꾸준히 기록할 수밖에 없는 이유
기록을 시작한 이유도, 기록을 하는 방법도 모두 다릅니다.
누군가는 하루를 정리하기 위해, 누군가는 답답한 마음을 쏟아내기 위해 기록을 합니다.
방식도, 속도도 모두 제각각이지만 엄마들의 기록은 결국 한 갈래 물길로 흘러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건 바로 내 삶과 함께 언제나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바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정한 엄마로, 현명한 엄마로, 그리고 좋은 어른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늘 내 맘 같지 않은 하루가 지나가고 난 뒤 잠들기 전에 꼭 후회를 하곤 합니다.
기록은 그런 그날의 마음을 그날의 언어로 꺼내 놓고, 완벽한 문장은 아닐지라도 나를 바라보게 함으로써 다듬고 또 다듬는 과정이 되어 줍니다. 흘러가야 할 감정은 흘러가게, 때론 나에게 필요한 건 무엇인지 반추하게 합니다.
그래서 꾸준히 기록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록을 시작했다고 당장 삶이 달라지거나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매일 기록을 통해 하루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저는 좀 더 다정한 엄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다정한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나를 찾는 게 우선 이라는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엄마의 마음이 편안하고, 엄마가 행복해야 우리 아이들도 행복해진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매일 잘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잘 해내기 위한 증명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다정하게 바라보기 위해 기록해 보세요.
그리고 그 다정함은 조금 느리지만 분명하게
아이에게로, 그리고 내 삶 전체로 번져 나갑니다.
그래서 기록하는 엄마의 하루는 다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