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라는 나라.

by 한정선

뉴질랜드는 누구나 아는 나라지만 막상 설명하기는 힘든 나라다. 아는 것은 세계 제일의 청정지역, 드넓은 초지에서 방목되는 양 떼 정도로 ‘자주 봐서 친근하지만 사실 잘 모르는 이웃 사람’ 같은 나라다. 갈 사람은 애즈녁에 다녀왔고 못 간 사람은 한 번은 가봐야지 하는 명실공히 여행지의 스테디셀러, 우리의 출발도 그랬다. 여행을 계획할 때 맨 먼저 그 나라의 여행적기를 검색하는 것이 수순, 이미 겨울인 북반구와 달리 반대편 남반부는 초여름, 이 조건에서 뉴질랜드가 단연 1위다. 우리 또한 한번 가야지 하던 곳이었고 무엇보다 그동안 다녔던 유럽과 아시아와는 다른 대륙이라는 점에서 오랜만에 우리 부부는 의견일치, 탕탕! 여행지가 종결되었다.

오클랜드공항에서 버스로 이동하면서 차창 밖을 보니 지붕이 회색이다. 잠시 의아해하다 ‘아 여긴 뉴질랜드지’. 내 눈은 유럽의 주황색 지붕에 특화되어 있었나 보다. 여행 중 보이는 뉴질랜드는 단순함과 미니멀리즘이다. 튀지 않는데 힐끗힐끗 눈길이 가는, 지나치고 가다 한 번쯤 뒤돌아보게 되는 ‘옷 잘 입는 사람’ 같은 느낌, 그 배경에는 ‘자연’이 있다. 건축도 사람도 자연을 거슬리지 않는다. 자연과의 조화를 우선시하다 보니 풍경은 마치 보호색을 띄는 동물들처럼 자연에 동화되어 있다. 거의 숭배 수준이니 ‘자연’이 종교라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한데 특이한 것은 신을 섬기는 방법이다. 그 방법은 ‘그대로 두기’. (말은 쉬운데 행하기는 어려운 문제일 듯) 예를 들면 나무가 바닥을 뒤덮어도 절지 하지 않는다. 꾸며서 예쁜 것이 아닌 생긴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존중하고, 맘껏 성장하고 노쇠하고 도태되고 새 가지가 나오는, 나무의 시간을 기다려 준다. 천적에 맞서고 자연재해를 극복하면서 나무는 제 재량껏 살다가 죽는다. 끝없이 펼쳐지는 초원의 양 떼, 소떼 또한 평화로움 그 자체지만 평생 노숙 신세다. 털, 우유, 고기등 필요한 것만 인간이 관리하고 그 나머지는 태어난 곳에서 살고 죽는, 거의 야생 수준이다. 비가 오고 춥고 덥고는 우리의 느낌일 뿐 그들에겐 숨을 쉬듯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그래서 양털은 사계절 침구가 되었다?) 그 배경에는 기후와 자연,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들의 의식이 있다. 물론 국토의 대부분이 산지와 구릉, 해안 평야로 되어있고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지역은 20% 정도라는 점을 감안한 선택이라 하더라도 수익성을 본다면 다른 선택지가 있었을 것이다. 당장의 이익에 급급하지 않고 그 누구의 회유에도 굴하지 않으며, 단 한 가지 자연 친화적 생존방식을 고집하는 것에서 전 세계적인 존경과 지지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뉴질랜드는 1642년 네덜란드 탐험가 아벨 타스만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는데 그의 고향 Zeeland와 닮아서 Nova Zeeland(새로운 제일란트)라 불리다 이후 영연방이 되면서 뉴질랜드로 바뀌었다. 이민 20년, 30년 차 현지가이드의 말을 빌리자면, 권모술수가 통하지 않는 청렴결백한 나라, 진짜 가짜의 식별법이 필요하지 않는 나라, 사건 사고나 범죄가 거의 없는 나라. 그래서 거리에서 경찰을 보면 로또를 산다는 나라, 치료의학보다 예방의학이 우선(의료비는 전액 국가부담이므로)인 나라, 무엇보다 먹거리에 진심인 나라, 함량이나 수치 조작이 중대범죄가 되는 나라, 모든 동, 식물이 방목되는 나라, 내가 늘 외치던 각자도생이 여기에 펼쳐져 있었다. 여행 내내 이름에 걸맞은, 이름값을 하는 나라라는 생각과 함께 뉴질랜드는 나에게도 신세계로 다가왔다



남섬가이드는 입에 침이 마르게 이민과 여행을 권장하고 북섬가이드는 마이크 잡는 순간부터 놓을 때까지 한국이 최고라며 이민 오지 말라고 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아마도 개인의 성향이나 생활의 격차는 지상낙원이라도 예외가 없는 듯하다).

남의 장단 말고 내 장단에 맞춰 춤을 추자면 한 달 정도는 살고 싶지만 이민은 ‘글쎄요’.

지금까지의 예찬대로 뉴질랜드는 지상낙원이고, 먹거리나 예방의학면에서 딱 내 스타일이다. 하지만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먼 나라’, ‘님은 먼 곳에’ 있다. 나는 너무 멀리 와 버렸고 욕심은 금물임도 아는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천적이 없는 지상낙원은 심심하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핑계도 대어 본다. 여기서 자주 반성하고 좀 더 순수하게 살면 되지. 그 생각을 심어준 뉴질랜드 여행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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