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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주 Jun 24. 2019

 싱글이 몰려온다

   서문

  아, 정말 넘쳐난다.

  주위를 돌아보면 서른 살은 말할 것도 없고, 마흔, 쉰을 넘기고도 짝(배우자) 없이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여자의 경우 25세 내외가 적당한 혼기라고 생각하던 7,80년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눈 깜빡할 사이에 ‘노쳐녀’가 되었다. 교사의 정당한 지적이나 훈계에도 ‘노처녀 히스테리’라고 학생들이 수군거리는 말을 들은 게 26,7세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노처녀’ 교사가 30세 정도가 되면 주변에서 모두 걱정은 했지만 그래도 진심 어린 걱정은 안 했던 것 같다. 그때만 해도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이 아직 통할 때였으니까. 그때의 동료 일부가 50, 60이 넘은 지금까지 미혼으로 살게 될 줄은 당사자를 포함해서 아무도 몰랐다.     

  나는 평생 직장을 다니면서 싱글 동료들을 셀 수 없이 많이 봐 왔고 그중 많은 이들과 가깝게 지내왔다. 그들 나름대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걸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서, 반드시 결혼을 해야 행복한 인생은 아니라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해 왔다. 그들 인생 책임져 줄 것도 아니면서 결혼 왜 안 하냐 따위의 언행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양식 정도는 갖췄다. 

  반대로 결혼했다고 해도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한 경우도 많이 안다. 

  또 불행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에서의 주부들이란 끝없는 가사와 육아 및 노약자 간병을 포함, 가정을 유지하는 모든 대소사의 기획, 관리, 진행의 책임을 떠맡고 열 일 하면서 사는 게 일상적인 모습이다. 직장을 다닌다고 해서 그런 일들이 면제되는 것도 아니다. 전업주부든 취업주부든 ‘주부’라면 누구나 ‘자유로운 싱글’을 부러워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까 주변에서 흔히 보는 싱글들에 대해서 종종 그들의 생활이나 건강이 궁금한 적은 있어도, 별로 걱정을 해 본 적은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런데 얼마 전 방문한 상갓집에서는 고인의 3녀 1남 중 50이 넘은 세 딸이 모두 미혼이라는 걸 알 게 되었다. 막내 남동생만 결혼한 상태였다. 나는 깜짝 놀라서 나도 모르게 ‘아이구, 돌아가신 어머님은 끝내 딸들 결혼하는 걸 하나도 못 보고 가셨네. 불효다, 불효야.’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이런. 싱글들 스트레스 주지 않아야 된다고, 오지랖 떨지 말자고 늘 생각해 오던 내가, 뜬금없이 불효 타령을 하다니... 나는 말을 하자마자 금방 반성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앉았던 다른 사람도 ‘그러니까요... 눈을 제대로 못 감으셨대요....’라고 받는다.     

  돌아오는 길에 내가 왜 그리 놀랐을까를 생각해봤다. 그때까지 내가 본 싱글들은 주로 직장 등 가정 밖에서 만났기 때문에, 즉 당사자 ‘한’ 명만 봤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나 보다. 많은 싱글들이 형제들 중에서 유일하게 미혼인 경우가 많았고, 그들은 결혼한 형제들과 교류도 빈번했고, 귀여운 조카들 얘기도 많이 하던 것도 떠올랐다. 그런데 이렇게 세 자매 전원이 결혼을 안 한 경우는 나로서는 새삼스러웠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여러 자매, 여러 형제가 다 미혼인 경우가 더 떠오르긴 했다.    

  다음날 동창모임에서 이 이야기를 전하니, 한 친구가 자기는 반대 경우를 안다고 말해 준다. 50대 큰딸만 결혼했다가 이혼을 했고, 그 밑의 40대의 남자 형제 세 명이 모두 미혼이라는 것이다. 집안에는 재산도 많아서 여유 있게 모여서 산다니 경제적인 이유도 아니라는 것이다. 세상에나. 도대체 왜?    

  나는 싱글들이 왜 그렇게 많이 늘어나는지 그 이유가 새삼 궁금해졌다. 아무리 능력이 없거나 못 생겼거나 상관없이 거의 모두가 결혼해서 살던 시대가 불과 몇십 년 전이다. 그 많아진 싱글들이 어떻게 살고 있고 그들의 노후 계획은 어떤지도 궁금했다. 1인 가구가 40%를 향해 가는 세상에서 ‘가족'이라는 제도는 어떻게 바뀌어갈지도 궁금해졌다. 관련 책과 기사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글을 쓰고 싶어 졌다.    

  배우자가 있는 사람으로서 이런 글을 쓰는 게 자격이 되는 건지 걱정이 되기는 했다. 하지만 가깝게 지내는 수많은 지인들이 싱글이다. 나의 가족과 친척들 중에도 여러 형태의 싱글들이 존재한다. 나 또한 결혼 초부터 주말 부부로 산 세월이 짧지 않고, 몇 년씩이나 해외에서 혼자 살아본 경험도 있다. 우리 주변의 수많은 싱글들이 사회와 동떨어져서 고립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니,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들과 서로의 삶에 관심과 영향을 주고받지 않을 수 없다. 

  가족과 지인들 속에서 늘 마주치고 있는 싱글에 대한 관심,  우리 모두의 인생에 언제 닥칠지 모르는 싱글의 삶에 대한 관심, 싱글들이 주도하는 우리 사회의 변화 양상에 대한 관심이 계속 이 글을 쓰는 힘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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