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을 올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취준생과 주니어에게 들려주는 몸값(?) 이야기

by LALAJUHYUN

얼마 전, 함께 야근하던 주니어 회계 담당자가 문득 나에게 이런 걱정을 털어 놓았다.

"팀장님, 저는 이제 3년차인데 이 회사에서 저에게 이 정도의 연봉을 주는 게 꽤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다음 회사로 이직하면 이 연봉을 받을 수 있을까요?"


주변 친구들과 이야기 나눠보니 자신의 연봉이 뻥튀기가 된 것 같다면서, 되려 연봉이 높으면 나중에 이직할 때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는, 조금은 사서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


사실 그 친구의 걱정이 100% 틀린 것은 아니었다. 어떤 회사든지 어느 정도의 직무별 임금체계(payband)가 존재하고, 심한 곳에서는 자신들이 사전에 정해둔 연봉 수준을 넘어서면 애초에 서류전형부터 탈락 시키는 경우가 분명 존재하니까.


하지만, 나는 그 주니어 회계 담당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건 승범님이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그런 거에요. 정확하게는 회사와의 수요 공급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연봉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사람에게 갑자기 왠 경제학 용어들이 나오는지..

이건 도대체 무슨 뜻일까?




역대급 취업난 vs 회사 골라 다니는 사람


올해로 마흔이라는 불혹의 나이가 된 나에게도 20대 초반이 있었을 거다(..눈물) 지금과 여김없이 그 때도 언론에서는 올해가 역대급 취업난이라며 호들갑이었고, 당시 새내기였던 나도 대학 졸업 후 나를 써먹어 줄 회사가 과연 이 세상에 있기나 할까 속으로 전전긍긍하며 시간을 떼웠다.


그런데 어느 날 조금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대학교를 갓 졸업한 어떤 지인은 LG전자도 합격했고, 삼성전자도 붙었은데, 구글에서도 오라고 난리란다. 결국 LG전자를 가게 됐는데, 좀 다니다 보니 역시 네이밍이 있는 삼성전자를 갈 걸 그랬다느니, 아예 구글로 갈 걸 그랬다느니 배부른 소리를 한다.

뉴스에선 분명 취업난이라는데, 어떤 사람은 회사를 골라서 다니네..?

그 땐 그냥 그저 저 사람은 워낙 학력이 좋으니까, 똑똑하니까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말았다.


그런데, HR러로 15년 넘게 일하다 보니, 놀랍게도 나 또한 그 대기업의 인사담당자들과 비슷한 렌즈를 갖게 되었다.

ㆍ내 눈에 훌륭한 인재라면, 역시나 다른 회사에서도 좋아 보인다.

ㆍ내 눈에 일 잘하는 팀원은, 역시나 다른 팀의 팀장들도 눈독을 들인다.

ㆍ일 잘하는 직원이 혹시라도 이직할까봐, 따로 먼저 연봉을 올려주겠다고 제안한다.

ㆍ그가 연봉 통보를 당하는게 아니라, 회사가 연봉 통보를 당한다(?)


HR을 하다 보니 이 섭리가 너무나도 분명하게 눈에 들어왔고, 결국 이것들은 하나의 문장으로 귀결됐다.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면, 연봉에 대한 선택권은 나에 온다"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된다는 것


그 팀원에게 이 이야기를 해줬더니 이런 반응이다.

"에이, 제가 무슨 대체 불가능한 존재겠어요. 그냥 노력했던 걸 대표님이 좋게 생각해 주신 거 같고, 저는 그냥 운이 좀 좋았던 거 같아요."


하지만, 옆에서 바라본(참고로 내 옆자리다) 그 친구은 실제로 내가 봤던 그 어떤 회계팀 주니어보다도 정말 유능하고 겸손하고, 사려 깊으며, 올바른 태도를 가졌고,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단지 비교할 기준이 마땅치 않기에 자신만 그걸 모르고 있었을 뿐.


이런 고민을 가진 친구들에게 나는 이렇게 이야기 해준다.

"대체 불가능하다는 게 뭐 대단한 게 아냐. 같은 일을 해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일 하나도 정말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하고, 근로시간(인풋)이 아니라 내가 실제로 어떤 아웃풋을 내는 사람인지를 고민하고, 그렇게 하면 어느 순간 프로답다고 인정받고 그게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는 거지"


그렇다. 대체 불가능하다는 건 별 게 아니라, 프로페셔널리즘을 구현하는 것이다.

HR Lead로서 나는 HR이 더욱 완벽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

Account Manager로서 그 친구는 자신이 맡은 회계/재무를 더욱 잘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고, 시장에서도 나는 수요가 높은 사람이 된다. 회사는 나를 핵심인재로 관리하고, 내가 혹여라도 퇴사할까봐 선제적으로 연봉을 제시한다.

이렇게 A 회사에서 대체불가능한 존재가 되면, 마찬가지로 B 회사에서도 대체불가능한 존재가 될 확률은 매우 높아진다. 마치 관성처럼. 그리고 이러한 수요공급의 섭리는 비단 오픈클로를 만들어 오픈AI에 영입된 천재 개발자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만큼 받긴 어렵지만, 대한민국 20대/30대 평균 연봉에 비해 1.5배, 2배는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된 이들은 어디서든 데려가려고 난리다. 굳이 헤드헌팅 당하지 않더라도, 이력서만 접수하면 면접을 보자고 연락이 온다. 그들은 만만찮은 연봉에도 기꺼이 비용을 지급하면서 서로 데려가려고 난리인데, 반면 경력 10년차에 연봉이 3~4천대인 분들은 그 어디에서도 데려가려 하지 않는다. 이제 서른 중반대에 불과한데도 사실상 경력이 단절되어 버린 것이다.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 아닌가? 내가 스무살 때 했던 그 경험은 여전히 사회에서도 유효했던 것이다. 다만 신입 때는 아직 성과를 보일 방법이 없었으니 그것이 졸업장으로 증명되었다면, 지금은 직무에 대해 성과로 책임지는 존재로서 그것을 증명하는 것일 뿐. 이것이 회사의 임금체계(payband)를 깨고 내 연봉을 수직 상승시킬 수 있는 가장 드라마틱한, 어쩌면 유일한 방법인 것 같다.



피터드러커가 쓴 "프로페셔널의 조건"이라는 책은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성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 진정한 프로페셔널리즘이다."


만약 당신이 물가상승률을 훨씬 상화할 정도로 몸값을 올리고 싶다면, 아래의 5가지 질문에 고민해 보자.

ㆍ나는 내 직무에서 최선의 성과를 달성하고 있나?

ㆍ나는 어디서든 성과를 낼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나?

ㆍ나는 현재 우리 회사에선 없어선 안 될, 대체 불가능한 존재인가?

ㆍ나의 대체불가능함은 우리 회사의 payband를 깰 정도로 강력한가?

ㆍ나는 회사와의 수요/공급의 치열한 줄다리기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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