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기준으로 팀원을 뽑으시나요?
최근 이직한 회사에서 주니어급 HR 팀원을 새롭게 채용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정말 많은 지원자가 지원했고, 충분한 기준을 가지고 스크리닝을 했지만, 그럼에도 훌륭한 커리어를 가진 분들이 많이 남았다. 쉽게 판단했다가는 아쉬운 결말에 이를 수도 있기에, 열 명이 넘는 지원자들과 직접 인터뷰를 해 보기로 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열 명이 넘는 지원자들과 어떤 기준으로 인터뷰를 하고, 어떤 기준으로 이 자리와 적합하다고 최종 판단할 것인가? 주니어급 채용인 만큼, 직무에 대한 적합성만으로 판단하기에는 분명 무언가 부족했다. 물론, 태도나 의지도 중요하고, 회사에 대한 로열티라든지 HR러로서의 마음가짐 등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겠지만, 정작 중요한 무언가가 빠져 있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그러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났다. 그동안 함께했던 수많은 팀원들 중에서 가장 뛰어나고 나와 잘 맞았던 팀원 A에 대해 떠올려 보면 내가 어떤 기준으로 팀원을 채용하는 게 좋을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간 커리어에서 나와 함께 팀웍을 맞췄던 팀원들을 세어 보니 무려 스무 명이나 되었고, 그 중 HR에만 국한한다고 해도 총 아홉 명의 후배들과 함께했더라.
부족한 나를 믿고 따라준 그들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뛰어나고 나와 잘 맞았다고 생각되었던 후배 A에 대해 떠올려 보게 되었다. 당연히 A는 인간적으로 좋은 팀원이었기에, 여러 장점들이 떠올랐다. 개인의 이익보다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희생할 줄 알았고, 자신의 성장을 신경 썼으며, 주변 동료와의 커뮤니케이션 역량도 좋았다. 뿐만 아니라, 가정 생활에도 충실했고 팀장인 나에게도 굉장히 순종적(?)이었다. 장점을 떠올리고 보니 그저 두루뭉술한 "좋은 팀원"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하는 게 아닌가..?' 싶던 찰나에, 그 장점들을 묶을 수 있는 키워드 하나가 문득 떠올랐다.
그렇다. 바로 내가 업무적으로, 혹은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팀원이 나에게 최고에 팀원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신뢰라는 키워드 자체가 포괄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팀원 A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였기에 나는 다행이도 이번 채용의 귀중한 실마리를 찾게 되었고, '신뢰'라는 키워드를 기준으로 이번 채용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다음주에 새롭게 합류할 팀원 B에 대해 떠올리게 됐다. 신뢰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B를 채용하긴 했지만 아직도 알 수 없는 의문점이 남았다. 신뢰라는 것은 상호간의 경험이 축적되는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형성되는 것인데, 나는 무엇으로 신뢰가 쌓이리라 스스로를 확신한 것일까.
다시 팀원 A의 사례를 떠올렸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 팀원의 여러 장점들은 사실 나에게 부족한 부분들(이를테면 부족한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팀원이 커버해 주면서 발견(혹은 발현)된 경우들이 많았다. 또한 반대로, 나 또한 그 팀원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주기 위한 노력들이 신뢰로 연결되었던 경우도 분명 존재했다.
결국 신뢰라는 것은, 시간이 쌓인다고 무작정 쌓이는 것이 아니었다. 신뢰는 "상호 이익"이 아닌, "상호 보완" 에 의해 강화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그동안의 모든 생각이 정리가 됐다.
1) 그동안 나의 이익을 위해 일했을 땐, 팀원과 상호 강한 신뢰관계를 구축하기 어려웠다.
2) 반면 내가 이타적으로(즉, 그들의 부족함을 채워 주기 위해) 일했을 땐, 팀원과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
3) 즉, 세상에 좋은 팀원 나쁜 팀원이 있는 게 아니라, 좋은 리더가 좋은 팀원(좋은 신뢰관계)을 만든다.
4) 결국 리더와 팀원과의 관계는 결국 그 리더의 마인드로부터 비롯된다.
이 역학관계가 명확해지고 나니, 리더-팀원관 신뢰 관계의 구축 방안은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결국 신뢰관계 구축의 책임은 다름아닌 리더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단순하고 분명하다. 팀의 업무를 설계하고 역할과 협업 체계를 규정함으로써 (상호 보완적이든 경쟁적이든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구축하는 일은 오로지 리더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을 가지고 나서 충분한 신뢰를 쌓지 못했던 다른 후배들과의 관계도 생각해 보니, 결국 그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신뢰는 일방이 아닌 쌍방이다', '신뢰는 시간이 지나야만 구축된다' 등의 통념들을 핑계로, 리더로서 상호 보완적 관계를 구축해야 할 나의 소임을 다하지 못했던 것이다.
앞으로 입사할 팀원 B와의 액션도 더욱 분명해지게 된다.
1) 팀원간 상호 보완적인 업무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2) 리더로서 나 개인의 이익보다는, 팀원의 단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더욱 부각할 수 있도록 고민한다.
3) 반대로 나 또한 나의 부족한 부분을 팀원들로부터 도움을 얻는다.
4) 이렇게 "상호 보완적 관계"에 기반한 파트너십을 유지/강화한다.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마음이 흔들릴 때에 이 글을 되돌려 보고자 한다.
여러분들도 "나는 어떤 기준으로 팀원을 뽑는가", "내가 생각하는 신뢰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한번쯤 고민해 보는 기회가 되셨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