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를 읽고.
한 인간의 깊고도 숭고하며 처절한 삶의 고민과 분투의 생채기가 그대로 드러난 책이다.
80년 넘은 억겁의 시간이 쌓이고 쌓인 지혜자의 울분이 내 마음에 가득 채워졌다.
이 광대하고 깊은 책을 어떻게 나열할 수 있을까.
한 챕터 한 챕터 읽을 때마다 나는 속으로 울었다.
마치 신의 언어처럼 느껴졌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하나의 갤럭시 속을 유영하는 듯 했다.
선생님의 세계는 우주였다.
때문에 그의 언어와 깊이는 헤아릴 수가 없었다.
그 자신만이, 신만이 이해가능한... 나는 그저 어두운 방바닥을 손으로 더듬거릴 뿐이었다.
하지만 이 속에서 나는 위로를 받았다.
내가 생각하고 느끼며 고민하는 고민들이 마땅하다는 위로, 이해 그리고 용납.
선생님으로부터 환대를 받았다.
부모로부터, 교회로부터 이해 받지 못했던 고통과 고민, 삶의 회한을 난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이에게서 말이다.
마지막 챕터를 읽으며 나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죽음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이별을 고했던 선생님의 상실이 너무나 서글펐다.
'태초의 은하수'로 돌아간다는 선생님의 말이 자꾸만 귓가에 맴돈다.
'나 아파. 나 상처 입었어. 나 외로워'라고 외치는 자기 모습을 객관화해서 바라보았지.
끝없이 아파하는 자기와 그것을 바라보는 자기. 그 자기와의 싸움 속에서 맑은 영혼을 갖게 된 거야.
'바라보는 나' 그게 자의식이고 자아라는 거야.
내가 나의 의지가 있으면 그건 70억 명하고 대립하는 거야. 나는 절대로 타자가 될 수 없기에.
정확성보다는 솔직성이 우선이네. 솔직해야 정확할 수 있어.
내가 유일한 존재가 되었을 때 비로소 남을 사랑하고 끌어안고 눈물도 흘릴 줄 아는 거야.
내가 없는데 어떻게 남을 끌어안겠나? 내가 없는데 어떻게 우리가 있어?
뜬소문에 속지 않는 연습을 하게나. 있지도 않은 것으로 만들어진 풍문의 세계에 속지 말라고.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어 진실에 가까운 것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하네.
타성에 의한 움직임은 언젠가는 멈출 수밖에 없다고. 작더라도 바람개비처럼 자기가 움직일 수 있는 자기만의 동력을 가지도록 하게.
생각하는 자는 지속적으로 중력을 거슬려야 해. 가벼워지면서 떠올라야 하지. 떠오르면 시야가 넓어져.
살아 있는 것은 물결을 타고 흘러가지 않고 물결을 거슬러 올라간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