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라 아야코, <빙점>을 읽고.
절망 그리고 파멸. 후반부로 갈수록 마음속에 눈보라의 폭풍이 몰아치며 소용돌이가 인다. 파멸의 그 정점에서 미어지는 마음을 겨우 붙잡고 눈물을 훔쳤다. 죄의 낙인. 각자의 마음을 얼어붙게 하는 빙점. 미우라 아야코는 인간의 죄에 대하여, 각자의 마음을 얼게 하는 빙점의 접점을 '죄'에 초점을 맞추었다. 죄. 인간의 존재와 생에 빠질 수 없는 것. 누구나 가지고 있는 죄의식에 대해, 이것이 인간이기에 당연하다는 것을 낱낱이 파헤쳤다.
불편한 진실을 지닌 채 이야기가 흘러가는 동안 나는 제3자로 그들을 지켜보다 초점이 점점 나에게로 옮겨지는 것을 경험했다. 미우라 아야코의 의도가,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지점이었다. '당신의 빙점은 무엇인가요?' 라고 물어보는 듯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죄, 복수, 절망, 죽음 등 그녀는 인간의 밑바닥을 거부할 수 없이 마주하도록 독자를 억지로 끌어들이지 않은 채 질문이 독자에게 다가가게 만든다. 선택은 독자에게 있다. 직면할 것인가, 여전히 제3자로 그들에게 머물도록 할 것인가.
내 마음을 얼어붙게 하는 빙점은 무엇일까?
책을 덮은 후 한동안 자리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눈보라가 한바탕 몰아친 뒤 모든 것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시간마저 얼어붙은 듯했다. 깊은 여운의 늪에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깊은 한숨만 내쉬는 것일 뿐 그 무엇도 이 신성한 불쾌함 앞에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빙점에 머릿속이 얼어붙은 것만 같은, 깊고도 지독한 빙점의 경계에서 일렁이는 파도마저 얼어 버려 모든 시공간이 멈춘 듯한 추운 고통만 느껴지는 방안의 온도.
죄의 파멸, 인간의 이기적인 죄의 절망 앞에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자살' 곧 '죽음'이라는 것에 또 다른 깊은 절망에 무력함을 느꼈다. 때문에 인간에겐 '구원'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신이라는 이름이 아니더라도 결국엔 사랑이 아닐까.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자의 손끝엔 사랑이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