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꿈을 꿨다. 산으로 향하는 하얀 길에 엄마는 나를 등지고 위쪽으로 홀로 걷고 있었다. 순간 엄마가 떠나는 듯한 불안함에 '엄마!!'하며 미친듯이 뛰어가는 도중 잠에서 깼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가위에 눌린 듯한 공포에 식은땀이 났다.
모두가 잠든 집 안은 쥐죽은 듯이 고요했다. 침대에 누워 도통 진정되지 않은 심장 소리를 들으며 책상 의자에 굳어져버린 시선을 겨우 천장으로 옮겼다. 문 열린 안 방 문틈 사이로 혹여나 엄마가 죽지는 않았을까, 숨소리를 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언젠가 나를 떠날 거라는 생각을 짊어지고 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피부에 더 와닿는다.
아빠의 죽음으로 나는 언젠가 엄마 또한 우리의 곁을 떠날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를 안고 살아 왔다. 죽음 그리고 상실. 사랑하는 이들을 갑작스럽게 잃는 다는 것에 대한 공포.
아빠의 죽음 이후 견뎌내야 했던 시간이 참 힘들었다. 삶의 뿌리가 흔들려 너덜너덜해졌을 만큼 고통의 시간을 지나왔다. 하지만 그것은 여전히 나에게 남아 내가 되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 사랑하는 이가 떠날 거라는 불안. 그 이후 나는 어떻게 살아야하고 견뎌내야 할까. 난 견뎌낼 수 있을까. 모든 것이 파괴되어질 것만 같은데 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누군가의 파멸은 혼자만의 파멸이 아니다. 그것은 나를 둘러싼 세계의 파멸이다. 붕괴를 경험해 본 자만이 파괴되는 심연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다. 영혼이 흔들린다. 아주 위태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