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1일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다. 몇 년 안되는 경력이지만 대리로, 작은 곳이라면 영끌해서 과장으로 이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난 신입으로라도 이 회사에 오고 싶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기관이기도 했고, 지원 당시에는 고향에 내려가 지내고 있던 터라 서울로 돌아가고 싶던 내게 회사의 위치가 주는 매력도 컸다. 아, 안정적인 직장이어야 한다는 조건에도 맞아떨어지는 곳이기도 했다.
회사와 대학원을 병행하던 때라, 도저히 필기시험을 준비할 시간이 없어 2주 정도 하루 두, 세 시간을 자며 NCS공부를 했다.(결국 벼락치기라는 말이긴 하다) 필기시험 합격자 발표 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6시에 발표라 5시 50분부터 홈페이지를 수십 번 들락날락하며 합격자 조회를 눌렀는데 갑자기 화면에 불합격 메시지가 떴다. 잠도 안자며 유난 떨며 공부했던 것이 머쓱하기도 해서 엄마 나 떨어졌대. 하고는 의연한 척 저녁을 먹고 있었다. 그러다 미련을 못 버리고 다시 조회를 하는데, 불합격 메시지가 채용대행업체의 전산오류였다는 공지를 확인하고서는 밥상에서 젓가락 든 손을 치켜들고 소리를 질렀다.
한차례 지옥을 맛보고 입사한 회사라 더욱 애틋했다. 늘 한 자릿수를 채용하는 직장만 다녔었기에 수 십 명의 동기들과 함께하는 입사 연수도 무척 설렜다. 공공기관의 특성상 직장 경력이 꽤 되는 중고 신입이 대부분이어서 더욱 부끄러움을 잊고 막내인 척(?) 즐겁게 회사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오고 싶던 회사에 왔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고 보니 생각과 많이 달랐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하필 회사 안에서도 가장 익숙하지 않은 분야의 업무를 하는 부서에 발령이 난 것이다. 그로 인해 나는 지난 9월 무척이나 괴로웠다. ‘고통스럽다’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내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였다. 그래도 내가 다녔던 여러 회사들 중에서 그 어떤 곳보다도 좋은 직장 동료들이 있어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많은 부서원, 팀원들에게 지지와 사랑을 받았던 9개월이었다.
다음 주부터는 부서를 이동해 가장 하고 싶던 업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이 허전한 건 사람들과 멀어진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전 직원 대상으로 전보 신청을 받았을 때도 열성적으로 전보 서류를 작성하지 않았던 이유도 그런 맥락이었다.
회사란 곳이 그렇지 않은가. 업무가 힘든 것은 그런대로 버티겠지만 사람이 힘들면 버틸 수 없는 곳이니까. 길지 않은 직장생활이지만 그것이 내가 몸으로 깨우친 진리였기에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일하는 쪽을 택하고 싶었다.
새로운 부서, 새로운 업무. 설레는 한편 걱정이 된다. 아니,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설렘보다 새로운 사람들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 아이러니하게도 직장이라는 곳이 하는 ‘일’보다 그곳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더 중요한 순간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