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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비 Sep 09. 2020

창작의 고통

아 머리아픔

이모티콘을 제작하기로 맘먹은 뒤로 그렸다 지웠다 수천번 반복하는 중이다. 여기저기 지인들에게 피드백을 요청하나, 쉽지 않다. 눈을 크게 그려보는 건 어떨까? 색을 바꾸는 건 어떨까? 등등 피드백인데. 이제 점점 지쳐가고 있다. 하나의 캐릭터가 생겨야 뭘 시작이라도 할 텐데, 일단 지금까지 나온 분홍이로 시작하기도 했다.

머리가 아프다. 오늘 하루 종일 빠져있었더니, 저녁시간이 되자 두통이 밀려온다.

오늘 가족 마인드맵 수업이 있는 날인데, 주말로 수업을 미뤘다. 특히 둘째 조카가 수업을 많이 기다렸나 보다. 전화가 와서 이모 괜찮냐고 묻는다. 우리 아들보다 낫다. 몸이 안 좋아져서 그런지 가을이 와서 그런지 비염이 도졌다. 오늘 하루 종일 컨디션 엉망이다.

내일은 신청해 좋은 홈트 수업이 시작하는 날인데, 선생님이 나에게 맞는 운동법을 주천해 주셨는데 오늘 하루 종일 이것저것 한다고, 보지 못했다. 거북목이라는데 이모티콘 그리니 더 거북목이 되어간다. 상상이 된다. 내 얼굴에 거북이가 오버랩되는 모습이~

가끔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긴 하나, 그 강도가 다르다. 확실히 새로운 분야가 주는 압박감이 엄청 크다. 그리고 내가 정한 타겟층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신조어도 찾아보고, 이것 저것 기웃기웃했는데, 감이 오질 않는다. 세대차이를 느낀다. 내 주변에서 이모티콘을 제일 많이 사는 동생을 아까 둘째 하원 때 만났는데, 호러나 해골을 추천한단다. 하아! 나랑 너무 먼 분야다. 그런 병맛이어야 아이들에게 먹힌다는 충고를 해주고 갔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뭘까?

조언일까? 소신일까?

헷갈린다. 적절한 조언을 들으면서 소신을 지키는 것. 근데 창작이라는 분야는 정말 모르는 분야라서 진짜 모르겠다. 나는 미술교육 전공이라 디자인을 세부 전공으로 선택할 수 있었지만, 안 한 이유는 끝을 모르겠어서 이다. 끝이 없다. 추상화도 끝이 없지만, 디자인 분야는 진짜 하면 할수록 동굴로 빠져 드는 느낌. 그런 미지의 세계가 있다. 사실 스토리가 있는 것을 디자인하는 것은 아주 쉬운 편에 속한다. 이렇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고통이 진짜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런 이모티콘을 그리게 될 줄을 몰랐다.

세상이 디지털 노매드를 부추긴다. 그리고 아이들을 보면서 일할 수 있는 직업, 장소나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 직업을 위해서 대부분 사람들이 디지털 노매드를 꿈꾼다. 내가 선택한 첫 번째 일이 이모티콘 도전이다. 일단 이것이 해결되어야 다음이 진행되는 거라서 더 스스로를 압박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두 개를 그렸다. 낼은 뭘 그리나?

아이디어 싸움이다. 그림이야 수백 개도 그리지!  근데 참신하고 어디 확 당기는 멘트 없을까?

누워도 머릿속이 복잡하니 잡이 안 온다. 한동안은 지속될 것 같은 이 두통이 참 야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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