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땀을 흘리게 했냐는 듯이 오늘은 선선한 바람이 분다. 태풍과 함께 인사도 못했는데 더위가 떠나 버렸나 보다. 선선한 바람이 불면 항상 맘이 설렌다. 이런 걸 가을 탄다 라고 말하던데~
이 시기는 2학기가 시작되고, 새로운 썸이 생기고, 조금 있음 세상도 붉게 변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의 연예의 첫 시작은 가을이 많았던 것 같다. 찬바람이 불면 그 설레었던 마음들을 가슴은 기억하고 있나 보다.
지난주까지는 코로나로 확진자 속출로 가정학습을 했던 우리 아이들도 오늘부터 정상 등교를 시작했다. 큰아이는 돌봄 교실로 가고 둘째는 유치원 1등 등원을 시키며 출근했다. 오늘은 확진자가 더 이상 안 나온 것을 축복하듯 돌봄 교실에 아이들이 가득하다. 지난 화요일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마스크에 긴장감이 없다.
아이들은 더위를 많이 타니까 습관적으로 에어컨을 켠다. 그리고 문을 활짝 연다. 교장선생님 방침이시다. 아마 코로나로부터 아이들을 지켜낸다는 의지가 있으신 것 같다. 지난해까지는 전기를 아주 절약하시던 것을 알기에 이 시기의 이 행동이 마음으로 받아들여진다. 아이들과 부대끼다 보면 금방 점심시간이 된다. 같이 급식을 먹고, 나는 퇴근 준비를 한다.
오늘은 여분의 시간에 슈퍼카 접기를 했었다. 시간이 부족한 아이들이 밥을 급하게 먹고 온다.
선생님 어떻게 접는지 모르겠어요.~
손이 보이지 않게 접어서 도와준다. 아이들이 많으니 내 손이 더 바쁘다. 수업 내내 표정 없던 아이들도 눈빛이 살아난다. 오늘은 이 슈퍼카로 튕기기 대결을 하기로 했다. 난 종이 접기가 싫어요 했던 아이들도 색종이를 들고 이리저리 접으려고 애쓴다. 모든 시작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다 함께 하기를 바랄 뿐이다. 어느새 반 아이들 모두가 색종이를 접고 있다. 먼저 접은 아이들이 친구를 도와주기도 하고, 빨리 접으라고 친구를 재촉하기도 한다. 이렇게 모두의 손에 슈퍼카가 들려져 있다.
기회는 한번, 책상을 넘어가면 아웃이야!
기회를 자꾸 줄 거지만, 아이들이 뭔가를 할 때 집중하기를 바란다. 아이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한 명씩 한 명씩 슈퍼카를 튕긴다. 조용히 있던 여자 친구가 일등이다. 원래 저학년 땐 여자아이들이 힘도 세고 등치도 더 크고 그런 아이들이 많다. 묵묵히 색종이를 접던 그 친구가 계속 일등이다. 룰을 바꿔 준다.
이제 책상을 넘어가도 돼. 제일 멀리 가는 슈퍼카가 일등이야!
희비가 엇갈린다. 멀리는 나아가나 책상을 자꾸 이탈하여 1등을 놓친 아이가 만세를 부르며 열심히 한다. 그런데 이번엔 잘 안된다. 시무룩해진다. 참 세상을 그렇다. 막상 기회가 왔을 때 잘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계속하다 보면 또다시 잘 되게 된다. 오늘 결국 이아이가 1등으로 마무리되었다.
아이들은 자기들 만의 룰을 만들며 놀이를 한다. 이중에 대부분은 또 오후 돌봄 선생님과 다른 교실로 이동하게 된다. 하루 종일 있어야 하는 아이들이 안쓰럽긴 하지만, 집에 간다 한들 별 반 다르지 않음을 그냥 안다. 그래서 우리 아이도 돌봄을 보내기로 했다. 어쨌든 한 친구라도 더 만나고, 사회적인 활동을 한 번이라도 더 하라고 보내는 맘도 크다. 물론 일을 하니 어쩔 수 없긴 하지만, 그래도 득이 더 많은 것 같아서 보낸다.
오늘은 오후 수업이 없어서 이렇게 퇴근하고 집으로 왔다.
붕 뜬 마음을 가라 앉히고 싶은데, 계속 날아가려 한다.
가을이 진짜 여기 근처까지 왔나 보다.
가을 타는 아줌마 맘이 계속 쿵쿵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