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거제도는 나름 청정구역이었는데, 어제 하루 종일 쉴 사이 없는 확진자 알림 문자로 거리에 사람이 없는 유령 주말이 되었다. 지난주 한 명 한 명 확진자가 나오더니, 금요일 어린이집 교사분이 확진되었다는 가슴을 쓰러내리게 하는 소식과 함께 계속 더 충격적인 소식들이 전해진다.
토요일 새벽부터 띵띵~~
지인들이 단톡 여기저기에서 불이 난다. 누가 확진되었다더라! 누구도 확진이라더라!
결론은 오늘 엄청난 수가 확진자로 발표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원래 슬픈 예감은 들어맞는 법칙처럼 오전 8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표되었다. 서울에 확진자에 비하며 적은 수라고 할 수 있으나, 작은 도시이기 때문에 더 충격적일 수밖에 없는 소식이다.
게다가 결정타는 아파트 방송이다.
안내 말씀드립니다. 금일 우리 아파트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여 해당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며, 전체 방역은 이미 실시했고, 커뮤니티 센터나 놀이터 등의 이용을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방송을 끝나자 또다시 단톡들이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지인들이 내가 사는 라인이라는 소리를 들었다느니, 어디에 근무하는 분인데, 할머니가 아이를 봐주러 와서 같이 확진되었다더라~ 등등 이야기는 구체적일수록 신빙성이 높아진다. 내 머릿속은 어제의 일상을 다시 되짚어 본다. 아이들과 엘리베이터에서 우린 어떤 행동을 했는지 하나하나 기억을 떠올리려고 노력했다.
'혹 같은 동 분이 확진이면 우리도 자가격리해야 는 건가?' 불현듯 무서움이 더 가까이 몰려온다.
경비실도 불통, 관리실도 불통, 아파트 게시판도 글들이 쭉쭉 올라온다.
어느 동인지 알려줘야 우리도 대비를 하는 거 아니냐?
답답한 입주민 한분이 관리실을 갔더니 자기는 모른다고 그런 이야기만 듣고 왔다는 글도 있다.
입대위의 글은 보건소 지시에 따라야 하며, 동은 밝힐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다른 지인의 아파트는 확진자가 있어서 동과 라인까지는 밝히며, 안내 방송을 했다는 톡이 들어온다.
어디까지가 권리의 보호이고, 정보의 공개성인지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닌데, 막상 내 문제가 되니 너무 답답해진다. 완전공개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어느 동 라인인지만 알고 싶은데~
근데 이분 직업은 알고, 가족 관계까지도 알게 되는데 막상 어느 동인지는 아직도 카드라~ 로만 알고 밝혀진 바가 없다. 믿을 만한 아파트 정보통에 의해 우리 동은 아님을 알게 되니 조금 맘이 위안이 되었다고나 할까?
이번 코로나는 지난봄의 코로나랑 느낌이 다르다 더 절망감이 더 추가되었다는 편이 딱 맞는 것 같다.
지난봄, 처음으로 감옥살이와 같은 시기를 보냈지만, 나름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좋았고, 지금만 견디면 좋아질 것이다.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리곤 곧 치료제도 나올 것 같았고,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가 없는 것도 나름 긍정적인 부분 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지금이 힘든 것은
예전의 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의 답이 점점 부정형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고, 나도 맘 껏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수업하던 그 시절이 가능할까? 지난 금요일부터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시작되었다. 초등학교 수업은 거의 다 취소였지만, 일단 내가 나가는 중학교들은 수업을 시작해 달라는 요청에 마스크를 끼고 오랜만에 수업을 진행했다. 마스크 속의 내 얼굴은 너무 덥고, 답답했다. 1학기 때도 잠시 잠시 특강도 하고 했지만, 그땐 가끔 마스크로 내리고, 같이 웃고 그러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분위기가 다른 상황이라 그럴 수가 없다. 비말을 끼던 마스크도 다시 kf94로 바꿔 끼고, 답답하지만 나도 그리고 학생들도, 그리고 내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장기로 가면서 그리고 또 재확산되면서 예전의 일상이 그립기만 하다. 다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여기 지금 이 코로나 바이러스나 또 다른 이름 모를 바이러스들과 공존하며 살아야 할 미래의 세상들이 문득 그려진다.
우리 아이들은 어쩌나?
갑자기 안쓰럽다. 우리 아들들에게 어디까지가 마스크 쓰지 않던 기억으로 자리 잡을까? 아이들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그때부터 우리가 마스크를 썼잖아! 가 아니라 웃으며 우리 그때 마스크 쓰고, 입학식도 온라인으로 했잖아! 하면서 에피소드를 말할 수 있는 세상이 와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