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임산부테라피에 올인하는 이유 5
나의 손을 산모의 목덜미에 살포시 올려놓는다. 마침내 테라피가 시작된다. 호흡이 안정되며 산모들의 배가 위아래로 크게 오르락내리락한다. 드디어 잠들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이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이뻐 보인다. 얼마나 지금 힘들까 안쓰럽기도 하고 이 과정을 이렇게 묵묵히 마주하고 있는 그녀들이 대견하기도 하고 내 눈에는 마냥 내 아기 같아 보인다. 산모들과 이야기할 때는 항상 짧은 혀로 정말 애교스럽게 이야기한다. 가끔 이런 내가 왜 이러나 스스로 궁금할 때가 있다. 나의 모성애가 발동되는 건가? 이 착각 때문에 임신 출산 경험도 없는 내가 이렇게 이 일을 사랑하고 집착할 수 있었던 거 아닌가 싶다.
이런 생각도 해본다.
‘애도 안 낳아보고 임산부 전문 테라피스트라고 너무 자신 있게 말해도 되나?’
하지만 이제 날 흔들 것은 없다.
산부인과 유명한 분만 의사 선생님들은 대부분 남자 아닌가?
또, 내가 정말 임신 출산을 한 경험이 있다면 어쩌면 나의 경험의 프레임에 갇혀 객관적으로 접근하는 태도를 가지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경험이 없기에 오히려 모든 산모들의 증상들이 모두 중요하고 긴박하다 느꼈을지도 모른다고 나를 당당하게 합리화해 본다.
그리고 테라피를 하며 그 누가 데이터를 모았을까? 모든 경우들을 데이터화하고 숫자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나의 소중한 재산이자 확신의 증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