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후유증 테라피 1
이진희 선생님이세요? 한의원 원장님 소개로 전화드렸어요.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마무리하는 중에 업무폰이 아닌 개인폰에서 전화가 울렸다. 개인폰으로 모르는 번호가 올 전화가 거의 없기에 의아해하면 전화를 받았다.
“혹시, 이진희 선생님이세요?, 저 OO한의원 원장님 소개로 전화드린 **라고 하는데요”
“네? OO한의원 원장님 소개요?... 아…네…”
OO한의원은 내가 20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몸이 어디 아프다 싶으면 무조건 달려가는 곳이다. 그렇다보니 OO한의원 원장님은 거의 나의 주치의일 정도로 내 몸의 건강상태에 대해서 가장 잘 아시는 분이시다. 그리고 내가 아플때는 고민이 생겼을 때가 대부분이기에 진료를 받으며 하소연을한다. 그러면 이런저런 인생고민을 시원하게 해결해주시는 마음의 주치의이시기도 하다. 하지만 그 분의 환자분이 나한테 전화를 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 전화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제가 OO한의원을 출산하고 산후보약을 지으러 갔더니 원장님이 이진희 선생님에게 테라피를 받아보라며 전화번호를 알려주셨어요.”
원장님이 어떤 뜻이 있어 나를 소개해 주셨겠지 싶어서 별다른 질문없이 테라피 예약을 잡았다.
그런데, 며칠 후 예약을 취소하고 다시 예약일을 잡아야 겠다는 문자가 왔고 또 한번의 예약 후 다시 예약 취소문자를 받았다.
그 분을 실제 만난 것은 8개월 뒤였다.
“며칠전에 한의원에 또 갔더니 원장님이 왜 이진희 선생님한테 안 가보냐고 하셔서 오게 되었어요.”
잘 오셨다고 반갑게 맞이하였지만, 불안하고 무감각한 얼굴 표정과 출산한지 1년이 다 되어가는 분이라고 하기엔 너무 부어있어서 나는 순식간에 긴장하게 되었다. 어떤 사연이 있을 거 같아 궁금하였지만 테라피가 한시라도 급해보였다. 우선 관리를 시작하였다.
우리 딸을 어떻게 관리하신거죠?!
이제 출산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온 몸이 부어 있었다. 엎드려 있는 뒷 모습조차도 불안해보였다. 솟아있는 등은 평상시 힘든 호흡상태와 등통증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에비해 너무 내려앉은 엉덩이의 각도는 허리통증의 불편함과 편히 잠을 자지 못할 거라는 점도 예상할 수 있었다. 또, 전체적인 부종감은 이 분의 마음상태까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무거워 보였다. 관리를 하면서도 이것저것 묻고 싶었지만 왠지 이 분에게는 잠이 급선무같았다. 손으로 관리를 하는것이 오히려 잠을 방해할 거 같아 스톤으로 천천히 깊게 열을 넣기 시작하였다. 얼마되지 않아 곧 잠이 들었는지 호흡이 길어지고 상체가 호흡에 따라 천천히 들썩이기 시작하였다.
한시간 반, 테라피가 끝나고 물한잔을 준비하였다.
“**님, 좀 편안해지셨어요?”
“네, 선생님. 저 너무 가벼워졌어요. 너무 감사해요. 진짜 얼마만에 이렇게 잠을 잘 잤는지 모르겠어요.”
이 때도 나는 이 분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였지만, 편안하게 보내드려야 겠다 싶어서 다음 예약만 잡고 말을 아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모르는 번호로 또 전화가 왔다.
“저 어제 관리받았던 **엄마인데요. 어제 저희 딸에게 어떻게 관리를 하신거죠?”
‘아, 무슨 일이지…**님 몸이 안 좋아지셨나?’
어머니의 전화에 가슴이 덜컹했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님께 무슨일이 생기셨을까요?”
“아니, 우리 딸한테 어떻게 관리를 하셨길래 아이가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저녁식사도 준비했어요. 그리고 출산하고 아기도 잘 안보는 애였는데 아기도 보고…아침에는 청소도 하더라구요. 도대체 어떻게 관리 한번만에 우리 딸이 저렇게 변했는지 너무 궁금해서 제가 직접 들어야겠다 싶어서 전화드렸어요.”
안심의 한숨을 쉬며 어머니와 통화를 이어나갔다.
“그렇다면, 너무 다행입니다. 이렇게 전화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님이 너무 부종이 심해서 부종관리를 했습니다.”
“사실은 우리 딸이 출산하고 부터는 매일 아프다고만 하고 아무것도 안해요. 말도 안하고 아기도 내가 봐줘요. 사위가 집안일을 하고요. 그런 딸이 갑자기 변해서 너무 놀랬어요. 우리 가족들이 너무 걱정하고 있었는데…선생님, 너무 감사해요. 내가 꼭 선생님 뵈러 갈께요. 우리 딸 잘 부탁해요.”
“제가 도움이 되면 너무 좋겠어요. 어머니 마음 편하게 계시구요. “
어머니와의 통화로 그제서야 **님의 사연을 대략 알게 되었다. 다음 **님의 테라피 예약일정이 기다려졌다.
이제야 살거 같아요!
이번에는 취소없이 **님을 만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첫날과는 다르게 너무 밝아보였고 웃음을 볼 수 있었다. 일주일만에 만난 **님은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붓기 시작하였다.
“출산을 하고 시어머니가 한약을 지어주신다며 아시는 한의원에 절 데리고 가셨는데 그 곳에서 사혈치료를 받았어요. 치료가 끝내고 한의원을 나오는데 바로 주저앉았어요. 그 뒤로는 집밖을 나올 자신이 없어졌고 버스를 타면 저를 다 주시하는거 같아서 버스도 탈 수 가 없었어요. 집안일도 힘들고 아기도 볼 수가 없을 정도로 온 몸이 다 아퍼왔어요. 매일 아프니깐 친정 엄마나 남편이 집안일과 육아를 거의 해주셔서 죄송하고 미안했어요. 하지만 제 몸이 너무 아퍼서 어쩔 수 없었어요. 그러다가 OO한의원 원장님을 찾아뵈러 갔어요. 저도 OO한의원 10년 단골이거든요.
출산 후 1년 동안 겪었던 **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그녀의 첫 모습이 왜 이리 무기력하고 안쓰러워보였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힘드셨는데 처음 전화주셨을 때 바로 오시지 왜 8개월이나 지나서 오셨어요?”
“사실은 원장님을 믿고 명제한의원을 가는데 의사도 아닌 마사지 선생님을 소개해주신다는게 이해가 안되었어요. 그래서 사실 안 믿었어요. 그런데 다시 갔을 때 왜 이진희선생님을 안 찾아가냐며 재촉하셔서 그냥 한번 가보자싶었어요. 그런데, 저번주 관리를 받고 내가 왜 미루었나 후회했어요. 저 정말 너무 많이 좋아졌어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했던 마음도 편안해졌어요. 이제야 살거 같아요!”
한껏 설랜 표정으로 관리전후의 이야기를 하는 **님의 모습에 나도 놀랐다.
“우리 오늘 두번째 관리 시작해볼까요?”
관리 베드에 올라가는 **님의 뒷모습은 한결 가볍고 신나 보였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더 구체적으로 계획이 세워졌다.
**님의 몸 상태는 산후조리가 아직도 안 된 상태와 같았다. 림프관리로 쉽게 배출되는 부종의 범위을 넘어 피부를 만지면 땅땅함이 느껴지는 냉기냉습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래서, 우선은 최대한 냉기냉습을 배출시키는데 목적을 두었다. 특히 출산한 여성들의 몸 속에서 배출되지 못한 부종들이 쌓여 냉기냉습으로 변질되는데 그 이유로 많은 여성들이 출산 후 알수 없는 통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관절통증을 넘어 시림증, 산후비만, 산후우울감 등 산후후유증으로 발전해버린다. 그런 냉기냉습만 제대로 배출시켜도 잠도 잘자고 여기 저기 쑤시고 시린 통증을 빠르게 잠재울 수 있으며 마음 또한 한결 편안해진다.
출산을 한지1년 이상이 지났는데도 ‘모든 관절이 아프다’, ‘마음이 불안하다’, ‘잠을 잘 못잔다’. ‘아기에 대한 애정이 생기지 않는다’ 라면 산후후유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렇게 **님의 산후후유증문제를 완화시키고 늦었지만 진짜 산후회복을 위해 냉기냉습배출관리 5회를 집중적으로 했다
두번째 관리후 **님은 온 몸이 다 두들려 맞은거 같은 통증감은 없어졌다고 한다.
2번째와 세번째는 회복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하여 연이어 관리를 했다.
“**님, 어제와 오늘 관리를 연이어 했기에 냉기냉습의 더 많은 양이 배출 될거라 힘들어지실 수 있어요. 샤워는 오늘은 절대하지마시고 내일해주세요. 그리고 미지근한 물을 좀 자주 드셔주세요. 몸의 순환속도가 빨라지면서 오히려 지친다, 쳐진다는 느낌 드실 수 있지만, 자연스런 과정이에요. 하루이틀 힘드실 수 있어요. 아기가 낮잠 잘 때 함께 한시간정도 주무셔 주세요. 식사는 많이는 아니여도 괜찮으니깐 귀찮고 힘들다고 대충 떼우지 마시고 두끼 정도는 꼭 챙겨드세요. 꼭꼭 씹어 드시구요.”
“그 힘들었던 시간도 견뎠는데요. 관리받고 좋아진다고 좀 피곤한 과도기 겪는건 괜찮아요. 걱정마세요. 선생님.”
한주가 지나고 네번째 관리날이였다.
“선생님, 땅땅했던 피부가 이제 말랑말랑해졌어요. 이번주는 잠도 너무 잘 잤구요. 저번에 힘들거라고 하셨는데 진짜 몸살 감기몸살처럼 오더라구요. 따뜻한 물 계속 마셨더니 진땀이 계속 나더니 이튿날부터 컨디션 다시 살아났어요. 희안하던데요.”
“오~다행입니다. 오늘 관리는 좀 더 깊이 온기를 넣고 냉기냉습을 배출시켜서 진짜 뼈까지 따뜻해지게 해봅시다. 많이 건강해지실거에요”
또 한주가 지나고 다섯번째 관리날이였다.
“**님, 일주일동안 컨디션 괜찮으셨어요?”
“네, 이번주도 물론 잘 잤고, 허리통증도 있었는데 많이 편안해졌어요. 진짜 많이 몸이 풀린 느낌이에요. 아기를 봐도 짜증안나고 이제 제대로 육아를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남편도 훨씬 저보고 얼굴이 편안해졌데요. 그동안 우리 남편도 제 눈치 본다고 힘들었을거에요. 이제 제가 가족들한테 좀 더 잘해야죠. 이래서 명제한의원 원장님이 빨리 가보라고 하셨던건가봐요.”
그 다음 관리부터는 피곤하고 힘들 때 관리를 받으며 몸의 건강상태를 계속 소통해나갔다.
그리고 나서, **님의 경험담을 듣고 친정 어머니, 첫째 이모, 둘째 이모까지 모두 관리를 받으러 오셨다. 정말 감사할 뿐이다.
이진희 선생님이 다른 사람의 삶에 변화를 줄 수 있을 정도로 항상 성장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요! 기대할께요!
그 뒤, OO한의원 원장님을 뵈러 갔었다.
“원장님, **님 저에게 오셔서 테라피받으셨어요.”
“하하, 잘 관리해주셨죠? 우리 출산하고 나면 몸을 제대로 풀어야 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님은 몸이 하나도 안 풀려 있는거에요. 산후보약 먹는것도 좋은데 이진희선생님이 함께 제대로 풀어주면 회복 속도도 빠르고 너무 좋을거 같다란 생각이 들어서 추천했어요. 우리 진희 선생님, 겨울에 얼은 얼음 녹이듯 몸 따뜻하게 순환시키는 것은 진짜 잘 하시는거 내가 알잖아요.”
“원장님, 이번 계기로 출산 후 관리를 제대로 못 받으면 여성들의 몸이 어느정도까지 안 좋아질 수 있는지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임산부 테라피의 깊이가 일반 마사지랑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어야 함을 인식하게 되었어요. 임신 출산한 여성의 삶의 질을 변화시키지 못하면 임산부테라피는 존재 이유가 없다란 생각이 들 정도로 임산부 테라피스트로서 사명감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래서 공부를 더 해야겠어요. 저 궁금한거 있을 때 원장님께 많이 여쭐께요. 정말 감사합니다.”
“나도 이진희선생님이 그냥 마사지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몸과 마음을 다 치유하고 그 사람의 삶에 변화를 줄 수 있을 정도로 항상 성장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요. 사람들의 편견을 바꿔주세요. 기대할께요.”
항상 이진희 선생님은 잘 할 수 있다고, 남들과 다른다고 파이팅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한 분이시지만, 원장님의 말씀에 정말 각오를 해보았다. 사람들의 삶을, 라이프를 진짜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데 내가 전문가가 되어보자고.
출산 후 어긋난 관리로 산후후유증을 얻게 된 여성들이 많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한 사람의 인생을 뒤흔들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나는 임신 기간의 산모와 거의 병원에서 출산하고 바로 조리원으로 입실해서 2주뒤 퇴실하는 여성들이 주 관리 대상이였기에 출산하고 1년이상이 된 여성을 접하긴 어려웠는데 나의 테라피 발전에 중요한 사례가 되었다. 그래서, **님의 관리는 조리원 입실 당시의 컨디션에만 신경쓰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볼 수 없는 퇴실 후 출산한 여성의 몸의 변화를 예상하며 관리를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지금 **님은 작은 카페를 3년째 운영중이다. 카페를 오픈하기 위해 알바까지 하며 열정적으로 준비하는 모습도 보았다. 이렇게 활기차게 살아가는 그녀를 그 때 그냥 놔두었다면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한 여성의 삶을 지켜나가는데 나의 일이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