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긁어낸 건, 살갗이 아니라 고통이었다

밤새 뒤척인 건 피부가 아니라, 견딜 수 없던 마음이었다.

by 이진희

밤새 긁어낸 건, 살갗이 아니라 고통이었다


오늘 산모님의 팔과 배, 다리에는 얇은 붉은 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밤새 긁은 흔적들.
간지러워서가 아니라, 미쳐버릴 것 같아서 그랬다고 했다.

임신성 소양증.


몸속의 변화를 견딜 수 있었다면 피부로까지 나오지 않았을 텐데.
면역력의 데드라인을 넘어서며, 결국 고통은 피부 밖으로 터져 나왔다.

살이 터질 듯 가렵고, 따갑고, 누구도 진짜로 이해해주지 않는 그 고통.


대부분은 시원한 샤워를 권하고 얼음팩을 얹으라고 말한다.

하지만 찬 자극은 그 순간만 위로가 될 뿐,
오히려 순환을 멈추게 한다.
몸이 더 차가워지고, 속은 더 조여든다.


임신성 소양증은 단순한 피부 문제가 아니다.
간 기능과 담즙 대사 이상과도 관련된 몸의 깊은 신호다.

피부의 문제를 단순히 호르몬 변화 때문이라 말하지만,
그 안에는 면역력의 균형이 무너진 흔적이 숨어 있다.

출산하면 괜찮아질 거라 말하지만,

시간이 지체될수록 소양증이 남긴 자리에는 색소침착이라는 상처가 남는다.


그 흔적을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외부의 자극보다, 내부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먼저다.
따뜻한 찜질과 부드러운 순환이 필요한 시간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피부보다 먼저 마음을 만졌다.

내 손끝이 닿는 동안만큼은 그 불편함이 잠시 잊혀지길 바란다.

눈을 감은 그녀가 아주 작게 숨을 쉬었다.
오늘 나는 그 몸이 얼마나 지쳐 있었는지, 말없이 알 수 있었다.

오늘 밤만큼은 조금 덜 간지럽고, 조금 더 편안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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