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의 목에 생긴 작은 얼룩, 그리고 너무 큰 오해

몸이 보낸 작은 신호를, 이해와 손길로 돌보다

by 이진희

산모의 목에 생긴 작은 얼룩, 그리고 너무 큰 오해


오늘, 산모의 목덜미에
옅게 퍼진 갈색 얼룩을 보았다.

말없이 고개를 숙인 산모는
조용히 목덜미를 가리듯 움츠렸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임신을 하면요, 호르몬 변화로 인해 피부에 색소침착이 생길 수 있어요."

아주 작은 설명 한 마디가, 그녀의 얼굴을 크게 흔들었다.

"이게... 임신하면 생기는 거였어요?"

산모의 떨리는 목소리.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산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조금 더 깊은 이야기가 터져나왔다.

남편은,
아무 생각 없이 산모의 목을 보고 말했다고 했다.

"목에 때 좀 밀어라."

그 짧은 말 한마디.
그 아무렇지도 않은 말이,
아내를 얼마나 작게 만들었는지.

그는 알기나 했을까.

산모는,
밀어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을 보며
혼자 속으로 끙끙 앓고 있었다.

말할 수도 없고,
털어놓을 수도 없고,
자신을 탓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던 시간들.

그 작은 얼룩 하나가
몸의 얼룩만이 아니라,
마음에도 얼룩을 남기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그 작은 진실을 알게 된 순간.

산모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집에 가서 남편한테 꼭 말해야겠어요!"
"임신하면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다!"

(속으로는, '너나 가서 때 밀어라!!!' 하고 외쳤겠지.)

힘차게 커진 목소리.
빛이 돌아온 눈빛.
표정 가득 차오른 생기.



때가 아니었다.
잘못도 아니었다.

우리 아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몸 안에서 일어난 살아 있는 증거였다.

지워야 할 얼룩이 아니라,
손을 내밀어, 돌보고, 회복시킬 수 있는 변화였다.

나는 다시 확신했다.

임신은,
부부가 함께 공부하고 알아가야 하는 여정이다.

아기를 가진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서로를 더 단단히 끌어안아야 하는 시작이라는 걸.





오늘의 끝에 남긴 한줄,


상처였던 얼룩은,

이해를 만나

마음의 얼룩도 지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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