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에서 먼저 무너지는 시간
오늘, 한 산모의 발을 만졌다.
깊게 패인 발뒤꿈치.
굳은살 위로 얇게 일어난 살갗.
임신을 하면,
몸속 수분과 영양은 가장 먼저 아기에게 향한다.
가장 소중한 것부터 내어주다 보면,
가장 먼 끝자락부터 조용히 무너진다.
발은,
몸이 버티고 있다는 걸 가장 늦게 알려주는 곳이다.
배가 불러오면 발이 보이지 않는다.
구부리려 하면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발가락을 닦고 싶어도,
숨이 막혀 손을 내리지 못한다.
산모는 샤워부스 안에서
제대로 발을 씻지 못한 채
대충 물을 흘려 보내고,
수건을 깔아놓고
그 위에 발을 문지르듯 문대고 나온다.
발 하나 닦으려다
미끄러워 중심을 잃을까 두려워
조심조심, 숨죽이며 버틴다.
"발톱도 깎기 힘들어요."
산모는 웃으며 말했지만,
그 웃음 뒤에는
부끄러움과 체념이 겹쳐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임신한 몸에는 숨을 삼키며 넘어야 하는 큰 산이 된다.
발 뒤꿈치가 갈라진 것은
건조함 때문만이 아니다.
호르몬 변화로 피부 보습력이 떨어지고,
혈액순환이 둔해지며,
늘어난 체중이 발에 압력을 더한다.
몸이 가장 먼저 보내는 작은 신호.
그러나 아무도 묻지 않는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무엇을 참아왔는지.
산모는 묵묵히, 조용히,
사랑을 품은 몸으로 하루를 버텨낸다.
나는 오늘도
갈라진 발끝을 조심스럽게 감쌌다.
아무 말 없이.
"고생했어요."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손끝으로 그렇게 전하며.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사랑은 끝까지 버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