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 테라피실.
전화벨이 울린다.
막내 선생님이 통화 내용을 전한다.
“202호 산모님 온몸이 쑤시고 오한이 들어서 오늘 테라피 취소하고 진료 보러 가신데요.”
시리고 오한이 든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덜컹하고 정신이 아찔해진다.
어제까지 웃으며 아기 이야기를 하던 산모였는데. 백발백중 밤과 새벽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다.
짐작이 간다.
“똑똑똑. 테라피실 실장입니다. 잠시 들어가도 될까요?”
산모는 관절을 부여잡고 울고 있다.
“저 너무 아파요. 이렇게 아플 수 있나요?”
우선 산모의 손을 잡고 눈물을 닦아준 다음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너무 걱정 마세요. 그런데 혹시 어젯밤이나 새벽에 샤워하셨을까요?”
“어떻게 아셨어오? 땀이 너무 많이 나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알기에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원칙은 원칙이다.
“조리원에 계신 동안 저희와 샤워 일정을 공유하길 부탁드렸던 이유가 혹시나 이런 일이 생길까 봐 였어요. 아직 뼈마디가 벌어져 있는 이 시기에 샤워를 일반인처럼 하면 산후풍에 바로 노출이 되고 컨디션이 다운되세요.”
산모도 아차! 싶은가 보다.
“진짜 그래요? 친정엄마가 씻지 말고 따뜻하게 하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냥 옛날 고리타분한 이야기다 생각했어요. 이럴 줄 몰랐어요.”
친정엄마 말은 100% 진짜다.
임신 기간 동안 모유와 양수를 만들기 위해서 산모의 몸은 수분을 배출하지 않고 저장해둔다. 그리고 출산직후 불필요한 체액을 땀으로 배출 시킨다. 신기하고 자연적인 출산 회복 시스템이다. 하지만 아직 회복되지 않은 산모가 샤워를 해서 몸의 온도가 낮아지면 이 과정이 멈추게 되고 평생 느껴보지 못한 오한이 찾아온다. 친정 엄마가 말하는 '뼈에 바람 든다'는게 바로 이것이다.
“실장님, 저 이제 어떻게 해요?”
산모의 절망적인 눈은 오롯이 나를 향하고 있다. 나는 해결해 줄 수 있다. 한두 번 해봤나. 나는 떨리는 두 손을 따뜻하게 잡아준다.
“냉기 냉습 배출 프로그램을 진행해 드릴게요. 일단 진료받고 마지막 순서로 오세요. 쑤시고 시린 게 눈에 띄게 사라질 거예요. 관리 끝나고 마음 편히 저녁 드시러 가세요.”
통증으로 눈물을 흘리던 산모가 기댈 곳이 생기니 또 눈물을 흘린다.
얼마나 힘들까.
이 모든 몸과 마음의 변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