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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 May 31. 2022

행운을 빕니다.

이 모든 것들이 벌써 6년 전의 일이다. 지금까지 6년째 타쎄바를 복용하고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다. 이 약의 평균 내성이 1년이기 때문이다. 감마나이프도 그때 이후로 하지 않았다. 작년 9월 흉수로 입원했을 때에도 다른 전이가 없어 늑막 전이 판정만 받았다. 고통이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았지만 2017년 학교로 복직했고 나는 수술도 통증도 서서히 잊어갔다. 설사 때문에 수업 중에 갑자기 화장실에 뛰어간 적도 있고 무월경이 지속되어 폐경이 왔나 걱정했던 때도 있다. 머리카락 곱슬이 심해져서 매직 파마를 매달 하고 손톱이 빠져 피부과에 갔다가 진료 거부를 당하기도 했다. 피부 건조증과 각질 각화증, 최근에는 햇빛 알레르기까지 많은 부작용이 있지만 남들은 전혀 모르는 나만의 고통이다. 다시 말하면 부작용이 정말 심한 사람에 비해 이 정도는 심한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내 담당 교수님도 그렇게 느끼시는 듯했다.)


이제는 가물가물한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는 건, 아픈 기억을 다시 꺼내어 고통을 받거나, 마음에 새겨두고자 함은 아니다. 국가암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암종별 발생 통계 1위가 갑상선암이고 2위가 폐암이다. 처음 큰 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들은 금요일, 급히 검색하여 가입한 카페에는 지금도 매일 몇 명의 환자와 예비 환자, 보호자가 가입을 하고 매일 부고가 올라온다. 연령도 30대부터 80대까지, 성별도 남녀 고르게 폐암에 걸린다. 정말 이렇게나 폐암 환자가 많다는 사실이 놀랍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와 폐암까지 호흡기 질환은 어쩌면 미세먼지와 각종 공해가 가득한 지금의 세상에서 피할 수 없는 질병이 아닐까 싶다.   


평생 스트레스를 받아온 사람이든, 평생 운동을 해온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많이 걸리는 병이라 조금이라도 먼저 겪은 경험담을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 6년 전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다 잊은 줄 알았는데 쓰면 쓸수록 기억이 되살아났다. 과거의 일이라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떠올렸지만 어쩔 수 없이 주관적으로 썼다. 나의 케이스가 폐암 환자의 전형적인 모습은 아니다. 나는 5년 상대생존율도 뛰어넘었고 평균 약 내성 기간도 뛰어넘은 아주 희귀하게 운 좋은 사람이다. 비법을 묻는다면, 나는 모른다.


병에 걸린 이유를 모르듯 살아남은 이유도  수는 없다. 수술을 받은 이듬해부터 다시 직장에 다녔고 남들처럼 일상을 살았다. 다만  이전에 가졌던 집착과 조급함을 버리고 다소 여유로워졌다. 하고 싶은  했고 놀고 싶으면 놀고 먹고 싶은   먹었다. 그러다가 섣불리, 너무 쉽게 잊었다. 환자라는 . 컨디션이 최고조에 이른 2019년부터 코로나가 심각해진 2020  용량을 초과하는 분량의 업무를 수행했다. 그리고  보다  배의 무거운 스트레스를 온몸으로 받은 결과 늑막 전이 판정을 받아야 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전이되지 않았을까? 그것도 모를 일이다.


작년에 갑자기 기침이 나고 호흡이 힘들어졌다. 병가를 내고 한 달간 쉬다가 더 이상 흉수가 차지 않아 학교로 돌아갔다. 학교로 돌아간 날 아이들은 내게 큰절을 했고 복도에서는 환호했다. 착하디 착한 아이들과의 수업은 즐거웠지만 복귀하자마자 다시 흉수가 차올랐다. 넘어진 김에 쉬어가라 했다. 교직 20년 만에 처음으로 가지는 휴식 시간이 지루할 틈 없이 채워지고 있다. 글로, 독서로, 음악으로, 영화로, 여행으로, 운동으로.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는 중이다. '나중'은 없을지도 모른다. '나중'은 너무 늦을지도 모른다. 지금이다. 지금 당신이 당신의 몸을 돌보고 마음을 돌보기를 바란다.


요즘도 여전히 불안하다. 기침이 조금씩 나오고 식욕이 줄고 있다. 코로나에 걸린 거면 좋겠다. 하지만 나는 운 좋게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 아마도 이번 검사 결과도 무사통과일 것이다. 우리 모두 굿 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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