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온 후 두 달 만에 다시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다양한 운동기구가 있고 신규 회원보다는 오래 다닌 회원이 대다수라는 말에 바로 등록해 버렸다. 선생님들의 강의 방식도 좋았고 캐딜락, 리포머, 체어, 바렐 등 다양한 기구를 접하는 것도 좋았지만 문제는 청결이었다. 리포머나 체어를 하다 눈이 머무는 곳마다 머리카락이며 오래 쌓인 먼지, 매트에 굴러다니는 잡티들이 보였다. 오래된 곳이라 기구가 낡기도 했거니와 손잡이 고무 부분은 너덜거려 고정조차 되지 않았다.
새 곳이든 아니든 보이지 않는 곳을 더 청결히 해야 하는데 그렇게 잘 관리하는 센터가 드물다. 지난번 다녔던 곳은 원장님이 워낙 관리를 잘해서 머리카락이나 먼지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아 어떤 자세로 운동을 하든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몇 년 전 다녔던 트레이닝 센터는 탈의실 가득한 머리카락과 먼지 때문에, 그 이후 다녔던 필라테스 센터도 같은 이유 때문에 관뒀었다. 코로나 이후 기구는 회원들이 다 닦는데 청결 관리 하니 못하 싶어 안타깝다. 연휴 끝 아침 첫 수업임에도 가득한 머리카락......
고민이다. 불만을 말하고 계속 다닐지, 말하지 않고 관둘지, 내 늘 선택은 후자였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였다.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니까, 괜히 얼굴만 붉힐 게 뻔하니까, 불만을 말하지 않고 조금씩 멀어지기를 나는 선택해 왔다. 하지만 연애는 좀 달랐다. 남녀관계는 수강취소하듯 헤어질 수 없으니까. 고쳐달라 노력해 달라 말해본 적도 있었다. 남자들은 말 안 하면 모른다고 하지만 말해도 모른다. 혹은 말의 포인트를 비껴 이해한다. 늘 고민되었다. 말을 하느냐, 참고 이해하느냐.
둘 다 쉽지 않다. 서로 상처받지 않으려면 기대하지 말고 내가 무뎌지는 게 최선이다. 그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답을 찾았는데 실행이 쉽지는 않을 터. 마음 수양이 필요하다.
내 고민을 들은 선배가 경험에서 우러나온, 현명한 답을 주었다.
'부드럽게 가볍게 반복적으로 천천히 그러면 조금씩 변한다. 나처럼'
인내를 가지고 조금씩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겠다. 내게는 시간이 많지 않지만, 나는 인내심도 없지만 노력해야겠다.
그리고 필라테스 센터에도 언젠가 말해야겠지. 말할 수 있을까. 말하고도 웃으며 다닐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