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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란 Nov 21. 2023

고등어까지 넓어진 세상


 내 살림을 시작한 이후 집에서 생선을 잘 굽지 않았다. 기름이 튀고 냄새가 남는 조리과정도 싫고, 먹는 과정에서도 가시를 바르는 수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잘 조리하지 않으면 비린 맛이 나기 일쑤고, 설거지 할 때도 불편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늘도 눈동자도 지느러미도 징그럽다. 그래서 우리 집 식탁은 보통 육고기로 채워진다. 육고기로만 차려도 다양한 식탁이 충분히 가능하다. 불고기, 안심구이, 삼겹살, 닭백숙, 닭가슴살구이... 매일 새로운 메뉴를 생각해 낼 수 있다. 아이들도 생선보다는 육고기를 즐기는 편이었다.     

 

 그런데 추석 연휴에 시가에서 옥돔을 보내주셨다. 귀한 옥돔을 버릴 수는 없기에 오래간만에 구워서 아들들에게 줘 봤는데, 세상에 너무 맛있다며 먹어 본 생선 중에 몇 위라며 형제가 생선 예찬을 한다. 또 추석 연휴 중 갯벌에 가서 동죽을 캐 왔는데, 그것으로 요리를 해 달라고 하도 졸라대어 처음 해감을 해 보았다. 해감이 어설퍼 조갯살에서 뻘이 서걱서걱 씹히는데도 우리가 잡은 거라 정말 맛있다며 형제가 엄지를 척 내밀었다. 그보다 더 전에는 친가에서 보내준 꽁치 김치찌개에 든 꽁치를 입 짧은 둘째가 몇 번씩 리필해 먹는 일도 있었다. 언젠가는 연어 초밥이 먹고 싶다고 해서 연어를 사서 초밥을 해 먹였다. 이 모든 해산물에 관한 에피소드가 근 한두 달 새에 일어난 일이다. 예전에는 비리다고 생선을 해줘도 잘 안 먹더니 갑자기 웬 해산물 사랑인지!     


 큰맘 먹고 마트 주문을 할 때 간고등어 네 마리를 주문했다. 얼마 전 사회 시간에 우리나라 각 지역의 음식에 대해 공부한 첫째가 안동의 간고등어를 먹어 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한 팩에 두 마리씩 두 팩인데 한 팩은 우리 집에 놀러 왔던 이웃 언니에게 나누어 주고 한 팩이 남아 주말 아침에 구워보았다. 생선 조리에 익숙하지 않으니 생선을 굽고 난 뒤 주방은 엉망진창, 바닥까지 기름이 다 튀어 온 주방 바닥이 미끌미끌해졌다. 집은 생선 굽는 냄새로 가득 차고. 그래도 아이들은 너무 맛있다고 간고등어가 먹어 본 생선 중에 일등이란다. 고등어를 먹으면서 등 푸른 생선의 DHA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첫째는 사회 시간에 배운 간고등어의 유래에 대해서 둘째에게 설명해 주었다. 주방은 엉망이 되었어도 고등어 덕분에 꽤 즐거운 아침이었다.   

  

 이제 내 요리 목록에는 생선도 추가가 된 것 같다. 앞으로 장을 볼 때는 꼭 생선 한두 종류를 함께 구매하지 않을까. 아마 저녁 식탁에 생선이 올라가는 빈도가 높아질 것이다. 내게 생선은 아이들 덕분에 '비리고 거추장스러운 것'에서 '맛있고 건강한 것'으로 변화되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면 나도 좋다. 내가 싫어도 아이들이 좋아하면 시도한다. 내 세상은 아들들 덕분에 고등어에게까지 넓어졌다.     


 아이들 덕분에 내 세상이 점점 넓어진다. 공룡도 로봇도 체스도 야구도 그랬다. 엄마가 되는 건 그래서 더욱 즐겁다. 사랑은 서로의 세상을 넓혀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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