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아주 오랜만에 합정에 갔다. 몇 년 전엔 나도 합정을 꽤 갔던 것 같은데, 최근엔 정말 안 갔다. 역시나 그쪽 동네는, 젊은이(?)들의 미묘한 설렘과 플러팅, 취하는 밤들이 부유하고 있었다.
친절한 사장님에게 취향을 전한 뒤 추천받은 맥주의 맛, 그리고 자리에 앉자마자 첫곡으로 흘러나오는 노래 Jadem-Reality(영화 써니의 삽입곡)까지. 마치 영화 속으로 들어온 것만 같았다.
“십몇 년 전 그때 내가 너무 순수해서 흑역사를 만들었어. 지금이었다면, 여우처럼 그냥 잘 흘러가게 놔두고, 그랬을 텐데- 그땐 너무 아무것도 모르고, 너무 모든 것이 처음이고, 그랬거든. 그래서 너무 쪽팔리고 어설프고 우스꽝스럽고 못나게 굴었어. 그냥 그게 생각이 나.
그땐 나,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너무 별로였던 것 같아. 지금 생각해 보면 쥐구멍에 숨어서 귀 막고 웅크리고 싶을 만큼 창피해.”
“아니야, 오히려 너가 너무너무 순수해서
그 순수함이 너를 지킨 거야.
그리고 그때도 너 예뻤어.”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잔뜩 구겨서 뭉쳐놓은 어떤 처음을 털어놓았다. 그 구겨놓은 낡은 오래된 쪽팔림과 어린 날에 대한 추억. 난 그것을 아주 오랜만에 마주하고, 이젠 고이고이 접어서 예쁘게 넣어둘 수 있게 되었다.
어떤 노래가 좋을지 고민하며, 포스트잇에 열심히 신청곡 몇 개를 적어내려갔다. 사장님께 전해드린 신청곡이 나올 때마다 아이처럼 좋아하며, 친구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친구도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냥, 사랑을 한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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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사람, 인연, 연애, 사랑, 그리고 사랑이 아니어진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주로 한 것 같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혹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와 같은 것들.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에 오늘이 있을 것 같다.
망쳐버린 나의 서툰 처음을,
예쁘게 고이 접어 넣어둘 수 있게 해준
누군가의 아름다운 향기 덕분에.
(선곡: Jadem-Real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