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공포의 현장, 유치원 교사로서의 기록 2nd.
유치원 교사를 하면서, 나는 많이 아팠다. 1년에 꼭 1~2번은 심하게 아파서 응급실에 갈 정도였다.
원래 그렇게 자주, 심하게 아픈 사람이 아니었다. 그 일을 그만두면서, 난, 더 이상 그렇게 아프지 않고 마침내 사람답게 살게 되었다.
그 일을 하면서 직업병으로 허리 통증, 손목 및 발목 통증, 그리고 목 아픔은 기본으로 달고 살았다. 그런데, 그러한 것을 넘어서서 정말 너무 아픈 날들이 꼭 찾아온다. 노동력 착취, 혹사를 당하며 과로를 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라고 확신한다. 너무나 선명하다. 아직도 잊지 못할, 사람답지 못한 삶을 살고 있구나, 뼛속 깊이 느낀 서럽고 처절한 순간들. 그 수많은 일화 중 몇 개를 소개하려 한다.
# 1
대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 첫 유치원이었다. 5살 반의 부담임 겸 종일반 교사를 했다.
(첫 유치원에서는 보통 부담임 + 종일반 교사로 일을 하고 당시 내 직책도 그것이었다.)
살면서 그렇게 아픈 적이 있었던가. 어느 날 난 열이 40도까지 오르고, 코는 양쪽이 다 꽉 막혀서 숨을 아예 쉴 수가 없었다. 30분 간격으로 토까지 했다. 도저히 어찌할 수가 없을 몸 상태였다. 열이 너무 오르니 사람이 진짜 눈이 새빨개지고 제대로 걸을 수도 없었다. 그렇게까지 증상이 심해지자 그제야 난 유치원에 사정사정해서 원장님, 원감님, 담임선생님께 말씀을 드리고 욕을 먹으며 겨우 응급실로 갈 수 있었다.
거기서 검사를 하고 진단을 받고 주사, 수액을 맞고 잠시 쉬지도 못하고 아픈 상태로 다시 유치원으로 복귀를 했다. 난, 일단 담임선생님에게 죄송하다고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는데도 근무 자체가 오히려 피해가 될 것 같아 응급실에 다녀왔다고 너무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자 그 담임교사가 내게 말했다.
“아니 아무리 아파도 그렇지, 병원을 가면 어떡해. 무책임하다. 아픈 건 선생님 사정이지. 그건 선생님 입장인 거고, 내 입장, 유치원 입장에서는 피해 주는 거지. 선생님이 그렇게 자리 비워서 나 진짜 힘들었어. 다른 선생님들도 그렇고.” 하면서 화를 내고 짜증을 냈다. 걱정은커녕 욕만 먹었고, 당시 나의 유일한 입사 동기였던 한 명의 선생님에게만 진심 어린 걱정의 말을 들었다.
#2
또 다른 어느 날. 목이 너무 아파 말을 할 수도 없고 고열에 감기몸살. 너무 아픈 날이었다. 내가 너무 아파 끙끙 앓으면서도 그걸 다 참고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한 다른 반 선배 선생님이 “얘들아, 다 아파. 아파도 참는 거야. 저렇게 아픈 거 티 내는 거 아니야. 저게 잘못된 거야.” 하며, 아이들 앞에서 나를 비꼬았다. 일부러 티를 낸 게 아니라, 너무 아파서 참느라 그런 건데 말이다. 그 후 다른 선생님들이 다 모인 자리에 가서는 “난 감기가 그렇게 무서운 병인지 몰랐어.”라며 나를 대놓고 흉봤다.
#3
또 다른 유아교육기관에서의 일이다. 편의상 유치원이라고 하겠다.
계속되는 야근과 직장 내 성인 학대로 몸과 마음이 정말 지치고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그 무리와 스트레스가 극심하게 쌓여 근무 중 갑자기 위경련이 심하게 일어났다. 숨도 못 쉴 지경이었다. 그래서 부담임 선생님과 다른 선배 선생님께 말씀을 드린 뒤 유치원을 나왔다. 너무 아파서 핸드폰으로 근처 내과를 찾을 여력도 안 되었다. 위치를 알고 있는, 유치원에서 아주 가까운 약국에 겨우 가서 배를 잡고 거의 쓰러질 듯 웅크리고 앓으며,
“위경련이 심해서 숨도 못 쉬겠어요. 근처 내과 위치 좀 알려주세요.”라고 물어서 겨우 기어가듯이 병원에 도착했다. 그런데 유치원에서는, 날 의심했다. 진짜 내가 아픈 건지. 난 분명히 말을 하고 갔는데도 말이다. 내가 꾀병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아픈 게 괘씸했나.
병원에서는 몸 상태가 심각해서 주사, 수액을 맞고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하셔서 병원 침대에 누워 기절하듯 쓰러졌다. 죽을 것 같던 통증이 조금씩 사라지고 난 숨을 조금씩 쉴 수 있게 되었다. 그땐 몰랐는데, 조금 정신을 차리고 핸드폰을 보니 수통의 전화가 와있었다. 유치원이었다. 그리고 병원에도 전화를 해서 유도란이라는 사람이 갔는지 확인을 했더란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난 걱정이 아닌 혼이 났다.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고작 난 거의 1시간 정도 만에 왔는데도... 수액도 다 못 맞고 혼날까 봐 아픈 몸 이끌고 뛰어갔는데도. 그런데도,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이었던 거다.
난 너무 아파서 데굴데굴 구를 정도였다고 말을 했고, 선배 선생님은 사실 확인을 위해, 내가 갔다는 그 약국에 전화를 해서
“아까 어떤 여자가 와서, 정말 데굴데굴 굴렀어요?” 물어봤고,
그 약사는
“바닥에 데굴데굴 구른 건 아니고, 배를 잡고 의자 위에 엎드려서 너무 아프다고 울면서 말했다.”
라고 말을 했다.
그 선배 선생님은 나에게
“약사한테 물어보니까 데굴데굴 구르지는 않았다는데? 왜 거짓말해? 선생님이랑 말도 섞기 힘들 만큼 화가 나."라며 나를 크게 혼냈다. 이렇게, 심각한 위경련이 와서 다 큰 성인이 울면서 쓰러질 만큼 아파도, 병원에 갔다가 수액도 다 못 맞고 부랴부랴 와서 다시 일을 해야만 하는 곳. 그렇게 죽다 살아나 돌아와도, 걱정은커녕 왜 아프냐고 왜 병원 갔냐고 혼이 나는 곳. 그게 유치원이다.
유치원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유아교육기관에서 일하는 교사의 처우는 너무 나쁘다. 월차, 연차는 당연히 없고 죽을 듯이 아파도 병가 당연히 없다. (1년에 여름방학, 겨울방학 각각 1주일씩이 휴가의 전부다.) 새벽부터 밤까지 일을 해야 하는 업무량은 기본이고, 일상이다. 내가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도 아닌데. 과로를 해서 너무 아파도, 왜 아파서 피해 주냐고 욕먹는 곳. 아플 수도 없는 곳. 아픈 것도 대역죄인 곳. 그곳이 바로 아이들을 교육한다는, 유치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