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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산 고양이가 20년간 함께 산 우리의 곁을 떠났다. 20년을 같이 살아 온 친정 가족들은 모두 밥먹을 힘도 운전할 힘도 없다.
아기고양이로 만나서, 청년이 되고 중년이 되어가는지도 모르게 바쁘게 지냈다. 그리고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털이 까슬하고 윤기가 사라진 나이 든 노령묘가 되어 있었다. 고양이를 왜 집에서 키우냐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던 아빠는 어느 덧 늙은 고양이와 절친이 되어 있다. 70대의 우정을 나누다가, 고양이는 아빠보다 훨씬 더 빠르게 늙어서, 사람나이 96세로 생을 마감하엿다.
겉으로 엉엉 울거나 훌쩍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각자 아무 말 없이 속으로 울고 있다.
10년이상 크게 아픈적도 없어서 병치레도 없는 효자고양이였고, 아픈것도 일주일 정도 앓고 휙.. 가버렸다. 크고 오랜 고통 없이 천수를 누리고 안녕을 고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불쌍하거나 아쉬운 마음은 없다.
가족들과 내가 마음이 아프고 아무도 몰래 눈물을 닦는 것은, 설명할 수 없는 상실감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빨리 메꿔졌으면 좋겠는데 무엇으로 메워야할지 모른다. 아니 그런 건 없을 것 같다. 시간이 빨리 흘러가줘야 하는데 시간은 내맘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엄마와 아빠는 밥맛이 없고 하루종일 힘도 없이 쓰러질 것 같아서 병원에 갔더니, 체하거나 아픈데가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무슨 큰 충격받은 일이 있었냐고 의사가 되물었다고 했다. 펫로스증후군은 60대와 70대 노부부의 혈압도 치솟게 하고 당수치도 끌어올리고 밥먹을 힘, 운전할 힘을 모두 앗아갔다.
매일 밤 달을 보며, 멀리서 나를 지켜달라고 보살펴달라고 보고싶다고 되뇌였는데, 오늘은 그 말을 못할 것 같다. 나만 챙겨달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친정 가족들 개개인이 모두 남몰래 아파하고 있어서 말이다.
20년산 고양이 노리씨는 하늘나라 가서도 이렇게 사랑받네. 6명의 가족들이 한명씩 자기에게 와달라고 꿈에라도 와달라고 기도하니 말이다.
안녕. 나한테는 천천히 놀러와도 돼.